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 - 천부적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영어의 역사
필립 구든 지음, 서정아 옮김 / 허니와이즈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영어의 역사를 통해 세계사를 살펴보는 <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처럼 세계사를 훑어볼 때 이런 특수한 주제를 놓고 살펴보는 것, 의외로 재미있더라고요. 특히 영어 하면 오늘날 가장 많은 지역에서 통하는 언어잖아요. 국제 항공 용어로 사용되고, 위키피디아에 영어로 된 정보가 가장 많다는 것만으로도 언어로서의 영어는 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수천 개의 언어 중 왜 유독 영어가 세상을 정복하게 되었을까요. <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는 역사적 사건과 문학 작품 등을 통해 영어의 변화, 발달 과정, 세계화에 성공한 요인을 짚어봅니다.

언어는 민족의 혈통을 나타내는 족보와 같습니다. 정복시대에 언어마저 동화되어버리면 그곳의 언어는 결국 사라지게 됩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였어요. 고대 영어는 앵글로색슨인의 언어인데 숱한 침략어에 승리했던 셈이지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영어의 기초는 5세기 초 로마의 지배를 받던 영국에서 로마인이 떠날 때쯤 시작되었다 하네요. 로마인의 지배와 정착으로 영어에는 라틴어 흔적이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 고대 영어가 다른 언어와 만나며 다양하고 뉘앙스가 풍부해지면서 언어에 살이 붙게 됩니다.

영어 단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가득하고요.
예전에 읽었던 <빅데이터 인문학>에서 영어의 불규칙 동사와 규칙 동사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했는데 영어의 역사를 다룬 이 책에도 빠질 수 없죠. 원래는 불규칙동사가 대부분이었지만 -ed가 붙는 동사의 규칙 변화가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하니까 점차 불규칙동사의 수가 줄어든 거였어요. 그나마 사람들이 자주 쓴 용어만이 남아있게 된 거죠. 그래서 현재 남아있는 불규칙동사는 고대영어에서 비롯된 거라고 보면 됩니다.

각종 소설 같은 영어권 문학, 연설물 인용문을 발췌해 영어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언어 조작의 거장인 셰익스피어의 신조어 영향도 흥미로웠어요.
근대 문명에서 가장 중요한 세 요소인 화약, 인쇄술, 개신교. 그 중에서 유럽 대륙에서 영국으로 전달된 인쇄술이야말로 영어 발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네요. 글로서의 영어가 서서히 표준화되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그러다 대영제국 시대에 접어들며 식민지 건설로 인한 영어의 힘은 더욱 막강해지고, 과학 발달로 인한 수많은 기술 용어도 탄생합니다.

이쯤에서 영국에서 미국으로의 힘의 전환이 이뤄지지요. 미국 식민지 시대 유럽언어들은 미국 영어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이민자들의 천국인 미국에서 왜 자국어 대신 영어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미묘한 정치사회를 파헤칩니다.
미국의 독립 이후 미국 문화를 반영한 미국식 영어가 발달하게 된 과정을 통해 언어란 고정된 완성체가 아니라 생명체처럼 계속 진화한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됩니다. 오늘날의 영어도 신조어와 새로운 표현이 하루 3~4개씩 생기고 있다 합니다.

로마인, 앵글인, 색슨인, 노르만인 등 여러 종족 영향을 받아 탄생한 영어는 프랑스어, 힌디어, 스페인어, 아메리칸인디언어로부터 단어를 수입해 결국 산업, 졍제, 문화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진만큼 영어의 사용도 늘어나게 되었지요. 영어가 익히기 쉬운 언어도 아니면서 말입니다. 미국이 지닌 막강한 힘 때문에 지구상에서 가장 우세한 세계어가 된 영어.
지난 1,500년 동안 영어가 걸어온 길을 다룬 책 <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를 통해 영국, 미국의 역사적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알 수 있었어요. 단어의 어원과 변화를 보며 변화하는 언어의 속성을 알게 되었고, 이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업무를 위해 영어를 사용하는 수백만 사용자에 의해 앞으로도 영어의 발전은 꾸준히 이뤄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