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
윤희일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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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도 울컥합니다. 아빠라는 단어 대신 대입시키는 분들도 있을 테죠. 저는 결말이 해피든 새드든간에 읽는 내내 가슴이 쓰리듯 아플 것을 예감할 수 있는 책은 웬만하면 피해왔는데요, 김탁환 작가님의 『읽어가겠다』 책에서 고통과 슬픔을 마주 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후 생각을 살짝 바꿔 각오하고 읽은 책입니다.

 

  

십 년 전쯤부터 작성하기 시작한 아빠의 편지. 결혼날, 아빠의 노트북에 담긴 추억을 훔쳐 보게 된 딸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 막 두 줄을 눈에 담았을 때, 벌써 가슴 한편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 - p13

 

 

부모는 언제나 자식의 든든한 나무가 되어주겠단 마음이란 것... 저도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 마음을 인제야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의 아빠도 딸의 마지막 버팀목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딸을 키웁니다.

  

그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희생하며 가족과의 시간이 부족한 전형적인 아빠의 모습이긴 했지만요. 그러다 IMF 구조조정으로 실직 후 자존감은 바닥을 치게 됩니다. 딸에게만큼은 실직을 숨기고, 도서관을 전전하며 답답한 마음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IMF 당시 흔했던 가정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늙고 병들게 되어 병원에 드러누워 다른 사람의 힘에 의존해 사는 것, 자식에게 부담을 줄까 봐 노심초사하는 우리네 부모님들. 저도 친정엄마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순간 머릿속이 멍해지더라고요. 아이를 키우면서 저도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고요.

 

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었지만, 실직에, 아내의 죽음... 인생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든든한 마지막 버팀목이 되어주겠다 했지만 바로 그 무엇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은 그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딸의 수명이 다하고 나서 자신이 죽을 수만 있다면 가장 좋은 죽음일 텐데 라는 생각에서부터, 죽음 없는 이별처럼 절대 찾아올 수 없는 오지로 가 아빠의 죽음을 마주하지 않게 하느냐는 생각도 해보고요. 이런저런 계획을 다 세워보다가 결국 '배신'하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쯤에서 자신을 스스로 '정리'하려고 한다고요.

 

자살을 한 사람은 참으로 이기적이고 독한 사람이라는 질타를 받습니다. 아빠 역시 그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괴로움이란 전염되는 것이라고... 자신과는 다른, 행복한 시간을 딸에게 만들어주기 위해 그는 행복한 죽음을 택하겠다고 합니다. 딸이 나중에 아빠는 편하게 돌아가셨어요 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죽음을 하겠다고 이렇게 죽음을 준비하게 된 것이죠.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지 못할 바에는 사라져주는 게 더 낫다는 생각. 그런 마음을 먹었다고 그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요. 나이 먹으니 저절로 공감되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 글을 쓰면서 해피냐 새드냐 만큼은 언급해야겠단 생각을 하고 적었습니다. 이 책은 나름 해피엔딩입니다. 아빠의 죽음 준비는 결국 딸의 한 마디로 변하게 되거든요. 그 문장을 읽으면 존재 이유를 생각하게 됩니다. 살아 있다는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사실 말이죠.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는 부모의 마음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책이면서 자살과 죽음의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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