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이야기 - 내 딸과 딸의 딸들을 위한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강석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시각적 측면에서만 다뤘던 가슴 담론을 깨뜨리고, 당당히 젖가슴을 대하는 관점을 변화시키라고 말하는 환경저널리즘 분야 저널리스트 플로렌스 윌리엄스의 책 <가슴이야기>.  포유류 진화의 결정적 계기가 된 젖샘의 메커니즘을 파헤치고, 그중 유독 젖가슴이라는 형태의 특수성을 가진 인간의 모습을 수유진화론에 포커스 맞춰 설명하며, 산업화 이후 화합물질에 둘러싸인 환경 속에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젖가슴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내 주변 환경을 다시 둘러보며 환경호르몬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각종 산업용 화합물질이 젖에서 검출되었다는 기사 이후 수유라는 숭고한 역할이 이제는 다음 세대에게 산업 쓰레기를 물려주는 수단이 되어버린 상황에 놓였다는 것. <가슴이야기>에서는 수유를 통해 내 아이에게 어떤 독성물질을 전달하는지, 우리는 다시 순수한 젖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다룹니다.
 

 

 

 

그동안 우리는 가슴을 성적, 정치적, 사회적 목적에 의해 뒤틀린 시각으로만 바라봤습니다. 그저 수유의 기능으로만 보면 굳이 큰 형태가 아니어도 되었지만, 인간이 멋진 젖가슴을 지니게 된 이유와 과정을 젖가슴 진화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을 통해 소개합니다. 가슴이 빈약하면 질병으로 인식할 정도로 성형수술 혁명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실제 젖가슴 안에 들어있는 것을 과소평가해 온 상황을 꼬집습니다.


『 본질적으로 젖가슴은 환경의 내력을 담고 있는 신체 부위다. 이 책은 젖가슴이 환경의 영향으로 다듬어진 존재에서 어떻게 환경에 의해 손상되는 존재로 전락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는 생물학과 인류학, 의학 저널리즘이 들어 있다. 』 - p17

 

 

 



 

오늘날 환경은 사춘기가 빨라지고, 유방암 위험이 커지고... 모유에 독성물질까지. 그저 사춘기가 빨라지는 게 좋은 일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이뤄진 것도 아니라는 것에 경악했네요. 게다가 모유에 들어있는 독성물질의 영향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습니다. 현재의 환경은 유아부터 청소년, 임신과 수유, 폐경에 걸쳐 전 생애에 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환경의 영향에 왜 유독 젖가슴이 크게 반응을 하는 것일까요. 젖가슴에는 다른 신체기관에 비해 다양한 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호르몬 수용체가 있어서입니다.

즉, 과민반응하게끔 설계된 것이죠. 여성의 삶에서 에스트로겐 노출기간에 따라 사춘기, 유방암과 모두 관련이 있더라고요. 젖샘은 임신에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어 그만큼 내외부 신호에 반응력이 엄청나게 좋은 셈이죠.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합성화합물 인간의 호르몬 시스템을 교란시켰습니다. 에스트로겐 유사 호르몬 반응을 일으켜 결국 환경에 의해 우리 몸은 후성적 변화를 일으키게 됩니다. 내분비교란물질로부터 나를 안전하게 지킬 수 없는 환경에 놓였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제는 수유가 독소 운반이라는 우울한 상황입니다.


그러면 모유 수유를 안 하면 되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저자는 수유의 목적을 제대로 짚어줍니다. 수유의 일차기능은 영양이 아닌 보호라는 것이죠. 유익한 미생물을 아이에게 전달하는 것인데 모유의 성분이 변하고 있으니 이 중요한 기능이 훼손된 셈입니다. 게다가 꼭 수유를 통해서가 아니어도 세대를 잇는 독성물질을 영향은 엄청났습니다. 신생아 제대혈에 많은 종류의 발암, 독성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기사가 생각나네요.
 

 

 

 

 

『 모유 수유는, 서로 주고받는 복잡한 그물망을 이루고 있는 세계에 우리 몸을 연결하는 생태적인 행위이다. 』 - p301


2004년 유엔은 최악의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21가지에 대한 사용금지, 엄격 제한하는 스톡홀름협약을 진행했고, 미국은 협약 비준을 하지 않았지만 한국은 다행히 비준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부터 시행 중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를 제한하면 새로운 화합물이 대체되어 쏟아져나오는 시대입니다. 그 화합물 독성검사에 젖샘을 빠뜨리지 말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게다가 여성만의 문제만도 아니더군요. 미국 캠프 르준 사례는 처참했습니다. 이 지역 식수가 오염되어 수많은 남자에게 유방암을 안겼습니다. 남자들은 수유하지 않으니 젖샘의 영향이 덜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생각조차 깨어진 거죠.


<가슴이야기>는 산업화학 물질이 우리 몸과 젖을 오염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젖가슴은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거죠. 이것은 결국 인류 종의 존재에 관해서까지 영향을 끼치게 될 거라고 저자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정수기 물이 나오는 튜브, 샴푸, 비누, 보습제, 인조가죽, 장난감, 운동화, 영수증 등...  일상생활에 얼마나 많은 화합물이 있는지 알게 되니 놀랍더군요. 노출되지 않게 해야 하지만 정부의 규제가 있지 않은 이상 사실 힘든 일입니다. 그나마 알려진 독성물질은 규제조치가 이뤄졌다 해도, 대체된 수많은 물질의 정확한 영향은 오랜 시간이 흘러야 밝혀지기에 결국 우리는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편리함 속에 감추어진 화학물질의 무시무시한 실상을 알아야 합니다.


수유를 했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이 문제를 고민한 저자 덕분에 환경과 독성물질의 영향에 대해 더 경각심을 가지게 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멸종> 책에서도 제6의 멸종은 인간이라는 경고를 했는데요, 이 제6의 멸종은 산업혁명 이후 각종 개발로 이어진 환경오염, 지구생태계 파괴에 인한 인류 스스로부터의 위기라고 논했습니다. 젖가슴은 산업화한 삶을 비추는 세밀한 거울이라는 것, 진화를 이끌어 왔던 젖이 이제는 진화를 방해하는 상황에 놓인 심각성을 인식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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