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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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나 제목만으로는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느낌이 드는데 일본소설이네요.

흡인력은 제대로였어요. 앉은 자리에서 뚝딱 다 읽게 만드는 힘을 가진 책입니다. 직장인이라면 핵공감할만한 내용이랍니다.

 

​"진짜로 잘난 사람이란 어떤 환경에서나 잘나게 돼 있어. 사회에 나가서 가장 중요한 건 체력도 참을성도 아니야. 머리가 얼마나 잘 돌아가는가 하는 점이지. 어떤 사람과도 일해 나갈 수 있는 적응력이랑. 말하자면 '생존 능력'이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거야." - p15

 

 

 

입사 반년 된 신입사원 아오야마의 하루하루는 그다지 낙이 없네요. 야근, 휴일근무, 열정페이...

남들 하는대로 대학교 졸업하고 구직 활동 후 입사 처음에는 나름의 꿈, 희망, 의욕이 있었지만 어느새 지친 얼굴에 공허한 눈동자를 지닌 모습으로 변합니다. 비디오로 되감은 듯한 시간을 그저 소화해 나갈 뿐인 하루하루입니다.​ 생존능력을 갖추고 있다 자부했건만, 사회를 우습게 보았다는 무력감에 절어있는 아오야마의 현재입니다.

 

그러다 승강장에서 우연히 동창생이라며 말을 건 한 남자를 만나면서 변하게 됩니다.

기억에는 없는 동창생이었지만 편한 마음에 주말마다 만나게 되죠. 자신을 니트족이라 하며 그냥 아르바이트나 하는 중이는 동창생. 그러면서도 아오야마에게 진지하게 사회생활에 대해 충고해 주기도 하고요. 그의 별것 아닌 말에 아오야마는 조금씩 바뀌고, 업무에도 좋은 영향을 주기 시작하죠. 이대로라면 모든 것이 잘되리라 믿음도 생깁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계약을 진행하며 실수를 하면서부터 인생은 다시 꼬이네요. 그 일로 인해 한순간에 자존심이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역시 난 뭘 해도 안 되는 건가...하며 자책만 하다가 옥상 자물쇠가 열리는 날만 기다리며 마음속으로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자살할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아오야마는 '설령 전직한다고 해도 나는 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고, 애초에 이런 쓸모없는 남자를 고용해 줄 새로운 회사를 구하지 못할 것이다. 사회의 쓰레기일 뿐인 나를 허락해 주는 이 장소에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 생각할 만큼 자존감이 바닥난 상태였습니다.

 

​동창생은 아오야마에게 이직을 추천하지만, 이 상태에서는 전혀 자신감이 생길 리가 없습니다.

오죽하면 그저 몇십 년만 참으면 된다고도 생각할까요.

 

그런데 아오야마의 기억에 없던 그 동창생에게도 비밀이 있었어요. 기억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죠. 동창생이 아니었으니까요. 왜 그럼 동창생인 척 그에게 다가와 친근하게 굴고, 조언도 해주고 그랬을까...

동창생의 비밀이 밝혀질 때 마음이 아주 짠해지더라고요.

 

 

 

도망치지도 못하고 결국 애를 쓰다 망가져 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도망치는 법을 몰랐기에 회사를 그만두지도, 누군가에게 상담하지도 못하고, 너무 괴로운데도 회사를 그만둘 용기도 없었던 남자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했어요.​

 

아오야마는 그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 도망치는 법을 배운 셈입니다.

​아오야마의 입에서 "지금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라는 말이 나왔을 때 독자인 제가 더 찌릿하고 통쾌함이 몰려들더라고요.

 

"바꾸기는커녕 이 사회 하나, 이 부서 하나, 마주한 사람 한 명의 마음조차 바꿀 수 없는, 이토록 보잘것없고 장점 하나 없는 인간이 나예요. (중략) 하지만 이런 나라도 한 가지만은 바꿀 수 있어요. 바로 내 인생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주변의 소중한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것과 이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걸 깨닫게 해 준 사람이 있어요. " - p199

 

이 책은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미디어웍스 문고상> 수상작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일본 젊은층의 지지를 얻고 있는 소설 브랜드 '아스키 미디어웍스'에서 주최하는 문학공모전이라 하는군요. 빠른 전개와 감동 글귀가 마음에 들었어요.

 

가슴속에 사표를 품고 사는 직장인들을 위한 대리만족 스토리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힘들수록 버티라는 말이 더는 안 통하는 시점이 있죠. 사람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를 고민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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