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로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세키의 소설을 보면 시골에서 도시로 온 젊은이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눈에 띄네요. 당시 개화된 일본의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전통적인 일본과 새로운 서구 문명이 혼재된 시대를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드러내고 있습니다. 본격 청춘 연애소설의 시작을 알린 《산시로》는 규슈 시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의 대학에 들어간 '산시로'라는 청년을 통해 대학생 산시로의 지적 청춘상을 그려냈습니다.

 

시골 청년 산시로는 복장 터질 수준의 내성적인 인물입니다. 도쿄로 오는 중에 만난 한 여인과의 하룻밤에서도 "실례지만 저는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 남의 이불에서 자는 걸 싫어해서...." 라며 아무 일 없이 밤을 보내니 "당신은 참 배짱이 없는 분이로군요"라고 그 여인이 말할 정도로요. 이 배짱 없는 성격은 앞으로의 일에도 영향을 줍니다. 신세계 같은 도쿄에서 평범한 촌놈이 도시생활을 하려니 자신감도 없어지고요.

 

 

 

도쿄 대학 내 연못가에(일명 산시로 연못) 쭈그리고 앉아있다 연못 주위를 산보하던 미네코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일명 캠퍼스 소설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립니다.  

 

 

 

 

산시로는 세 가지 세계관을 갖고 있습니다. 벗어던진 과거이자 일시적인 도피처 역할을 하는 고향, 속세를 벗어난 학문, 다가가기 힘든 여성. 이렇게 세 세계를 뒤섞어 고향에서 어머니를 모셔오고, 아내를 맞이하고, 학자의 길을 걷는다면 완벽한 이상의 세계가 될 거라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으로서는 격렬하게 움직이는 현실 세계조차 쉽사리 다가가기 힘듭니다.

 

 

 

 

신여성을 대표하는 미네코와 거기에 끌리는 산시로. 둘의 관계는 일명 썸 타는 관계, 밀당이라고 하기도 뭣할 정도로 산시로가 미네코에게 휘둘리는 일방적인 모습이 많긴 하지만요. 은행에 통장을 두고 돈을 자유자재로 입출금 하는 미네코에게 이런저런 사연으로 돈을 빌렸다 갚게 되는 상황에서도 돈을 갚아버리게 되면 미네코를 더 이상 볼일이 없어져 멀어질지, 볼일이 없어져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하고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산시로에게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인 미네코의 밀당은 아무리 미네코가 마음을 은근슬쩍 보여도 산시로 입장에서는 손에 잡히지 않는 상태일 뿐입니다. 미네코로부터 시작된 산시로의 청춘은 자기 자신을 잃고 허둥거리는 일본의 모습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신시대 교육을 받고 교양을 갖춘 하이칼라족 청춘이니만큼 소세키는 쿨하게 마무리 짓더군요.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참 좋았어요. Stray Sheep, 길 잃은 양 같은 어정쩡하게 붕 뜬 상태인 그들. 낡은 일본의 압박, 새로운 서양의 압박 둘 다 견딜 수 없는 신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마음의 자유를 위해 고뇌하는 시기를 잘 표현한 소설입니다. 물론 지금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들은 보통 사람의 보통 청춘을 겪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도 않았습니다. 연애소설로 바라보면것 없이 썸 타다가 너와는 인연이 아닌가 보다 수준으로 끝나버린 셈이지만 그 나이대 청춘의 고민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