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수학 - 세상을 움직이는 비밀, 수와 기하
EBS 문명과 수학 제작팀 지음, 박형주 감수 / 민음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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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문명의 진보에 기여했다고?!

 

EBS 다큐크라임 5부작 <문명과 수학> 다큐멘터리를 다듬고 내용을 추가해서 이번에 민음인에서 출간된 《문명과 수학》수학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수의 발견, 최초의 곱셈, 미적분 등을 어떻게 일반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쉽고 간결한 방식에 더해 정확한 내용 검증이 수반되어 수학적 깊이를 담으면서도 최대한 쉽게 전달하려는 《문명과 수학》을 통해 '눈에 보이는 세상 너머, 드러나지 않은 이면의 세계를 좇는' 학문인 수학이 우리 삶에 내재한 것임을, 또한 그것들이 보이지 않게 문명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명과 수학》에서는 수는 어떻게 생겨났는지 인류 최초의 문명 이집트를 통해 살펴보고,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수학에 매달린 이유, 종교의 나라 인도에서 인류 최고의 발명품 0이 탄생한 내력, 그리스 수학과 인도 수학이 아랍으로 녹아들어 대수학의 엄청난 도약이 이뤄졌던 이슬람권 수학,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치열했던 싸움을 통해 움직이는 세계, 미적분의 수학을....그리고 저주받은 난제에 도전한 천재 수학자들의 도전을 통해 우리 삶에 녹아든 수학의 본질을 살펴본다.

 

 

 

《문명과 수학》에서 말하는 '수'는 생존의 필요에 의한 막연한 셈의 단계를 넘어선 수를 의미한다. 고대 이집트 왕의 무덤에서 발견된 파피루스 기록을 매개로, 왕국 경영에 필요한 지식이 수학이었음을 보여주며 수의 개념이 이집트 문명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고 전개된다.

 

『 수란 인간이 세계의 원리를 드러내는 가장 고도화된 이성적 표현일지도 모른다. 』 - p33

 

세계 4대 문명의 하나인 이집트 문명을 통해 수학의 창세기를 엿볼 수 있다. 공평하게 농민들에게 땅을 나눠주고 세금을 거두려면 '도형에 대한 연구', 즉 '기하'를 제대로 해야만 했다. 피라미드 건축에 동원된 인부의 급료 분배의 문제는 '분수'를 이용해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만물의 근원이 무엇인지 밝히고 싶어했던 그리스 시대로 넘어가면 수를 만물의 중심 원리로 파악한 피타고라스 학파에 의한 수학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수학은 철학자들이 자신의 사상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추상적 개념에 이르는 세상 만물이 모두 수로 이야기되던 시대. 세상을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수, 결국 수학은 피타고라스에서 출발한 셈이다. 

 

 

 

수학사의 가장 큰 혁명이 이뤄진 0의 발견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영원에 대한 동경을 가진 종교적 의미가 큰 인도인들의 믿음은 '큰 수'를 갈망하게 되고 뜻밖의 위대한 수 0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가장 작은 0을 만들고서 큰 수를 표현할 수 있게 된 아이러니다. 인도의 기수법과 산술은 상업, 공학, 금융 등 실용적인 계산술의 발전을 부른다. 

 

이후 아랍 수학은 문명의 용광로 역할을 하며 기하학 위주의 그리스 수학과 현실지향적인 인도 수학을 융합한 응용수학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이는 근현대에 이르러 수학사에서 가장 치열한 대결을 벌인 뉴턴과 라이프니츠에 의한 미적분의 세계로, 움직이는 모든 것을 계산하는 마법과도 같은 수학세계에 이르게 된다.

 

수학이 내 삶에 그다지 연관되어 있지 않다 생각했는데 우리는 본능적으로 수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보기만 하면 바로 개수를 세어보고, 그 양을 가늠한다. 어떤 것은 높이가 눈에 들어오고 어떤 것은 넓이가 아주 중요하다. 이를 통해 득과 실을 구별짓기도 하고 비교 우위에 따라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수학적 감각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수학과 문명의 상관관계를 통해 수학의 본질을 찾아가는 이 여행을 이제서야 만난 것이 아쉬울 지경이다. EBS방송 당시 시청자들의 한결같은 평은 10대때 이 책을 봤더라면... 이라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을 해보는 시간이 있었더라면 수학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변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철학따로 수학따로 과학따로가 아닌 우리 삶의 학문으로서의 수학의 모습을 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순히 수학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다뤘다기보다는 수학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철학적 의미로 탐구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우리 삶과 연관이 있게 발전이 된 것인지 수학의 힘이 가진 경이로움에 빠져든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다루지 못했던 이슬람권 수학과 수학적 지식을 보강한 부분은 책이 가진 깊이감을 더하고 있다.

 

 

세계의 근원을 묻고 진리를 탐구하던 영역으로서의 수학. 수식을 보면 여전히 현기증이 나지만 우리 삶에 내재하고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수학의 본질을 탐구하다보면 묘한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낀다. '난해한' 수학의 이미지를 바꿀 계기가 되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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