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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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북도 출생인 백석 시인은 재북시인이라 우리 문학사에 반세기 동안 금지되었다가 늦게나마 재조명 된 작가입니다.

우리 아이가 어렸을때 좋아했던 동화 <개구리네 한솥밥> 덕분에 백석 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분의 시는 이번에야 제대로 접하게 되었네요. 다산책방의 백석 시집은 95년에 출간되었다가 예쁜 표지의 새 옷을 입고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시집에는 93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백석 시인의 시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시가 바로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제목의 시예요. 역시나... 단 한번만 읊고나서도 푹 빠져버리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는 시였습니다. 계속 "눈은 푹푹 나리고"라는 말이 맴돌더라고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나타샤가 누구인가에 관해서는 법정 스님에게 길상사를 시주했던 자야 라는 여인과의 인연설이나 그 외 백석을 가슴에 담은 여인들의 이야기가 있긴하지만 솔직히 나타샤가 누구를 의미하는지는 백석이 살아돌아와서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진실이겠지요.

 

 

 

백석의 시는 삶의 소중함, 그리움, 자연의 풍광, 민족의 기상 등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내보이고 있습니다. 단어 자체는 분명 소박하고 수수한 향토적인 모습인데 시를 접하면서 드는 느낌은 참 멋스럽고 예쁘다라는 느낌이었어요. 아주 짧은 시부터 장편시까지... 어떤 시는 동양화 느낌이, 어떤 시는 서양화 느낌이 나면서 시를 읽으며 그 스토리를 상상하게 하는... 이야기와 사연이 담긴, 그의 삶이 담긴 시가 마음을 사로잡네요.

 

 

 

 

백석은 어린 시절 여우가 많이 살았다고 해서 여우난골 이라 불리는 산골 마을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집안 족보까지도 고스란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년시절을 회상한 <여우난골족> 시는 참 독특한 맛이 있었습니다.

 

 

열 아홉살에 쓴 단편 『그 모母와 아들』이 조선일보 신년현상문예에 당선된 것을 계기로 일본 유학길에 올라 영어를 전공한 백석은 귀국 후 신문사에서도 일하다가 영어교사로도 일하는 등 당시 엘리트스런 면모를 보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특유의 그의 스타일은 모던보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만큼 멋쟁이였고요. 하지만 그의 시는 젠체하지 않고 고향인 평안도 방언을 보편적인 시어로 해서 백석만의 방언주의를 만들어냈습니다. 구수한 방언을 어쩜 그리도 세련되게 사용했는지, 낭만적인 시어가 아닌데도 낭만적인 감성이 느껴지니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1936년 33편의 시를 담은 첫 시집 『사슴』은 모더니즘시의 진수라고 평가받습니다.

 

 

 

▲ 길이가 긴 장편시는 방언 해석도 상당한 양을 차지합니다

 

 

 

 

윤동주, 김기림, 노천명, 신경림, 이중섭, 박수근 등 여러 문인과 화가들이 백석의 시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백석을 사슴이라 불렀던 노천명의 시에도 나타나는데 우리가 멋모르고 그냥 알고 있었던 바로 그 <사슴> 이란 시처럼 한국 정체성의 상징으로서의 백석 시인의 재조명은 그가 끼친 영향이 어디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이후 작가들의 작품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겠더라고요. 

 

 

 

 

시는 소리내어 읊으면 그 맛이 제대로인데 백석의 시는 특히나 낭송의 맛을 느껴보세요. 평북 방언이 많아 무슨 뜻인지 아리송한 단어가 많긴 하지만 읊조리다보면 희한하게도 대충 그 의미가 짐작되더라고요. 시를 통해 감동을 받고 영감을 얻는다는 것의 의미를 솔직히 저는 제대로 느낀적이 없습니다. 문학소녀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시집을 읽으며 이게 시맛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으니 느즈막히 만난 백석 시와의 인연이 참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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