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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의 세계사 - 인류의 문명을 바꾼 7가지 금속 이야기
김동환.배석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2월
평점 :

그저 과학에서 탐구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 금속이 실제로는 인류 역사의 모든 곳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음을 밝히는 책 <금속의 세계사>. 이 책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사용해 온 구리, 납, 은, 금, 주석, 철, 수은 일곱 가지 고대금속을 중심으로 금속이 인류의 삶에 얼마나 크게 이바지했는지 알려줍니다. 각 금속과 관련된 최초의 유물이 발견된 순서대로 소개하고 있어요.

고대 문명 형성 단계에서부터 화폐 제조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화폐금속'이라 불린 구리는 인류 최초의 금속입니다. 오늘날에도 동전의 주성분이죠. 하지만 요즘 10원짜리는 그저 구리 코팅이 된 것이라 장난감 같아요.
각 고대금속이 최초로 발견된 지역을 소개하는 것은 인류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 장소를 좀 더 생생하게 엿볼 수 있게 합니다. 그 고대금속이 어떤 큰 영향을 끼쳤는지 역사 속으로 빠져들다 보면 세계사 흐름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더라고요.

한때 금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은 금속계의 능력자 은의 역사를 통해 이집트 파라오부터 질병에 걸린 환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영역에 걸친 세계사를 알 수 있습니다. 독을 감별한다는 은수저의 능력도 제대로 알려줍니다. 파라오의 모습 재현한 그림을 보며 그동안 환상에 빠졌었구나 뒤통수를 맞기도 했네요.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귀금속인 금은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긴 하네요. 4대 고대 문명으로 우리가 배워왔던 문명보다 훨씬 이전에 바르나 문명에 의해 최초로 금이 사용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어요. 학계에서 미스터리였던 수수께끼가 풀리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어느 시대보다 신라 금관이 눈에 익지요. 신라에는 금광도 없었으면서 오직 모래 속에 섞인 사금을 채취해 그렇게 화려한 금 장신구를 만들었다 합니다. 위 사진처럼 금은 인간의 원초적 욕구를 고스란히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잘 만든 철 숯불구이 하나, 열 청동 무기 안 부럽다.", "이집트야, 전설의 아이템인 철 숯불구이가 눈앞에 있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철력은 국력, 철 숯불구이 길이 보존하세." 등 빵 터지는 말솜씨로 지루하지 않게 금의 세계사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금속의 성분이니 뭐니 눈이 헤롱대는 단어도 분명 있지만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인류 역사 속 비하인드 스토리와 접목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정말 가득했거든요.
주석과 관련한 역사 속 이야기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나폴레옹의 몰락을 부른 결정적 원인인 러시아 원정 실패 내막은 바로 주석으로 만든 군복 단추였대요. 세계 최초 남극점을 정복하기 위해 도전한 아문센과 스콧의 운명이 갈려진 것도 주석 섞인 깡통 때문이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라~ 이처럼 금속을 잘못 이해해 다뤄 국가 흥망성쇠에 영향을 끼치는 사태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철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화학혁명으로 금속의 급진적 발견이 18세기 이후 있었지만, 오히려 20세기 이후에는 발견한 금속이 희박해졌어요. 21세기에는 아직 단 한 개의 금속도 발견하지 못했다 합니다.
인류 최초 금속 구리, 인류에게 치명적인 두 얼굴을 보여준 납, 금속계의 능력자 은, 최고의 귀금속 금, 청동기 시대를 여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주석, 아직도 누가 최초 사용이었는지 밝혀지지 않은 철, 실온에서 유일하게 액체 상태인 수은.
역사 속 다양한 사건의 중심에는 금속이 있었습니다. 이 일곱 가지 고대 금속만으로도 지나간 역사를 들출 수 있었고, 인류 역사 속 금속의 역할을 통해 우리는 금속이 움직이는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성인은 물론 청소년부터 읽기 좋은 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