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행 리포트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국내에는 《도서관 전쟁》 시리즈로 인기 높은, 일본 연애소설의 여왕 아리카와 히로의 신간 《고양이 여행 리포트》.

이 책 감상을 글로 적기엔 어떤 단어를 써도 5% 부족해지는... 동물을 사랑하거나 집사라면 무조건 직접 읽어봐야 할 책! 깔깔거리며 웃다가도 나도 모르게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에 당황하다가 나중에는 그러거나 말거나 눈물 펑펑 쏟게 만드는 감성 소설이다. 《곰곰묘묘 이야기》 고아라 작가의 일러스트도 사랑스럼을 한몫 더하고 있다.

 

 

첫 문장을 읽자마자 빵 터진다.

일본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첫 문장을 따서 '나'를 소개하고 있다. 자기는 이름이 있으니 소세키의 유명한 고양이를 일단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겼다고 우쭐댄다. 하물인간을 풍자하는 비유도 그럴싸하다.

 

『 고작 직립보행이 가능하다는 것뿐, 커다란 원숭이의 일종인 인간이라는 생물은 교만하기 짝이 없다. 』 - p7

『 하여간 인간이란 참 불편하다니까. 자기들 말밖에 모르니. 실은 동물이 훨씬 멀티링구얼이지만.』 - p14 

 

 

길고양이로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그냥 아는 사람. 딱 그 정도의 거리감을 둔 사토루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와의 인연은 그의 은색 왜건이 주차된 자리를 좋아하면서 시작되었다. 사토루의 1일 1식을 챙겨 받으며 생활해 온 '나'. 그러다 교통사고로 인해 이제 끝이구나 싶었을 때, 떠오른 게 그 남자였고 다행히 절박한 울음 소리에 잠이 깬 사토루가 와 줬다. 그렇게 '나'는 그 남자의 고양이가 되었다. 엄연한 수컷이지만 꼬리 모양 때문에 숫자 7을 뜻하는 '나나'라는 이름을 지어준 사토루와의 동거는 그렇게 5년의 세월이 흘러간다. 그러다 사토루의 개인 사정 때문에 나나의 입양처를 찾게 되는데...... 그 말 못할 개인 사정이란 게 무엇인지, 나나의 새 입양처가 될 사토루의 옛친구들을 만나며 몇 군데 돌아다니는 과정이 바로 여행 리포트가 되는 셈이다.  고양이 '나나'의 시점과 친구들의 시점을 오가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사토루의 초등학교 친구, 중학교 친구, 고등학교와 대학교 친구들을 만나며 밝혀지는 사토루의 과거... 각각의 사연을 가진 이야기는 잔잔하다가도 유쾌하게, 앙금이 있었다면 모두 날려버리기도 하고 그렇게 추억을 되새김질함과 더불어 새롭게 소중한 시간으로 채워진다. 그들 모두 '나나'를 맡아주겠다고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국 나나를 계속 데리고 다니는 사토루. 나나 역시 아직 사토루와 헤어질 생각은 없다. 사토루 역시 속내는 나나와 헤어지기 어려워한다. 나나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주인을 찾아다니지만, 맞선이 깨질 때마다 안도하며 돌아오는 사토루의 마음.

 

『 이봐, 사토루.

여행이 시작된 뒤 사토루가 자란 마을을 두 군데 보았어.

농촌을 보았어. 바다도 보았어.

앞으로 우리 이 여행이 끝날 때까지 또 어떤 풍경을 함께 볼 수 있을까. 』 - p141

 

 

나나도 사토루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풍경을 둘이 함께 바라보는 장면은 애잔하다.

사토루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묘를 마지막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겨우 열두 살이었던 사토루를 독신이면서도 맡은 이모네 집이 이 여행의 종착지다. 13년 만에야 다시 함께 살게 된 이모와 사토루. 이모는 나나를 위해 애완동물 금지 맨션을 팔고 이사를 해야 했고 어설픈 집사 이모 때문에 여러모로 나나도 이모도 고생이 많다.

 

 

왜 사토루는 그렇게도 사랑하는 나나의 새 주인을 만들어주려 했는지, 이모와 함께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 깊은 사연은 아리카와 히로 작가의 섬세하고 유연한 글로 직접 읽어보며 촉촉 감성에 빠지길.......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데 이건 너무 슬퍼서 운다기보다는 정말 행복하면 감동의 눈물이 나는 것처럼 그런 감정이 컸다.

슬픈 대목이 아닌데도 감성을 툭 건드리는 문장이 이곳저곳에서 쏟아져 분명 입은 웃고 있는데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 사토루의 룸메이트로서 더할 나위 없는 고양이었던 나는

사토루의 여행 동반자로도 더할 나위 없는 고양이일 것이다. 』 - p20

 

언제나 사토루의 동반자가 되어 준 나나. 읽고 또 읽어도 눈물샘을 자극할 책이다.  

이 책은 날 참 힘들게 한다. 스포를 자제하며 적느라 힘들었던 책 소개이기도 하거니와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감정 주체를 못 해 글을 적기 힘들 지경이었다. 말이 필요없는 책. 읽고 감동하시라. 고양이 집사에게는 필독서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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