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롭게 - 맑고 향기롭게 근본 도량 길상사 사진공양집
일여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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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입적하실 때 더는 펴내지 말라는 유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생전 모습이 담긴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은 세상에 널리 알려질수록 더 맑고 향기로운 사회가 되리라는 믿음 때문에 현 길상사 주지스님과 민간봉사단체 (사)맑고향기롭게의 허락을 맡고 이 책이 출간되었다. 도톰한 양장본에 하얀 표지, 법정스님의 흑백 사진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난다.

 

맑고 향기롭게 근본 도량 길상사 사진공양집 《날마다 새롭게》

정성을 다해 찍은 사진을 부처님께 올린다는 의미의 '사진 공양'. 공양을 올리기 위해 길상사에 들러 사진을 찍어 온 저자 일여의 《날마다 새롭게》는 길상사에 깃든 나눔의 정신, 한국 불교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길상사는 절이 되기 전 술과 음식을 팔던 요정이었던 시절도 있었고, 고기를 파는 음식점인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그곳을 시주한 김영한 여사와의 인연이 길상사의 유래가 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길상사의 주법당인 극락전은 내부는 민가 한옥과 다를 바 없이 단청이 없는 단출하고 담백한 느낌을 지니고 있다.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길상사는 종교를 따지지 않는 개방성 덕분에 많은 이들이 길상사를 찾는다.

 

 

순간순간 새롭게 태어남으로써 날마다 새로운 날을 이룰 때

그 삶에는 신선한 바람과 향기로운 뜰이 마련된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 묵은 수렁에서 거듭거듭 털고 일어서라.

- 법정스님

 

법정스님의 미공개 모습 사진이 가득 담겨있는데 법정스님의 단출한 삶을 사진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

날카롭게 빛나는 눈매, 서릿발처럼 엄한 모습, 깐깐해 보이는 기품있는 모습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내세우지 않는 자연스러운 감사와 겸손의 모습과 손가락을 튕기는 버릇이나 대화에 집중할 때의 버릇 등 법정스님 생전에 "일여는 기자라 그런지 별걸 다 찍어" 라는 말씀처럼 소소한 일상이 담겨있다. 길상사에 마지막 법문을 하러 오신 날 폐암의 고통을 참아내며 기침을 많이 하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코끝이 시큰해진다.

 

『 법정스님이 가장 좋아하신 음식은 국수였습니다. 입적 1주기 때 영전에 올린 음식도 국수였지요. 스님은 물미역도 좋아하셨다고 덕조스님은 회상합니다. 법정스님은 덕조스님에게 떡국 끓이는 방법을 딱 한 번 알려주셨는데 그대로 끓이지 않으면 안 드셨다고 합니다. 표고버섯을 우린 물에 미리 불린 떡을 넣고 조선간장으로 간을 한 후 땅콩버터를 넣은 떡국을 스님은 참 잘 드셨다고 합니다. 』 - p79

인간미 넘치는 법정스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땅콩버터를 넣은 떡국의 맛은 어떤 맛일까.

 

자연의 색과 어우러진 길상사의 풍경과 나눔의 미소, 법정스님의 곧음이 드러나는 사진이 가득 담긴 《날마다 새롭게》는 쌉싸롬하면서도 끝 맛이 개운한 우리의 차, 은은한 향기가 나는 꽃차와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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