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 죽은 자의 일기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9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금가지 밀리언셀러클럽 한국 편, 한국추리소설 유망주 정해연 작가의 장편소설 <악의 : 죽은 자의 일기>.

정치, 법, 권력, 아동 성 학대를 키워드로 하는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이었어요. 약자가 목소리 내기 힘든 세상, 한계에 다다른 약자의 발버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악의 : 죽은 자의 일기>에서 기억에 남는 최고의 명문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죽은 아내의 일기장에 적힌 글귀예요.

 

"남편의 배를 가르면 뭐가 나올까. 추악한 욕망, 불결한 어둠, 배신, 교만, 비틀린 욕정. 밭은 숨을 내뱉을 때마다 그것들을 한꺼번에 울컥, 쏟아낼 것이다. 나는 마침내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법은, 그를 옭아맬 수 없다." - 책 속에서

 

섬뜩한 장면이네요. 아내가 남편을 죽이기로 한 이유, 실행 과정, 결과가 <악의>의 주스토리입니다. <나를 찾아줘> 소설과 영화가 생각나는 비슷한 소재이긴 한데, 소재는 닮았어도 한국인 정서가 물씬 담겨 있는 소설이라 읽는 맛은 확연히 다르네요. 가독성은 정말 좋았어요. 궁금해서 후루룩 읽게 되더라고요. 범인이 누군지는 초반에 나오지만 왜? 어떻게? 부분을 흥미진진하게 밝혀내는 과정이 재미있었거든요.

 

 

 

 

<악의 : 죽은 자의 일기>는 17층에서 추락사한 아내와 거실에서 교살사한 어머니. 그리고 정치권의 핫한 인물 강호성을 중심으로 진행합니다.

아내는 말기 암환자, 어머니는 치매 환자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데리고 가기 위해 먼저 죽이고 투신자살한 사건으로 쉽게 처리될 것만 같았죠. 강호성은 시장 후보에 출마한 상태로 아내와 어머니의 죽음을 미화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합니다.

 

하지만 초반에 이미 강호성의 행적을 작가가 밝혀버리네요. 자기 아들의 비리를 밝히려했던 며느리의 행동을 눈치챈 어머니가 며느리를 둔기로 쓰러뜨리고 아들을 불러 마지막 처리를 하게끔 하죠. 아들 강호성은 아내를 투신자살로 위장하는 것 외에도 치매 환자인 어머니를 두려워하며 어머니까지 처리해버립니다. 독자는 범인을 초반부터 알고 있는 채 읽게 되는 셈입니다.

 

이쯤 되면 의심 많은 형사 등장해야죠. 하지만 여느 추리소설처럼 형사가 이 사건을 밝혀내거나 법의 심판을 내리진 않습니다. 강호성을 복수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 부분이 이 소설의 별미네요. 어떻게 복수할 것인가가 하이라이트였어요.

 

 

 

형사가 꼬투리를 잡아도 막강한 배경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는 강호성은 모든 것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니 오히려 즐겁기만 합니다. 거대한 인형놀이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죠.  

 

중간중간 소개하는 아내의 비밀일기를 통해 독자는 강호성의 비리와 추악한 행동을 알게 됩니다. 아내는 그저 정치를 위한 소품에 불과했고, 아동 성 학대까지 일삼는 강호성은 그야말로 말종이었어요. 어머니 역시 아들을 바른길이 아닌 최고의 길을 걷게 해주려 한 비뚤어진 모성을 가졌었고요. 그랬기에 아들이 자신을 죽이는 순간에도 아들의 마음을 읽어 고통에 발버둥 치지 않으려 했던 어머니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남편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한 아내의 완전범죄일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잘못된 야심에 권력이 더해지면 인간이 얼마나 끝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준 소설이었어요. 짜고 치는 고스톱판 같은 정치 세계를 보여주기도 했고요. 이런 사람들을 법이 벌할 수 있지는 못한다는 비정한 현실을, 법이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세상에서 약자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추리소설은 조금 친절하게 설명하려는 느낌이 강한데... 독자에 따라서는 이 부분을 오히려 반갑게 보는 입장도 있겠지만, 저는 정말 예상 못 했다는 식의 반전의 반전을 더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그 부분은 살짝 아쉬웠네요. 전체적인 예측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소설인데 결말은 조금 독특했어요. 완전 열린 결말은 아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에 든 결말이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