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입시
미나토 가나에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고백>, <속죄>, <모성> 등 학원 미스터리 작가로 유명한 미나토 가나에의 《고교 입시》는 기존과 다르게 작가가 고등학교 입시를 주제로 드라마 대본에 도전한 작품으로 일본에서 2012년 드라마 방영되었던 것을 소설화한 책이네요.

 

 

등장인물이 굉장합니다.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이야기하는 방식이라 처음에는 이름이 익숙치않아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인물 각각의 특징이 고스란히 구별되어 읽는데 어려움은 없어지더군요.

  

지방 공립 고등학교이지만 그 지역 사람들에게 가장 우수한 고등학교로 통하는 '이치고'.

이곳을 다닌다는 의미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이치고에만 합격하면 이후에는 천하의 도쿄대에 가든 백수가 되든 상관없을 정도로 이곳에 합격하는 게 목표인 부모들의 모습을 보며,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네요.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승부로 생각하며 사는 모습이었습니다.

 

소설 고교 입시 일주일 전, 시험감독으로 들어갈 선생님들의 회의로 시작합니다. 예전에 채점 실수라는 오명을 갖고 있던터라 이번에는 특별히 주의를 당부하는 분위기죠. 그런데 입시 하루 전날, 교사 사물함에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는 메모가 발견되고 다양한 사건사고가 소소하게 일어나지만 학생들 장난으로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리네요. 하지만 입시당일 수험생이 휴대전화를 소지한채 벨이 울리는 사건, 답안지가 한 장 부족한 대신 백지 답안지가 끼어든 사건이 일어나며 학교 관리측, 교사, 수험생, 재학생, 학부모들간에 말꼬투리 잡기가 시작됩니다.

 

 

『 최종 목표가 고교 합격이라니, 열다섯 살에 인생을 정하는 거냐? 』  18:25

- p26

 

이치고 교직원들, 학생, 학부모. 각 인물들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스토리 사이사이에 온라인 실시간 글이 올라오는데 이 부분이 참 섬뜩하더라고요. 과연 이 메시지들의 의미는 뭘까 궁금해하며 열독하게 되네요.

 

 

1점, 2점으로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는 입시 전쟁은 그야말로 점수로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게되는 일이었습니다. 채점 실수처럼 생각지도 못했던 아주 작은 실수가 타인의 인생을 좌우하기도 하고요. 이번 입시에서는 각종 사건으로 의원 딸, 동창회장 아들이 사소한 점수차로 얽히게 되며 어떻게 해결을 보느냐에 따라 그 아이들의 인생이 달라지게 될 상황입니다.

 

「 자신의 노력으로 만족을 얻는 게 아니라, 타인의 실패로 만족을 얻는 사람이 되지 않길 바란다. 」 - p181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고 선동하는 이 사건의 주도자는 입시에 대해 이치고 또는 이치고 교사에게 원한을 가진 인물일지, 비공개에 가까운 상황에서 실시간 글이 공개적으로 올라오게끔 내부정보를 흘리는 인물은 또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런 일을 벌이는 건지 반전의 반전이 이어집니다.

 

많은 화자가 자신의 시점으로 이야기하는 《고교 입시》는 드라마 대본으로 작업한 것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미나토 가나에 작가 특유의 스릴러 분위기는 조금 덜한 느낌이었네요. 

제가 학교 다닐때만해도 지역별 비평준화였던 시기여서 고교 입시라는 이 상황을 겪는 수험생, 학부모 입장이 유난히 공감 많이 되었어요. 모 지역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과 그 학부모는 근처 타지역 학교와 학생 수준을 낮춰보는 시선이 만연했던 시절이었거든요.

수험생을 배신하지 않는 입시 제도를 위해 교사, 학부모는 물론 우리 사회가 생각해봐야 할 주제를 다루고 있어 가볍게 책을 덮을만한 내용은 아니네요.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고등학교가 인생의 최종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누구나 마음속으로는 수긍하지만 현실에서는 반대인 이 사회가 안타깝습니다. 교육체제의 올바른 변화를 무턱대고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실상은 우리 개개인 자신의 가치관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개인의 변화가 점점이 모여 결국에는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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