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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열 갈래의 길
유예진 지음 / 현암사 / 2012년 10월
평점 :
프랑스 현대문학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소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주인공 마르셀이 작가로서의 소명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방대한 분량의 이 소설을 읽고 있거나 중도포기한 독자, 프랑스 문학에 관심있는 독자에게 프루스트의 소설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책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 / 현암사》은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실명
또는 가명, 익명으로 등장하는 인물들과 프루스트를 연결하는 고리를 보여준다. 이 소설에 언급된 소설가, 시인, 극작가 등 일곱 명의 실존작가와
프루스트가 창조한 소설 속 인물 베르고트, 그리고 출판인, 비평가까지 총 열 명의 인물을 통해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프랑스 문학 사상을
간접적으로 접하며 프루스트의 문학관과 작가론을 살펴본다.
프랑스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편지들을 남긴 서간문 작가 '세비녜 부인'의 밝은 어머니상을
표상한 마르셀의 외할머니와 어머니. 특히 어머니가 마르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세비녜 부인처럼 다른이가 알 수 없게 암호같은 문장을 인용하는데
세비녜의 글을 모른다면 독자 역시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
17세기 프랑스
비극작가 '라신'의 작품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소유에 대한
통찰, 동성애자, 할머니와의 관계 재조명 수단으로 사용된다.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 사회의 다양한 인간 군상의 속성을 파헤친 '발자크'는
프루스트 자신의 평생의 작품의 제목과 구성에 영향을 끼쳤고, 여성작가 '상드'는 소설의 처음과 끝에 언급하며 유년시절 추억과 작가로서의 소명을
확신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프루스트와 여러모로
닮은 '플로베르' 작가는 문체를 중요시한 느림의 소설을 추구했는데
플로베르를 모작하며 글쓰기 연습한 프루스트는 소설에서 직간접적으로 플로베르의 작품을 흔적남기고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소설 마지막 권 <되찾은 시간>에서는 공쿠르의 일기 모작을 끼워 넣음으로써 일기문학의 걸작을 남긴 '공쿠르 형제'를 언급하고, 몰이해의 대상이자 난해한 시인으로 취급받은
상징주의 시인 '말라르메'도 볼 수 있다.
프루스트의 작가론을
상징하는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인 '베르고트'를 통해서는 작가에 대한
프루스트의 사유를 보여준다. 그를 통해 프루스트는 자신의 문학론과 작가론을 펼치는데 프루스트가 뛰어난 예술가가 되기 위해 필수적이라 명한 조건인
자기만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소설가를 이야기한다.
「 프루스트는
세비녜 부인에게서 자신의 글쓰기를 통해 추구하는 것, 즉 무엇을 표현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중요성을 엿보았을 것이다. 」 -
p4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출간한 출판인 '지드'를 통해 작가와 출판인과의 관계에서
차츰 사적인 감정과 생각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한 과정과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달랐던 둘 관계를 보여주고 있고,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안다."라는 프루스트의 소설을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요약한 유명한 문장을 이용해 독자들에게 독서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중요한 지침을 한 순수 마르셀주의자였던 '바르트'를 통해 프루스트 사후 비평가 역할을 한 바르트가 바라본 프루스트를
이야기한다.
수십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루스트는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마르셀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소설 속의 '마르셀'은 작가 '마르셀'이 아니라고 고집스럽게 주장했다한다. 소설 속 1인칭 화자인 '나'를 작가인 '나'와 엄격히 구분하려는
노력은 작품의 위대함은 그것을 창조한 작가와 구분되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예술가들은 공통적으로 개인으로서의
'나'와 예술가로서의 '나'가 상당히 대조적이다. 작품을 보며 상상했던 이미지와 실제 겪는 경험의 괴리에서 오는 실망감이 소설속에 나타나는데
이렇듯 다양한 예술가들을 통해 프루스트는 예술가의 진정한 가치는 오로지 그가 창조하는 작품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개인이나 가족, 사회적 잣대를
적용시켜서는 안 된다는것을 말하고자 한다. 이런 믿음때문에 중년이 된 소설 속 마르셀은 남은 자신의 삶이 아무리 평범하고 시시해 보일지라도
소설의 소재로 선택한다.
프루스트는 소설 속에서
마르셀의 입을 통해 작가의 문체에 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작가의 문체는 화가의 색채와 마찬가지로 기술이 아니라 예술가의 시선을 반영한다라고
말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느낌과 인상을 단숨에 표현하는 인상파 화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미묘하고 섬세한 심리 분석으로 일관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프루스트의 문체를 여실히 느껴보면서 진정한 작가로서의 소명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아직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지 않은 나로서는 프랑스 문학 작가와 작품, 그리고 프루스트의 삶과 그의 작가관을 보여주는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
/ 현암사》을 먼저 읽음으로써 배경지식을 넓히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이해하기 쉽게 쓰여있어 자기만의 특색을 가진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픈 마음을 제대로 부추기는 책이다. 더불어 소설에서 언급한 화가들을 알아보고 그림을 대하는 주인공 마르셀의
시선을 분석한 《프루스트의 화가들 / 현암사》 역시 그의 소설을 새롭게 읽는데 도움주는 책이니 함께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