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낭 - 삶의 지혜란 무엇인가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
풍몽룡 지음, 문이원 옮김, 정재서 감수 / 동아일보사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 지낭 - 삶의 지혜란 무엇인가.

마오쩌둥과 장제스가 탐독하며 고금의 지혜를 현실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을 구한 <지낭>.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름조차 몰랐던 생소한 고전인데요. <지낭>은 수천 년 처세의 교훈을 담은 중국인의 꾀주머니로 동양의 탈무드라 불릴만한 명작이라고 합니다.

 

 

<지낭>의 저자 풍몽룡은 고전소설집 <삼언 三言>, <열국지 列國志> 등 민간문학 방면의 문호라고 해요.

중국 요순시대부터 명나라에 이르는 지혜를 주제별로 엮은 <지낭>은 명나라 때 첫 출간 되었는데, 지혜를 늘리는 것에 초점을 둬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와 실용적 가치가 두드러지는 저작으로 평가받습니다.


풍몽룡은 지혜를 보는 관점이 조금 달랐는데요.

군자의 지혜도 모자람이 있을 수 있고 소인의 지혜도 뛰어날 수 있다며 지혜와 인품을 별개로 두고 보는 관점을 내비칩니다. 큰 지혜는 큰 지혜대로, 작은 지혜는 작은 지혜대로 저마다의 쓰임새가 있다는 것을 <지낭>을 통해 알려줍니다. 당시에는 인품이 뛰어난 자의 지혜를 본받는다는 시점의 시대였기에 풍몽룡의 관점은 획기적 발상이었다고 해요.

 

 

 

 

<지낭>은 지혜와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소개하고, 풍몽룡의 의견이나 관련 고사를 덧붙이는 구성입니다.

지혜를 현명하게 운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낭>은 원본 전문이 실린 것은 아니고, 오늘날에도 유의미한 사례를 선별해 실은 책이라고 합니다.

 

 

 

<지낭>에서 최고로 친 처세는 크게 보고 멀리 보는 지혜였습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핵심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미래까지 대처하라는 의미입니다. ​이를 실천한 역사적 인물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 인정에서 벗어나는 짓을 하는 사람의 속내는 헤아리기 어려운 법 ” - p42

 

 

 

미래를 예측하는 선견지명은 지식이 아닌 지혜에 의한 것이라고 해요.

사물의 이치와 자연의 섭리를 꿰뚫는 선견지명으로, 모든 일을 통찰력과 순발력의 힘으로 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이 지혜라고 합니다. 선견지명과 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벗어나면 안 됩니다.

 

선견지명은 앞서 나가는 총명함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자신의 총명함을 감추어야 할 때와 드러내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면 화를 부릅니다. 선견지명은 사소하지만 분명한 징조를 감지하고, 실천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하는 것 모두 동시에 발휘될 때 유효한 의미가 있다고 해요. 화를 피하는 방법을 듣고도 화를 당한 송나라 한탁주 일화로 생생하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낭>은 총 9개의 주제로 나뉘어있는데 장마다 들어가기에 앞서 문이원 역자의 해설이 있습니다. 고전을 어떻게 현실에 적용하는가, 옛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어요.


“ 우리의 앎은 결코 정보 축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믿음'이 자리한다. 중요한 것은 이 믿음이 맹목적인 것은 아닌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어느 순간 빗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언제나 깨어 있는 정신으로 점검하는 자세이다. ” - p199


<지낭>에는 단순히 돈이 아니라 삶을 윤택하고 풍족하게 만드는 경제 관련 지혜도 있고, 공평하고 공정한 송사와 관련한 지혜도 있고, 속임수를 쓰는 기만책까지도 다루고 있습니다. 상대의 특성과 상황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목적 달성하는 사례를 보면서 우회적 방법을 이용해 상황을 역이용하는 법이라든지 (이 분야의 최고봉은 제갈량이 아닐까 합니다), 유연한 대처와 계책으로 누구에게도 화를 입히지 않고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면 기만책 또한 삶의 기술이라고 소개합니다.

 

 

 

 

 

<지낭>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가 담긴 테마는 바로 '처세'편입니다. 다양한 처세술 중에서도 저는 거리두기 기술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처세의 의미도 이참에 다시 번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윈-윈 전략으로서 말이죠.

 

 

아직도 서양고전에 비하면 낯선 동양고전, 그중에서도 더 생소했던 이 책 알게 되어 뿌듯하네요. 현재의 고민이 그 시대에도 똑같이 고민된 부분이었기에 고전은 낡은 유산이 아닙니다. 각종 처세술도 현명하게 운용해야만 의미가 있듯 수천 년 삶의 지혜 주머니를 살짝 열어보고, 응용할 부분을 고민해 보는 것 자체가 유의미한 일인 것 같아요.

우화인 탈무드에 비해 훨씬 현실감 넘치는 <지낭>의 일화는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주제별로 먼저 끌리는 것부터 읽으면 됩니다. 두툼한 책인데다가 '나, 인문 고전이오' 티를 팍팍 내는 딱딱한 비주얼에 지레 겁먹었는데, 막상 열어보니 탈무드 읽듯 읽는 재미가 아주 좋았던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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