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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의 힘 -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ㅣ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혼자 있을 때 다들 어떻게 보내세요? 멍하게 시간 때우기도, 휴식을 취하기도... 끝없는 허무감에 허우적거리며 은둔형 외톨이로 있기도... 오타쿠적 기질을 발휘해 취미생활을 하기도 하는 등 사람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는 스타일은 다를 겁니다. 난 마냥 편하게 밀린 잠이나 자는 게 좋아! 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폐인 생활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은 혼자 있는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고독과 마주해 고독을 즐기며 인생의 내공을 쌓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사이토 다카시 저자 이름이 낯설지 않아서 살펴보니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를 쓴 저자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고독을 즐기는 방법 중 책에 관한 이야기가 제법 비중있게 다뤄지기도 합니다. 선, 태극권 등 정신수양에 관한 이야기나 일본 문인들 이야기도 사례로 나와 일본 색채가 짙어 독자에 따라 그 부분은 거북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겠어요.

그런데도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 읽을만했던 것은 고독을 정신적인 성장,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발판으로 삼으라는 기본 바탕때문입니다. 사실 이 부분 때문에 혼자 놀기의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하고 읽는 분은 심드렁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네요 ^^;
“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자' '자신을 치유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 혹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키우는 시간을 좀 더 찾자고 말하고 싶다. 뇌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지적인 생활이야말로 누구나 경험해야만 하는 '혼자 있는 시간'의 본질이다. ” - p8
사이토 다카시 저자도 소위 부적응자라 불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첫 대입 실패부터 의미 없는 대학원 생활 이후 무직에 아이까지 있던 시기를 암흑의 10년이라 부를 만큼 초조함과 불안감을 안고 정신적 균형을 잃은 상태로 생활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결국 고독을 극복하고 오로지 혼자서만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 뭔가를 배우거나 공부할 때는 먼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 - p31
인간의 강인함은 단독자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해요. 집단 속에 묻히는 게 아니고요. 따돌림 당할까 봐 혼자 있는 게 두려워지는 습관이 몸에 배면 혼자 있을 때 마음이 불안정해져서 결국 점점 혼자 있는 상황을 피하게 되기도 합니다.
사이토 다카시 저자가 말하는 고독은 주변 사람들과 잘 사귀면서도 혼자일 때 나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혼자 있는 것을 누리지 못하고 집단에 끌려다니면 그게 주체적인 내 삶인지, 남의 결정에 따라다니는 삶인지. 혼자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세계를 즐기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독의 기술을 되도록 일찍 익혀두라고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에서 말하는 고독을 즐기는 법의 그 첫 번째는 나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거울 보며 대화를 하면서 자기 내면을 들여다봐야 하고, 독서를 통한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여 교양을 쌓아야 하고, 누구에게도 보여줄 필요 없는 나만의 일기를 쓰면서 나를 파악하는 거죠. 그러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지, 매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내 자리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 보는 겁니다.

고독을 품고 있되, 고립되지는 않은 진정한 혼자 있기의 힘.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는 사람은 능숙하게 생각과 감정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속으로만 되뇌면 자신을 상처내는 칼이 될 수 있다고요.
그리고 자신의 몸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혼자가 되었을 때 외로움에 사로잡히기 쉽다고 해요. 나에게는 소홀하고 주변에만 신경 쓴 결과이기에 그렇답니다.

10대 사춘기 시절의 고독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끌어나갈지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춘기 시기에 고독을 즐기는 기술을 익히면 고독도 내 감정의 일부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고 고독의 긍정적인 면을 살릴 수 있게 된다고 말입니다. 여러 기술 중 문학은 인간을 고독한 존재로 표현해왔기에 특히 책을 으뜸으로 칩니다.
자아확립한 후에 다른 사람들과 유연하게 관계 맺고 감정 교환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신과 마주하는 방법에 따라 정신적인 성장을 위한 혼자만의 시간인지 그저 시간 떼우기식 혼자만의 시간인지 질적 차이가 나게 됩니다.
평소 고독에 괴로워하는 이라면 이 책은 고독을 자기 성장을 위한 고독으로 즐겨야 할 이유를 알게 될 테고, 고독을 나름 잘 포용해왔던 이라면 혼자 있는 시간의 의미를 재조정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읽으며 나는 지금 생기 있는 삶을 사느냐고 묻게 됩니다. 고독을 허무감에 사무친 시간으로 내버려두지 않고 정신적 성장의 기회로 삼는다면 자신만의 세계로 몰입할 수 있는 혼자 있는 시간을 누릴 수 있을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