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열전
태상미 지음 / STORY NU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카카오페이지에서 인기 연재되었던 태상미 작가의 <기생열전>, 입소문으로 들었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왔길래 읽어봤어요. 흔한 사극로맨스물이 아니라 독특하게 퓨전 사극이래요. 소설 배경시대가 현대거든요. 21세기 현재, 기생학교 미령관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니, 요즘 시대에 기생이라니~!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왜곡된 기생이 아니라 흥을 따르고, 시를 흘리고, 멋을 파는 한국기생의 참뜻을 보여준 소설입니다. 기생들의 시, 서, 가, 무, 악, 창 솜씨는 그야말로 우리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더라고요. 한마디로 21세기 기생학교 미령관은 인간문화재 육성관이라 할 수 있죠. 무려 문화재청 소속이기도 하고요.

 


 

기생이라 해서 다 같은 기생은 아닙니다. 혈통으로 이어받은 1패, 재능으로 지원한 2패가 있고, 퇴출당할 운명의 낙제생 3패가 있습니다. 게다가 가무와 악기를 다루는 예휘공이라 불리는 미령관의 남자 생도도 있는데 오로지 혈통으로서만 재능을 잇는 엘리트 집단 1패입니다.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신세계인 미령관. 특별한 날 외에는 외부출입을 막고 꽁꽁 숨어있는 세상이어도 사람 속은 바깥세상 사람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들 간의 우정, 시기, 사랑이 얽히고설킵니다. 특히 1패는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숙명인 기생의 삶에 발목 잡히는 건데 솔직히 가슴이 욱신거릴 정도로 안타깝더라고요.

 


고아원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근본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경제적 욕구가 높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생활적인 여주인공 이월. 알바판을 전전하며 사고 치는 왈패 소녀입니다. 어느 날 잃어버린 기타를 찾으러 미령관 담을 넘게 되는데 우여곡절 끝에 3패 인턴이 되어버렸네요. 체육복으로 버티며 기타 매고 다니는 이월의 모습에 미령관은 발칵 뒤집어지지요. 게다가 그 왈패 성격이 어디 갈까요. 인턴생활을 하면서도 사사건건 사고치고 다닙니다.

 


두툼한 페이지를 자랑하는 책인데 그 안에 사건이 참 많네요. 이제 끝날만 하다 싶으면 새로운 사건이 빵빵 터집니다. 이월이 출생의 비밀, 3패들과의 우정, 자신마저도 모르고 있던 능력을 알아봐 준 예휘공들과의 인연과 사랑...  이야기가 끝도 없이 술술 나와서 웹소설 연재작 출신의 로맨스소설을 읽으며 충족감을 느낀 건 참 오랜만입니다. 주 등장인물들이 이 시대를 사는 20대들이라 사고방식이나 행동에 공감이 잘 되기도 했고요. 주변 인물 중에서 몇몇은 비중이 상당한데 특히 이월이의 숨겨진 동생 단호 이야기는 유난히 가슴 아파서 눈물이 툭툭~.


 

 

소리, 가야금, 거문고, 무용 등 예술을 소재로 하다 보니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설명이 곳곳에 나와요. 태평무, 한량무, 승무 등 각종 춤도 소개되는데 음악과 춤을 글로 표현하는 문장이 참 곱더라고요. 무형인 소리를 표현할 땐 특히 은유나 감성적인 문장이 많았고, 미령관 내부에서는 사극 투가 나오고요. 퓨전 사극인 만큼 현대 말투나 왈패 같은 행동도 툭툭 튀어나와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힘과 깡으로 살던 이월이가 1패 기생이 되는 과정과 그 후의 인생살이, 와.. 이거 드라마 소재로 딱이다 싶네요. 웃으며 울며 재밌게 읽은 로맨스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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