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다 - 삶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
샬럿 조코 백 지음, 안희경 옮김 / 판미동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마음을 다스리고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교 내 다른 전통적 방법과 심리학적 방법을 병행한 평상심 선종의 주창자인 '샬럿 조코 백'의 설법이 담긴 가만히 앉다》. 미국 1세대 불자들에게 정신적 스승이라 불리며 미국에서 선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고 2011년 입적하셨네요.  

 

저자는 ​보통의 인간관계 속에서, 커리어와 야망의 딜레마를 털어놓는 것이 바로 참선이라고 말합니다. 커리어 우먼이었던 조코는 전통 일본 선이 가진 가부장적인 면을 벗어나 권위나 자기중심적 독단 없이 참선을 가르쳤습니다. 미국의 풍토에 스며드는 현대인의 기질과 생활방식에 맞춰 고유한 선을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조코는 느리지만 건강한 수행을 선호합니다. 자신들의 삶 속에서 수행할 수 있는 그들만의 길을 찾게끔 안내합니다. 이 책은 조코의 법문을 간추려 놓은 선집이라고 보면 됩니다. 정규법문과 비공식적 문답이 엮여져있습니다.

 

『 우리에겐 자기중심적인 마음이 있어 자신을 많은 문제 속으로 들여보낸다,. 스스로 생각하는 방식에 오작동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인간이 받은 가장 위대한 축복인 '자체 인식 능력'은 오히려 우리를 몰락시키는 원인이 된다. 』 - p25

 

 

누구나 삶의 어떤 지점에서 사는 것이 힘들고 당혹스러우며 숨 막히는 것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삶을 대하는 맨 처음 단계는 외부에서 해법을 찾는 전형적인 수준에서 시작하며 그런 다음에는 한 단계 나아가 이런 식의 사고를 약간만 좇게 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마지막에는 마침내 내면으로 돌리게 되는데 불행하게도 이 정신적 추구단계에서 조차도 이전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려고 한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참선 등 수련을 하면서도 평소 가졌던 생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깨달음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한다면 난 행복해질 거야.', '정말이지 해탈을 조금만이라도 경험할 수 있다면 행복할 텐데.' 처럼 제한적인 관점에 갇혀 있는 상태라는 것이죠. 깨달음은 도달할 그 무엇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합니다. 참선을 통해 온 정신을 차려 생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려면 '바로 지금 여기'에 집중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에 집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주의할 것은 수행을 하면서 변화를 바라며 어느 곳에 도달하려는 것, 이것조차 욕망이며 오류라고 합니다. 머릿 속 생각에 사로잡혀 휘둘리는 세상을 떠나야 합니다. 그런 능력을 기르고 힘을 키우는 것이 '수련'의 참의미입니다. 이는 인간으로서 삶의 품격을 완전히 탈바꿈하는 일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으뜸이라고 말합니다. '그저 거기에 있는다'를 실천하려면 각각의 생각에 이름표를 붙이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 삶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우리의 삶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지할 수 있도록 세세하고 꼼꼼하게 생각을 분류하면 결국 고요히 가라앉게 된다고 합니다. 결국 이것은 자기중심적인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에 진정한 수행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겁니다. 그동안 상자 속에 감춰뒀던 모든 것과 마주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 가장 어렵고 교활한 건 다름 아닌 우리가 생각하는 '정신적' 진실이라는 허상이다. 우리는 거기에 매달려 집착한다. '정신적'이라고 불리는 것에 매달린 집착이야말로 활동력이 왕성해서 오히려 정신적인 삶을 훼방 놓는다. (중략) 스스로 어떻게 되어야 한다거나 타인들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그림을 갖고 있다면 집착하는 것이다. 』 - p351

 

삶과 관련 있는 참선 수행에 관한 질답, 좌선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 매 순간 현재에 머물 수 있는 방법, 수행의 올바른 방향, 정신적 수행이라 불리는 영역에서 잘못된 오류와 해석들 등을 이야기하며 집착 없는 수행이야말로 군더더기 없이 단출한 진정한 삶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방석 위에 몸을 붙들어 놓음으로써 그 시간만큼이라도 마음의 습관을 굴리지 않으려는 노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가만히 앉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마음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하며 매 순간 일상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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