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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범죄를 공부하는가 - 최고의 프로파일러 표창원 박사의 두려움 없는 공부
표창원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범죄심리학적 수사기법인 프로파일링. 과학수사기법 CSI와 뗄 수 없는 관계죠. 영화나 미드에서만 보며 환상을 꿈꾸는 이들도 많을텐데요, 그런 분들에게 경찰대학 출신으로 형사 생활, 교수 그리고 현재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를 운영하는 표창원 박사의 이야기는 꽤 흥미진진하게 다가올 듯 합니다.

<왜 나는 범죄를 공부하는가>는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의 그의 삶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그 삶에 중심 축이 바로 공부하는 삶이고요.
반듯해 보이는 인상때문에 엘리트 코스를 보내왔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면을 많이 봤네요. 어린시절 비뚤어지고 독기 품은 반항아 기질을 폴폴 풍겼더라고요. 엄친아 모범생의 얼굴과 지능적인 악동 두 얼굴을 가졌던 그 시절을 어떻게 보냈길래 말입니다. 우울, 분노, 불안, 상처가 있었지만 그에 못지 않는 기쁜 사랑, 공감의 추억도 있었기에 크게 엇나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는 학창시절 이런저런 골치아픈 사건을 터뜨리면서도 그 와중에 공부는 또 곧잘 하긴 했더라고요.
오기가 있는 성격이던데 그게 장점으로 발휘 되었네요.

다른 이들보다 아무래도 기질상 정의에 대한 욕망은 확실히 남달랐던 것 같았어요. 너무 곧으면 부러진다고 옳다고 생각한 일을 밀어부치다 큰 코 다친 경험도 숱하게 있었지만요.
경찰대학을 나와 일선 경찰업무에서 경험한 범죄수사의 한계를 느낀 후 범죄수사에 대한 '진짜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셜록 홈스의 나라, 영국에서 5년간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이때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닌 정말 알고 싶어서, 스스로 하는 공부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해요. 경찰을 그만두고 교수가 된 뒤에도 공부는 계속되었지요. 범죄는 진화하니까요.

그의 삶을 보면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한 건 삶의 원칙과 공부였어요. 당시만 해도 경찰 업무는 공부가 필요없는 대상이었다 합니다. 그저 몸으로 뛰는게 최고라는 인식에 좋은 관계만 유지하면 된다는 식이었죠. 경찰대학 출신 경위로 처음부터 형사들의 세계에 합류해 몸소 뛰었으니 위계질서와 권위주의가 만연한 그 세계에 녹아드는 게 솔직히 녹록치만은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그런 유혹을 뿌리치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인 범죄수사기법을 배우러 영국으로 떠나기도 했고, 주변의 만류에도 꿋꿋하게 자기 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살면서 솔직히 그런 유혹에 빠져들지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거 아니겠어요.
<왜 나는 범죄를 공부하는가>에는 실질적으로 프로파일러가 하는 세세한 일은 나오지 않아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네요. 아무래도 미드의 환상이 너무 크게 남아있는 ^^; 하지만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그만의 길을 갈 수 있는 의지에 대한 이야기는 배울 점이 많습니다.

김진애의 <왜 공부하는가>, 조국의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표창원의 <왜 나는 범죄를 공부하는가>.
다산북스에서 나온 공부 시리즈 세 권을 모아봤네요. 건축가, 법조인, 경찰관을 꿈꾸지 않더라도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은 이들에게 공부의 역할을 알려주고 있어 청소년들이 꼭 읽어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