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 장석주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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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가, 시인, 소설가, 에세이스트, 평론가 등으로 활동 중인 장석주 작가는 문학, 철학을 독학으로 공부해 80여 권의 책을 펴낸 다작가이기도 합니다. 책을 그만큼 썼다는 건 읽은 책도 어마어마할 거란 짐작을 해보는데 역시나...... 장석주의 서재 부제가 붙은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에서 언급한 책만 해도 280권 이상이나 되네요.

 

 

중국 시인 베이다오의 시 한 구절에서 빌려 온 제목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책 읽기와 불면이란 접점이 묘하게 어우러집니다. 글 한 편이 끝나면 글에서 언급한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을 함께 소개하며, 한 가지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네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눠 매번 계절의 형상을 묘사하거나, 그날 한 일을 소소하게 이야기하기도 하며 일상 에세이 느낌으로 가볍게 문을 엽니다. 특히 봄 계절에 다룬 글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장면을 묘사하는 글은 나쓰메 소세키가 자연을 묘사할 때의 세밀한 감각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장석주 작가가 소개하는 책은 제가 읽어보지 못한 책이 대부분이었어요. 고전 소설, 인문서 위주의 책을 다루는데 그 주제가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벗는다는 것, 걷기에 대한 것, 놀이, 게으름 등...... 톡톡 튀는 주제도 많네요. 한 페이지 정도로 짧게 이야기하는 것도 있고, 몇 페이지에 걸쳐 폭넓은 지식을 펼쳐내기도 합니다.


헤세의 책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소개하는 글에서는 헤세가 정원에서 찾은 고요와 행복이 마음에 번지며, 내 고갈된 사색의 능력이 살아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 (p30) 라고 하니 그 느낌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기도 했고요.


 



그가 말하는 책 읽기가 주는 즐거움에 공감하기도 합니다. 제 의지대로 방향을 잡고 충만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사유하는 것이 책 읽기의 최종 목적이라고 하지요. 지식을 통섭할 수 있는 사유 능력의 총량을 키우는 것이 진정한 독서인의 모습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장석주 작가의 모습은, 진정한 독서인의 모습을 지향한 그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에 얽혀있는 책이 참 많습니다. 허투루 읽지 않고 지적 갈증을 채워나가며 두루 섭렵하되 사유하며 꼭꼭 씹어 읽어야만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철학자의 눈으로 슬쩍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내용이 무겁긴 하지만, 일반적인 평론가의 평론집에 비해서는 무겁지 않고 청정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어요.

 

 

 

『 책은 사람에게 스스로 운명의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준다. 』 - p255


장석주의 글을 읽으며 든 생각은, 그는 느리게 사는 사람이구나 하는 거예요. '느림의 리듬을 타고' 책을 읽고, 산책하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정말 부러운 일상이기도 하고요. 현재 우리는 머무름의 능력, 정적에 기대어 고유의 삶을 관조하고 누리는 습관, 사색적 삶, 시간의 향기를 잃어버린 상태라고 합니다. 지나친 분주함, 조급성, 활동적 삶에 자신을 내어줬다고요. 분주함에 여유와 한가로움을 자발적으로 헌납하고 있으니 메마른 삶이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색하는 삶을 지향하는 그의 생활방식과 그의 여유가 고스란히 담긴 그의 글을 읽으며 그 순간만큼이라도 느림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의 글을 통해 책 읽기가 삶에서 어떤 효용가치가 있는가를 따져보면 '느림의 리듬에서 얻는 사유의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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