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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의 인생 매혹의 요리사 - 파격과 야성의 요리사 열전
후안 모레노 지음, 미르코 탈리에르초 사진, 장혜경 옮김, 박찬일 감수 / 반비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표지부터 서늘함과 강렬함을 안겨주는 개성 만점 특이한 17인의 요리사들의 음식철학 아니, 인생철학이 담긴 책 《날것의 인생 매혹의 요리사》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선 예약조차 힘든, 한때 마피아 갱단의 아지트였던 뉴욕 '라오스' 식당주인 프랭크의 인생 가치, 충성심, 품위, 명예를 그의 말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우간다의 검은 히틀러 이디 아민 독재자의 전속 요리사의 담담한 이야기, 박사학위가 두 개나 있지만 언제나 소수의 편에 서서 30년간 시위 현장마다 나타나 음식을 만드는 혁명 요리사의 삶, 직업이 아닌 운명으로 케냐 쓰레기장에서 요리하는 여자의 이야기, 사형수에게 마지막 식사를 만들어주던 사형찬성론자 요리사의 이야기 등... 정치적, 사회적 배경 상황과 맞물린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믿기 힘들 정도거나 골때릴 정도다.
스타 요리사만큼이나 나름 유명한 독특한 요리사, 정식으로 요리를 배우지 않은 덜 전문적인 요리사, 부업으로 요리하며 코카인을 넣은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 등 턱이 빠질 정도로 어이없는 요리사도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요리사다.
『 요리의 기본기를 익혔습니까? 그럼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우리가 가르쳐 드립니다. 중요한 건 요리에 열정이 있고 반가공식품 조리업체에서 일한 적이 없으며, 접시에 작은 점을 찍을 쿨한 타입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 - p66
『 훌륭한 요리사는 좋은 식자재, 조각되지 않은 성실한 제품을 알아보는 전문가이고, 자연의 보호자이다. 요리사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 얇은 반죽을 만들 땐 식초를 넣는 것과 같은 비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음식이 무엇으로 만들어지며 왜 마트에서는 좋은 음식을 살 수 없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 - p68
『 음식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더라고요. 』 - p82
17인의 대표 요리 레시피가 각각 하나씩 소개되지만 그들의 요리는 솔직히 먹고 싶은 마음은 안 든다 (가장 궁금했던 건 역시나 마약쟁이 요리사의 요리였다). 삶과 개성이 제대로 묻어나오는 그들의 사진 한 컷 한 컷은 그야말로 강렬하다. 그나마 이 책에 소개한 17인의 요리사 중 유머러스함을 가진 요리사도 있고, 우리가 흔히 정의하는 요리사다운 정석의 철학을 가진 요리사도 있고, 냉소적이게 톡톡 치고 나오는 요리사도 있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유명한 요리사가 되려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요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들이 요리하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책은 그래서 참 독특하다. 정식 요리사들의 나름 평범한 이야기는 이제 시시할 지경이 된다. 그들의 인생이야기는 그저 가십 정도로 치부하기도 아깝다. 순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에 묘하게도 넋이 나가 뭔가 가슴을 쿵 치고 있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