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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터넷상에 공개된 줄거리 외에 결말 스포는 없으니 안심하고 읽어도 되는 리뷰입니다 ^^
곧 개봉하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개훔방)>의 동명 원작소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정말 재밌네요. 원작 소설을 읽고 나니 소설캐릭터보다 더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 영화도 엄청나게 궁금해집니다. 외국소설을 국내 영화화한 것도 최초라고 하더라고요. 영화화한 것은 영화 보기 전이든 후든 꼭 원작소설을 읽어야 더욱 제맛인 거 아시죠. 흐름도 빠르고 재밌기까지 해서 앉은 자리에서 딱 다 볼만한 책이에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원래 몇 년 전에 출간된 책인데 영화화 기념으로 새롭게 양장본 개정판이 나왔네요. 띠지에 개훔방 영화 포스터가 콕 박혀있어 더 귀여워요.
어느 날 어디론가 사라진 아빠. 집세 낼 돈이 없어 살던 집에서 쫓겨나 자동차 생활을 하게 된 가정의 딸이 주인공입니다. 엄마와 남동생이 있는 꼬마 소녀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순수한 동심이 보이다가도 영악한 꼬마 악동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그렇네요.
우연히 잃어버린 애완견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급하겠다는 사례금 전단을 보고, 지긋지긋한 자동차 생활에서 벗어날 길은 바로 개를 훔쳐 사례금을 타내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참 쉽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위해 노트에 규칙들까지 세세하게 기록하는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빵 터지더라고요.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릴 지경입니다. 그러다 규칙 목록에 딱 맞는 개를 드디어 발견합니다. 부자로 보이는 주인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개, 윌리입니다.
이런저런 배꼽 빠지는 일이 중간중간 있지만 어쨌든 일은 순조롭게 풀리고, 개도 잘(?) 훔쳐냅니다. 하지만 일을 벌이고 나니 결국 저질렀다는 끔찍한 기분과 함께 조금씩 후회가 되기 시작하지요. 돈을 모으는데 보탬이 될 방법으로 이 아이가 생각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양심에 찔려 이래저래 속상해합니다.
『 마음 한구석이 찌르르 아렸다. 내가 한 짓은 정말로 큰 잘못일까? 아니면 아주 약간만 잘못일까? 』 - p137
『 개는 가족이나 다름없어, 역시 그렇지? 』 - p171
개를 훔쳤다는 죄책감이 어깨를 짓누르는데 결국 이 아이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요. 결말 자체는 짐작할 수 있어도,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바로 이 소설과 영화의 매력 포인트일 겁니다. 영화에서 최민수가 맡은 역, 노숙자가 큰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의 말과 행동이 아주 멋져요. 배우 최민수랑 이미지가 딱이더라고요.
엉망진창인 현실을 감춘 채 더없이 정상인 삶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는 주인공을 보면 마음이 애잔해지기도 합니다. 요즘은 쿨~한 시대잖아요. 만약 이 가정환경을 바탕으로 한 옛날소설이라면 곡소리 나올만한 장면도 꽤 많았겠다 싶은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참 씩씩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억지웃음을 보이지도 않고 성질나면 성질나는 대로 화 팍팍 내기도 하는 엄마의 모습, 오히려 더 현실감 있었고요. 망연자실함을 이겨내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보며 소중한 가치를 얻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