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일의 시간 - 삶의 끝자락에서 전하는 인생수업
KBS 블루베일의 시간 제작팀 지음, 윤이경 엮음 / 북폴리오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2013년 KBS 파노라마에서 방영한 <블루베일의 시간>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하늘색 베일을 쓴 수녀들이 있는 호스피스 병원 이야기입니다. 평소 TV와는 안 친한데 우연히 켰다가 딱 마주쳤던 방송이어서 기억에 살짝 남아있었거든요. 그때는 그저 호스피스의 삶이 저렇구나 정도로 슬쩍 보고 말았는데 책 <블루베일의 시간>으로 감동을 제대로 느껴봤습니다.


사실 읽어내기 너무 힘든 책이었어요.

눈물이 마를 새 없이 흘러내리기도 했고, 죽음이란 의미를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요. 저는 지금까지 상을 치르는 과정은 경험했을 뿐 죽음의 문턱과 임종의 과정은 겪어보질 않았거든요.


하지만 읽는 도중에도 그랬고, 책을 덮은 후에도 드는 생각인데... 힘겹게라도 끝까지 읽어내길 잘했다 싶어요.

모든 것과 이별하는 순간 남기고 간 깨달음의 메시지를 통해 살아있는 지금 이 시간과 가족의 소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절절하게 와 닿았습니다.

 

 

 

<블루베일의 시간>은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한국 최초로 설립한 호스피스 병원인 갈바리의원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호경 PD가 석 달 반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느낀 감동과 가르침을 전하고자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인생 지혜를 남기고 임종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선 1년에 100명 가까운 분들의 임종을 지켜드린다 합니다. 환자 대부분은 치료 시기가 지나고 삶의 여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과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오는 분들이지요. 블루베일 수녀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임종까지 동행합니다.

 

 

『 어쩌면 임종은 삶의 마지막 성장기인지도 모른다.

삶 전체를 돌아보며 나 자신과 대면하고 모든 것과 이별하는 시기에 누군가는 꼭 동반해 주어야 한다. 』 - p38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마지막 시간을 마감하는 갈바리의원.

환자도 환자지만 환자의 보호자도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은 시간이지요. 떠나가는 이는 모든 걸 놔두고 가야 하고, 보내는 이는 그 나름대로 극복해야 합니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

가는 이도, 남는 이도... 죽음을 제대로 맞이해야만 후회를 덜 하게 된다고 해요. 인생의 전반부는 성취하는 데 힘을 쏟는 삶이라면, 인생의 후반부는 하나씩 버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합니다.


『 슬픈 건 슬픈 것이다.

너무 슬퍼할 필요 없다는 얘기는 소용없다. 슬픈 감정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 - p69


준비된 사랑으로 함께한 임종은 훗날 치유된다 합니다. 그렇기에 갈바리의원에서는 가족 간의 관계 회복에 신경을 많이 쓰더라고요. 가는 사람은 가는 사람대로, 남는 사람은 남는 사람대로 후회가 덜 하도록 말이지요.

<블루베일의 시간>의 사연들을 만나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는 삶의 자세와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자, 떠나보내는 자 모두가 서로를 보듬는 시간 <블루베일의 시간>. 읽는 내내 특히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우리는 살아있을 때 얼마큼이나 사랑을 표현하고 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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