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퓨처 - 로봇이 바꾸는 우리의 미래
일라 레자 누르바흐시 지음, 유영훈 옮김 / 레디셋고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과 로봇이 하나의 세상을 공유하는 시대를 이야기하는 <로봇 퓨처>,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10년 전 기술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10년 후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 짐작하기도 힘든데, 지금 아이들이 한창 경제활동을 할 나이에는 도대체 어떤 세상일지 상상하는 것 조차 힘듭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중심에 로봇공학이 있습니다.


로봇이라 하면 안드로이드 로봇이 먼저 떠오를 만큼 인간과 닮은 모습의 로봇이 가장 로봇다운 느낌이기도 한데 이외에도 의료기술에 사용되는 로봇, 탐사 로봇은 물론 로봇답지 않은 형태를 보인 각종 로봇까지 그 의미는 상당히 넓더라고요. 대체로 우리 눈에 익숙한 모습의 로봇만을 상상하게 되지만 앞으로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로봇 창조물이 우리와 공간을 공유하게 될 거라 합니다.


 

 

<로봇 퓨처>는 예측 가능한 모든 발전상을 살펴보며 로봇 진화에 있어 잇따를 중요 단계들을 상상합니다. 2030년부터 2231년까지 미래 상황을 짐작해 사례를 소개하는데요, SF 공상과학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네요.


이 책의 저자 일라 레자 누르바흐시 카네기멜런대학의 로봇공학 교수인데, 그는 20년 인간의 일반적 행동을 추적하고 이해하는 문제는 큰 틀에서 다 풀릴 거라고 합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터의 맞춤형 광고장면처럼 최적화된 마케팅 방법들이 일상화되며 그와 관련한 개인정보보호 문제, 사생활 보호 취약 등의 문제를 예견합니다.


 

 

 


누구나 맞춤 로봇을 쉽게 만드는 DIY 로봇 세상을 이야기하며 가까운 미래에 있을 법한 기술 발전 및 로봇 혁신을 소개합니다. 로봇이 우리의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해 로봇과 인간의 효과적인 쌍방향 시대가 열릴 거라고 하네요.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과 관련한 윤리적 문제도 짚고 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사생활 침해만 생각했었는데 새로운 시점으로 바라보게 하네요. 부당한 방식으로 탈인간화된 노예처럼 말입니다. 행동이 따르는 의사결정인 '작인' 능력을 우리가 로봇에게 주고도 로봇을 부당하게 대한다면 그것은 비윤리적, 도덕관에 모순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로봇이 인간과 동등하다는 게 아닙니다. 로봇을 개인 소유물처럼 다룰 텐데 로봇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우리의 윤리적 균형을 바꿀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기 때문에 문제소지가 있다는 거죠. 로봇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로봇과의 관계를 큰 틀에서 탈인간화하면 진짜 사람과의 관계도 아마 탈인간화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렇듯 현재 우리가 가진 '개념', '상식' 자체가 변하게 될 겁니다. 상상하면 인간이 인간다워지지 않는 세상으로 점점 변할 거란 소리니 좀 으스스해집니다.

 

 


인간 육체를 이용한 나노로봇을 상상하는 장면에선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지금까진 기존의 혁신 추세를 점진적 발전의 관점으로 추론해 로봇의 발전상을 예측해 왔지만, 점진적 방식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로봇 미래도 이야기합니다. 정신복제까지 소개하는데 허황된 공상과학이란 느낌은 들지 않을 정도로 있을법한 미래입니다.

 

 

 


인간관계에 기계류가 관여하며 사라져버리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저자는 인간의 정체성과 책임 개념을 언급합니다. 지금까지 세워놓은 사회적 법률 체계 기반은 허물어지는게 당연하고요. 요즘 벌써 나오고 있는 맞춤형 알림 같은게 모두 인간의 욕구를 '제조'하는 것이지요. 저자는 로봇공학이 인간 상호 작용에 영향을 주는 방식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합니다. 저자 본인이 로봇공학 교수이면서도 로봇기술의 극단적인 응용 사례, 실패사례, 윤리적 모호함 등 비판적으로 살피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로봇 기술을 이익이 아닌 공동체를 중심에두고 개발하는 것을 대안으로 삼습니다. 지금도 로봇 연구는 군사적, 산업 목적이 대부분입니다. 사회적 의식 있는 재단과 협업해 지역 사회에 필요한 것들을 밝혀내고 지역 현안에 로봇공학을 이용해 대처할 방법을 상상하도록 끊임없이 제기합니다. 미래의 길거리 과학, 특히 환경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로봇 혁신의 잠재력뿐만 아니라 한계까지도 고려해 사회적, 윤리적, 도덕적인 진정한 혁신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인류의 미래 기술을 상상하고 개발함에 있어 더 신중하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 로봇 혁명을 통해서 이 세계의 가장 로봇 같지 않은 성격을 확인한다. 우리의 인간성이다. 』 - p205


로봇기술의 발전을 예견하며 우리 물리적 세계에 파고드는 로봇을 상상하면 로봇이란 개념의 경계가 흐릿해지네요. <로봇 퓨처>에서 말한 미래의 각종 상황을 보니 인간사회에 파고든 로봇이라 말해야 할지 로봇사회 속에 남은 인간이라 해야 할지... 다가올 미래가 흥미진진하게 여겨지면서도 뭔가 섬뜩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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