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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아 버림 - 내 안의 위대함을 되찾는 항복의 기술 ㅣ 데이비드 호킨스 시리즈
데이비드 호킨스 지음, 박찬준 옮김 / 판미동 / 2013년 10월
평점 :
세계적으로 저명한 영적 스승이자 정신과 의사인 데이비드 호킨스는 마더 테레사가 찬사를 보내기까지 한 《의식혁명》 책을 통해 대중에게 과학과 영성이라는 다른 두 영역이 어우러짐을 보여줬다. 2012년 별세한 그의 유작 《놓아 버림》 에서는 항복이야말로 완전한 성취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길이며 '노력기제'라는 밧줄을 놓고 '항복기제'를 통한 내적 변화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이라면 겪기 마련인 부정성을 인정하면 항복을 통해 비로소 부정성에서 벗어날 여지가 생긴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스트레스, 위기 등으로 둘러싸인 인생을 감당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원치 않는 감정을 모두 해소하는 방법은?
기존의 책들에는 진보된 자각 상태와 깨달음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놓아 버림》 에서는 깨달음을 가로막는 일상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줄 기법을 알려준다. 생각이나 일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르는 감정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고통의 주된 원인은 애착이다. 간단히 말해 놓아 버림으로써 감정적 애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묻기만 하면 자동으로 답을 알려주는 스승이 우리 내면에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경험을 마주하게끔 하는 것에, 항복기제라는 접근법을 이야기한다. 항복 상태란 창조성과 자발성이 마음 속 갈등에 가로막히거나 방해받지 않고 나타날 수 있도록 특정 방면의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난 상태를 말한다.
마음은 일종의 생존 기제이며, 생존 방법으로 주로 감정을 사용한다. 감정자체는 모든 사람이 끊임없이 안전을 추구하도록 몰아가는 기본적 공포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놓아 버림에 익숙해지면 모든 부정적 감정은 생존에 대한 근본적 두려움과 관련이 있으며, 모든 감정이란 마음이 생존에 필요하다 믿는 프로그램일뿐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감정은 오고 가지만 나의 감정이 곧 나는 아니며 진짜 '나'는 감정을 지켜볼 뿐임을 깨닫기에 이른다.
부정적 감정을 놓아 버린다는 것은 번번이 저항하는 에고를 무효화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회의가 들거나, 항복하는 것을 잊거나, 저항감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 저항감을 내버려 두고 저항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어떤 특정 감정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고 느낄 때도 떨쳐 버릴 수 없다는 느낌을 그냥 항복하라는 의미다.
놓아 버림은 일상에서도 매우 유용하지만 특히 삶의 위기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삶의 위기에서는 감정이 압도적으로 밀어닥치는데 이 상황의 과제는 어떤 감정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압도하는 감정을 상대하는 것이다. 감정을 다룰 때 마음이 동원하고자 하는 평상시 기제는 억제, 표출, 도피다. 하지만 해결하지 못한 감정의 희생자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 의식적으로 자각해 인정하고 항복하면 더는 무의식적으로라도 휘둘리지는 않는다.
얼마 동안이나 계속 괴로워하고 싶은가?
언제가 되어야 기꺼이 괴로움을 포기할 것인가?
그만하면 되고도 남는 것이 언제일까?
모든 '못해' 이면에는 '안 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안 해'는 사실 하려니깐 겁이 나고, 창피하고, 실패가 두려워서 등을 의미한다. 무의욕과 암울함은 자신의 왜소함을 믿어버린 대가다. 이 상태를 벗어나려면 보다 '못해'를 '안 해'로 바꿔 모든 감정이 드러나게 하라고 한다. 원망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스스로 자신의 의식을 책임질 것인가 하는 문제일 뿐, 옳고 그름의 선택권 문제는 아니다. 스스로 선택한 결과로 현재 입장에 있는 것임을 자각하라는 뜻이다.
부정적 입장에서 얻던 보상을 놓아버리면 놀랍게도 답례처럼 긍정적 보상이 긍정적 감정의 힘에서 생기게 된다. 원망을 놓아버리면 용서를 경험하듯 말이다. 부정적 감정을 항복하고, 놓아 버리고 나면 감정이 해결되며 전처럼 고통을 겪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좋아하지는 않지만 참아야지 하는 (여전히 이전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있는) 감수와는 다르다.
『 답을 찾지 말고, 문제 이면의 감정을 놓아 버려라. 』 - p275
무의욕, 비탄, 공포, 욕망, 분노, 자부심, 용기, 받아들임, 사랑 등의 감정을 해부하며 놓아버림의 이로움, 그를 통한 자신 치유를 각각의 감정에 맞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건강, 부, 행복, 인간관계, 사회생활 등에서의 실천사례를 알려주며 내적 자유의 상태를 보여준다. 그 감정을 포기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때의 대처방법까지도.
놓아 버림의 목표는 우울한 '무엇'에서 벗어나기 위해 '왜' 우울한지 캐내는 심리치료의 목표를 크게 넘어선다. 바탕 원인을 없애 완전한 초월을 목표로 한다. 놓아 버림 기법은 무엇을 고쳐주는 치료법이 아니다. 내면의 감정과 생각, 신념을 빠르게 자각할 수 있게 해 주는 자기탐구 기법이다. 항복한다는 어감 때문에 수동적으로 되고 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는데 수동적일 때는 상황처리 대안을 찾지 못해 주저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므로 오히려 항복하면 효과적으로 행동할 채비를 갖추게 된다.
깨달음에 저항하는 것은 이 순간을 통제하려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성과 긍정성의 중간인 '용기'를 기준으로 부정성을 항복하고 긍정성에 대한 저항을 놓아 버리는, 호킨스 박사가 연구해 온 모든 이론을 아우르는 결정적 방법론을 《놓아 버림》 에서 접하게 된다.
읽어나가기만 해도 내 안의 부정성의 틀이 삐거덕 틈새가 생기는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