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웃었다 - 오늘, 편애하는 것들에 대한 기록
장우철 글.사진 / 허밍버드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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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보이는 것, 오늘의 편애를 기록한 감성에세이 <좋아서 웃었다>.

사진 한 컷, 짧은 글. 함께하면 좋겠다 싶은 책, 음악, 영화. 개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네요.

 

저자의 내밀한 취향이 담긴 SNS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서쪽에 창이 난 방에 내리쬐는 햇볕이 예뻐 방에서 찍은 사진이 많은데, 별것 아닌 소품 하나도 빛을 받으면 느낌이 확 달라지네요. 빛의 재발견이랄까. 이 책을 보고 있자니 암막 커튼으로 온통 가려버린 우리 집에도 햇살 내리쬐는 빛 한줄기를 만끽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네요.

 

 

GQ코리아 에디터라는 직업답게 장우철 저자의 취향은 나름 독특하고 고상한(?) 면도 많아요.

꽃무늬를 은근 애정 하는 모습을 보며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했는데, 섬세한 듯 하다가도 가끔 깨는 구석도 엿보여 사람 맛 나긴 하더라고요 ㅎㅎ


 

 

 

 

풍경 사진도 거창한 자연 사진이 아닌 일상에서 조금만 주의 기울이면 볼 수 있는 흔한 것들이 많습니다.

꽃청춘에 나오는 그 멋진 아이슬란드의 추억 컷도 자연 사진이 아니라 슈퍼마켓 봉지 든 아저씨 모습을 보여준 장면이라 특히 기억에 남았는데요. 그 봉지를 아직도 들고 다닌다는 말에 배시시 웃음 날 수밖에요.

저자가 찍은 자연 사진 중에서는 나무와 나무가 얽혀있는 모양새인 <대련> 사진들 참 멋졌어요.

 

 

 

 

화병에 꽂은 꽃을 저는 지금까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책 보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꽃이 시드는 걸 싫어하고, 그렇다고 굳이 드라이플라워로 만들기도 싫어하는 제가 말이죠.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꽃 사진에는 시들해져 쳐져버린 꽃 한 송이도 많은데요. 이렇게 낭만적으로 다가오는 건 처음이었어요. 쳐져도 나름대로 멋이 난다는 걸 제대로 느꼈네요. 꽃덕후의 면모를 슬쩍 보여주는 저자는 중학생 때 생일 자축한다며 꽃집 찾기 시작했다니, 낭만이 있는 사람이긴 하네요 ^^

 

 

 

남이 보면 그저 소품. 하지만 본인에게는 추억이 깃든, 그날의 이야기가 담긴 소품입니다.

사진만 봤다면 공감이 덜 되었겠지만 짤막한 글귀 때문에 맞아맞아 하면서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제목도 별다를게 없어요. 그저 날짜가 제목입니다. 그나마 긴 글이 나올 땐 어머니와의 소소한 대화가 주를 이루고 있네요. 구구절절한 글 없는 불친절한 책이지만, 어떤 땐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기도... 어떨 땐 덩달아 나도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요. 자신만의 편애를 기록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공감하게끔 하는 힘이 있는 책이네요.

 

 

 

전민조의 사진집 <농부>를 이야기할 때 인용한 글 ​" 한 장의 사진이 뭔가 돌이키는 힘을 가졌다는 믿음으로" 라는 문구가 와 닿습니다. <좋아서 웃었다>의 사진들도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사진 한 장에 오늘을 산 내 모습이, 내 이야기가 들어가니까요. 그저 자랑샷 같은 SNS용 사진이 아니라 나의 하루가 담긴 사진이란 의미로 바라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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