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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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장편소설 펀치》 

 

잘 나가는 법무법인 변호사 아빠, 도우미 아줌마가 없으면 살림 못 하는 주부 엄마.

아빠의 경제적 후원과 엄마의 정신적 압박, 학교와 종교의 변태적 시스템에 속박된

성적, 외모 모두 5등급인 일반계 고등학교 3학년 방인영의 이야기다.

인영이가 생각하는 부모다운 부모, 학교다운 학교의 이미지를 바라는 건 소용없는 일이란 걸 일찌감치 깨달은

어찌 보면 평범한 우리나라 수험생의 모습이기도 하다.

 

 

 『 모의고사가 5등급이면 외모라도 2등급은 되어야 사회에 진출해 볼 수 있지 않겠나. 』 - p16

 

 『 나는 태어날 때부터 뭘 해도 중간밖에 안 되게끔 설정되어 있었다. 그걸 아직까지 모르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다. 』 - p23

 

 『 엄마한테 서울 안에 있는 대학은 기독교요, 서울 밖에 있는 대학은 이슬람교다.

 나한테 아웃 서울은 리얼리즘이요, 인 서울은 해리포터다. 』 - p37

 

 『 너무 예쁜 게 죄가 된다는 건, 기꺼이 동의한다. 미필적 고의, 아니면 과실치상, 그것도 아니라면 원죄 정도가 되겠다.

 (중략) 너무 못생긴 게 죄가 되는 건, 내가 동의하건 말건 원숭이들이 우글거리는 대한민국에서 '레알'이다. 』 - p90

 

 

엄마는 불량품을 구입한 것처럼 수선하려고 애쓰고, 열성유전자만 제공한 생부를 '방 변호사'라 칭하며

인영은 주변의 모든 시스템에 마음의 칼을 세우고 있다.

 

 

그러던 중, 돈을 주고 특별채용된 공무원 자리마저도 버거워하는 평범한 남자를 우연히 알게 된다.

몰래 고양이를 목 졸라 죽이던 그 폭력성을 엿보며

누군가를 죽이고는 싶지만 죽이지 못하는 그 남자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는 인영.

인영이가 그 남자에게 제안한 것은 자신의 부모를 살해해 달라는 살인청부였다.

존속살해를 위한 살인의 조감도는 완벽하다.

 

 

 

 『 "부자는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법무법인에서 감옥에 가지 않게 해 주거든요." 』 - p141

 

 『 사람들은 왜 행복하게 살려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분명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 편을 가르고 등급을 매기고 안달복달한다.

 외모 지상주의의 혜택을 받는 건 극소수인데도 손해를 보는 다수가 그걸 숭배한다. 불행은 선천적이다. 』 - p142

 

 

인영이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송곳 같다.

그로 인한 행동에 경악하면서도 어떻게든 이 시스템에 낙오되지 않게 그저 따라오라고 말하지도 못하겠다. 

 

 

 『 "니가 살인자라 부모를 죽인 걸까? 아니면, 부모가 널 살인자로 만든 걸까?" 』 - p149

 

  

어리석은 어른들의 자화상을 꼬집으며 그렇게 부모로부터, 학교로부터, 학원으로부터, 교회로부터 자유를 얻는 인영.

여느 흔한 줄거리처럼 죄를 지으면 죗값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에 벗어나 있는 《펀치》는 그래서 더 깊은 울림을 준다.

반성도, 뉘우침도 없고.

죄를 판단할 사람은 더더욱 없다.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인영이가 날리는 펀치에 당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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