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2 - 나선 밀리언셀러 클럽 81
스즈키 코지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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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밀리언셀러클럽 시리즈 링 원작소설 1, 2권을 다 읽었네요.

1권은 정말 전통 호러물답게 오싹오싹 전율이 흘렀다면, 2권은 1권에 비해 공포감은 덜하고 과학적인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SF소설 분위기까지도 나더라고요.


 

링 1권의 부제는 바이러스. 바이러스의 증식을 이용한 비디오테이프의 비밀을 파헤치는 게 1권이었다면, 링 2권의 부제는 나선. 바로 DNA 이중나선 진화 개념을 통해 링이라는 바이러스를 다룹니다.


1권에서 비디오테이프의 저주가 끝났다고 생각하게 하지만, 뭔가 정말 이게 끝난 걸까? 하는 의문이 살짝 남아있었는데... 결국 그게 끝이 아니었다는 것을 2권에서 볼 수 있어요.


링 2권 나선 편에서는 1권에서 죽은 류지를 검시하는 검시관 안도의 시점으로 진행합니다.

류지를 해부하면서 이미 세상에서 박멸된 바이러스인 천연두 바이러스와 비슷한 것을 발견함과 동시에 죽은 류지가 보내는 미스터리한 암호를 이용해 링이라는 바이러스를 발견합니다. 천연두 발진은 감염 후 7일 정도 지나면 최대로 퍼진다니 링 1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본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기까일주일이란 기간이었는지 이해되더라고요.


 

그런데 1권 마지막 장면을 보면 분명 살았어야 할 1권의 주인공 아사카와의 아내와 딸마저 죽게 됩니다.

비디오테이프의 저주를 풀었던 게 아닌 거예요. 류지의 제자 마이 마저도 마지막 남은 비디오테이프를 본 이후 행방불명 상태였다가 출산의 흔적을 가진 채 사망 후 발견되었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멀쩡했던 처녀가 출산했다니. 뭔가 슬슬 촉이 오지요.


 

새로 발견된 링 바이러스는 천연두 유전자와 인간 유전자가 합쳐진 상태였습니다.

천연두 바이러스가 살아남으려고 변형했던 거죠. 그게 1권에서는 비디오테이프를 인간의 손을 빌려 복사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 증식의 과정을 거치게 했는데, 비디오테이프를 복사하는 방식은 확산하는데 시간이 느린 단점이 있으면서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비디오테이프를 없애버리면 끝나버리는지라... 이 바이러스가 점점 똑해져 갑니다. 이제는 비디오테이프에서 다른 무언가로 매개체를 바꾼 상황입니다.


사다코의 원념이 낳은 비디오테이프는 없지만 출산 흔적이 있던 마이에게서 답을 풀 수 있어요.

마이의 뱃속에서 태어나 짧은 시일 내 죽기 전의 나이로 성장한 사다코.

게다가 새롭게 탄생한 사다코는 자웅동체여서 스스로 증식 가능한 몸이 되었네요. 비디오테이프 대신 빠르게 확산시킬 뭔가도 있게 되니 이제 현인류에서 신종으로의 교체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으로 전개됩니다.

 

구인류에서 현인류로 넘어올 때도 특정 돌연변이가 우세해져 기존의 것이 멸종하고 돌연변이가 결국엔 정상이 되는 것처럼... 돌연변이 개념이 진화 매커니즘의 핵심이듯 이제 사다코라는 돌연변이가 진화의 중심에 서 있게 된 겁니다.


이런 개념을 생각한 것 자체가 링 원작소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더라고요. 그저 컬트 호러물이 아닌 과학 개념을 버무린 공포소설, 매력적이었어요. 소설 링 2 는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받았다는군요.

없애도 없애도 나타나는 끈질긴 사다코의 원념이 결국 인류를 멸종에 이르게 할지... 열린 결말이지만 찝찝함은 없었어요.

1권 읽고 며칠 동안은 밤에 방 밖으로 나가기 무서웠던지라 내용을 이제는 뻔히 알고 있어도, 상상하게 만드는 문장 때문에 다시 못 읽겠어요. 오죽하면 책을 읽고 있는 저도 그 묘사에... 읽는 것만으로 링 바이러스에 걸리는 게 아닐까 하는 망상까지 나타납니다 ;;;

“ 일단 그 기색을 느끼고 나면 뒤돌아서 환상을 쫓아 버리기 전까지, 괴물은 공상속에서 비대해진다. ”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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