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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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형 에세이 이번에 처음 읽어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어요.

라디오작가 출신이라 그런지 야밤에 조곤조곤 듣는듯한 분위기가 섬세한 문체와 어우러져 글이 참 아름답단 생각을 했네요. 사실 표지와 제목만 보고는 심리 관련 이야기인가 생각하고 책장 넘겼다가 폭 빠져 읽어버렸네요.

 

나이가 들수록 합리화도 쉬워지고, 모르는 척도 쉬워지고... 생물학적 나이에 벗어나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의 어려움.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선 어떡해야 하나 고민으로 시작합니다. 그녀는 '나를 의심하지 않은 어른'이 되기 싫다고 합니다. 나, 세상에 대해 의심도 하지 않는 어른들 세상에서 말이죠. 

 

 

 

 

"나는 도대체 언제쯤이면 안정된 어른이 될까."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여전히 불안한, 그러면서도 만족할만한 결과는 끝내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사실 크긴 합니다. 하지만 더는 아무것도 되고 싶은 게 없는 어른 쪽은 영 재미없지 않으냐는 말로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대하는 자세를 생각하게 합니다. 마음이 늙은 어른만큼은 되고 싶지 않지만, 어느새 현실과 삶은 어른의 세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요.

 

 

 

 

<나를 의심한다>는 크게 일상, 환상, 음악 세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어요.

일상 파트에서는 지인들과 나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환상 파트에서는 특별히 파란 글씨로 구분해 몽환적인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을, 음악 파트에서는 김동률 <동행> 앨범 수록에 에세이를 붙인 사랑, 이별, 추억에 관한 글을.

 

특히 김동률, 엄정화 등의 나래이션으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읽다> 코너는 Youtube로 들을 수 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어떤 건 가슴 시리게 아름다운 슬픔을 ㅠ.ㅠ

환상 파트의 글도 이게 정말 진실일까, 거짓일까 싶을 정도로 픽션 요소가 강해서 독특한 에세이였어요.

 

 

 


강세형 저자가 말하는 나를 의심한다는 것은 사실과 거짓, 진실과 환상, 현실과 꿈을 오가는 속에서 내면의 상처를 꺼내보는 일이었어요. 수많은 기억, 수많은 추억의 파편을 들춰보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의심해보는 것으로 모든 것의 의심을 멈추는 어른의 세계를 경계합니다.

 

현재의 내 삶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현재의 내 기쁨마저 스스로 망쳐버리지 말자며 현재의 나에게 관대해지고 싶다는 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니 가장 좋아하는 것이니... 적어도 어떤 한순간에는 내 마음을 다했기에 가장, 최고... 이런 걸 잘 꼽지 못하겠다는 글... 등 강세형 저자와 공감대를 이루는 부분도 많아서 오랜만에 취향에 맞는 괜찮은 에세이 한 권 찾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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