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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전하는 일상의 기적
신순규 지음 / 판미동 / 2015년 10월
평점 :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CFA(공인재무분석사)로 하버드, MIT에서 공부하고 현재는 월가에서 일하는 애널리스트 신순규 저자의 책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그가 도전한 발걸음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계기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잊고 있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길 수 있습니다.
책 표지에 점자가 찍혀있네요.
손끝의 감각만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삶. 상상이 안 됩니다.
아홉 살에 시력을 완전히 잃은 그는 열 다섯 살에 선교회를 통해 미국 유학길에 오릅니다.
그곳에서 진로를 바꿔 일반 고등학교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숱한 장애물과 편견을 넘어서기까지 얼마나 힘든 노력이 필요했을까요.
처음부터 눈물 핑 돌게 하더라고요. 딱 하루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상상하는 장면에선 어찌 지나간 줄 모른 채 어영부영 보내버린 내 하루를 뒤돌아보게 합니다.
그는 자신을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슬펐던 적은 있었다고 해요. 엄마의 모습이 기억에서 사라질 때, 아이가 태어난 후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에 사무칠 때... 진정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은 그 마음이 아릿합니다.
영주권 획득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데요.
영주권이 없을 당시, 대학교 입학원서 낼 때 필요한 은행계좌 증명서를 마련할 형편이 안돼 이런 조건이 없는 학교를 찾다 보니 모두 일류대학뿐이었다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가로막던 장애물이 오히려 그를 도전하게 하였고, 결국 삶의 방향이 전환된 셈입니다.
“ 산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객관식 시험과도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적어도 여러 선택이 내 앞에 있을 때,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느냐에 따라서 일이나 삶의 과정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 - 책 속에서
우리가 장애인을 대하는 시선에 대해 장애인 입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안겨줍니다.
장애인이 그런 일을 해내다니! 겉으로 보이는 결과만 보지 말고... 그가 접하고 있는 현실,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생각, 그의 삶의 변화시킬 만한 사랑이 오히려 시각장애보다 더 중요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겉만 바라보지 말고 생각, 염려, 희망, 두려움이 존재하는 알맹이를 꿰뚫어보는 엑스레이 비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면, 타인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이해를 더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합니다.
장애인으로 살면서 그를 슬프게 하는 건 바로 사람들의 눈을 가리는 편견, 잘못된 기대치 그리고 본인 스스로 한계를 짓는 것이라고 해요. 이 말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 성격 등 내 삶을 쥐어흔드는 것들 말이지요.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도 창의력 있게 방법을 바꾸면 충분히 가능한 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그는 일반 학교 양궁 수업을 통해 얻었다고 합니다. 작은 성취감을 하나씩 얻으면서 자신감을 키워나간 거죠.
대학 시절까지만 해도 그는 세상에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살아왔던 것 같다고 합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장애물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목표를 수정하고 변화하는 유연성을 얻어가며, 이제는 삶 속에 담긴 소중한 가치를 생각하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열다섯에 유학 가서 영어를 익히기 위해 잠깐 머물었던 집과의 인연도 따뜻했어요. 그에게는 네 명의 엄마, 아빠가 있습니다. 한국의 친부모님과 새롭게 생긴 부모님까지. 그들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바탕이 될 자신감, 표현하는 능력, 튼튼한 자존감, 생각을 존중하는 마음을 심어줬습니다.
금융 분야의 최종자격증이라 불리는 CFA를 취득하는 과정에서는 일반인과 똑같은 계산기를 사용하며 눈 감고도 능숙하게 사용할 경지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응시한 사례가 없었기에 그의 도전은 다른 이들의 발판이 되도록 터를 닦은 셈입니다.
일의 참의미에 대한 생각도 새겨둘 만 합니다. 명성, 존경을 받으려 하기 보다 즐기는 일을 통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는, 한 마디로 우선순위 1순위인 가족을 위해 직업이 존재한다는 말을 하네요. 사실 계획대로 잘 안 되는 우리 인생에서 지금 하는 일이 자기에게 맞는 일인지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직업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이상적 직업 만족도를 스스로 체크해보라고 합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로 메꿔나간다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본다는 것, 꿈, 가족, 일, 나눔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알려 준 그의 인생 이야기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가지지 못해 소중함을 알게 되고, 가지고 있어 소중함을 잊어버리는 우리 삶.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기적처럼 바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 그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소중한 가치를 지키는 삶을 살고 싶어집니다. 아예 시도 안 하면 0의 가능성, 시도하면 희박한 가능성이나마 있다는 것. 가장 기억에 남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