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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신기한 카페로 오세요
맥스 루케이도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가슴뭉클해지는 소설 <첼시의 신기한 카페로 오세요>로 폭염에 지친 심신을 힐링했어요.
<너는 특별하단다>의 맥스 루케이도 작가의 소설이라고 해서 책을 펼치기전부터 기대 많았답니다.

소설 <첼시의 신기한 카페로 오세요>는 이혼을 앞두고 남편과 별거중인 첼시가 두 아이와 함께 '미러클 카푸치노'라는 카페를 운영하게 되면서 생기는 일들을 다루고 있어요. '미러클 카푸치노' 카페는 엄마의 유산으로 물려받게 된 빅토리아풍 집을 개조한 카페인데, 트렌디한 요즘 신식 카페와는 정반대 분위기의 카페랍니다. 일부러 복고풍을 내려고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복고지요.
『 첼시에게 미러클 카푸치노는 딱히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 아니었다. 그건 아늑한 피난처였다. 』 - p14
열두 살, 여섯 살 두 아이의 엄마 첼시는 미식축구리그 올스타 출신 남편인 소여의 바람끼로 이혼을 염두에두고 별거 상태입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겨 준 카페가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로 다가온 셈이죠. 컵케이크 굽는 것도 좋아해 직원만 잘 둔다면 카페 운영에 큰 무리는 없겠다 싶었지만... 기껏 뽑은 직원은 며칠만에 다른 카페로 도망가버렸고, 엄마가 남긴 것이 카페뿐만 아니라 빚도 엄청났던지라 밀린 세금 폭탄까지 맞으며 첼시 카페는 문 닫을 위기에 처합니다.
『 도움을 청하기만 하면 될 텐데. 간단한 기도 한 마디라도. 무슨 힌트라도. 하나님은 힌트도 받아주시거든. 』 - p41
첼시에게는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첼시는 남편 도움없이 혼자서 성공하고픈 바람도 컸고, 아버지와의 오랜 불신, 가까운 사람의 배신 등... 믿음과 신뢰를 견고히 할만한 마음 상태가 아닙니다.

『 믿음이란... 글쎄, 모르겠어요. 나한테는 믿음이란 게 힘든 노릇이에요. 이런저런 의문도 많고, 또 솔직히 말하자면 실수도 많이 저질렀거든요. 』 - p77
하지만 첼시에게는 수호천사가 있답니다. 진짜 천사 말이지요!
인간의 모습으로 첼시 곁에서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천사와 선량한 이웃의 도움은 첼시의 닫힌 마음을 두드립니다. 너무 간단해서 의미가 있을 것 같지도 않은 한 마디 "하나님, 제발 도와주세요." 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다시 노력하길 기다리는거죠.
그러던 어느 날, 첼시 카페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면 딱 하나의 웹사이트만 잡히는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사람들이 단 하나의 질문을 던지면 누군가가 대답을 해 주는 거예요. 그런데 대답하는 이가 바로 하나님이라는 것. 진짜일까? 그저 웹사이트 마케팅일뿐인 속임수일까? 사람들은 그것을 두고 '하늘나라 우체통'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 기도란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나님께 부탁하는 게 아니라, 합당한 일을 해주십사고 하나님께 요청하는 겁니다. 』 - p222
결국 사람들의 '믿음'때문에 카페 손님이 늘어나고 장사가 잘 돼 어느정도 먹고 살게 된 첼시.
하지만 하늘나라 우체통을 연결해주는 라우터가 도난당하는 사건, 카페 화재 사건, 가족 문제 등 첼시의 앞날이 순탄하진 않네요.
『 과거의 일이 상처를 주기는커녕 이처럼 치유의 방법이 되는 걸 보다니, 참으로 기이한 노릇이었다. (중략) 그녀는 생전 처음으로 남을 아프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치유해주기 위해서 기억이란 무기를 휘둘렀다. 』 - p284

게다가 첼시는 하늘나라 우체통에 질문을 아직 하지 않았답니다. 용기가 없어서 못했지요. 그렇지만 이런저런 일을 겪은 후 드디어 묻고 싶은 질문이 생겼네요. '어떻게 해야 나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지?'
첼시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과연?
하나님, 천사, 믿음... 기독교와 관련한 소재의 소설이지만, 기독교가 아닌 저도 불편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어요. 첼시에게 동화되어서 말이지요. 과거를 과거로 묻고 지나갈 수 없는 첼시의 마음이 내심 공감 많이 되었답니다.
사람이 상대방을 용서 한다는 것, 진심을 쏟아붓는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니까요. 동화같은 천사, 하나님 이야기가 첼시 카페와 너무나도 멋지게 잘 어우러져 가슴 훈훈해지는 소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