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천재들 - 세계에서 가장 비범한 언어 학습자들을 찾아서
마이클 에라드 지음, 박중서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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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지를 아는 우리는 언어적 재능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부러울 따름이다. 

언어 초학습자들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얼마나 많은 것인지, 한계가 있는지 등을 살펴보며 여러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의 비밀을 알아낸다면,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 전반의 비밀을 알아내는 열쇠를 얻는 셈이 되지 않겠냐는.... 즉, 초다언어구사자들 각자의 재능을 얻은 방법을 우리가 이해할 수만 있다면, 일반인도 많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방법을 더 잘 알게 될지 모른다는 저자의 지적 탐구 과정을 담은 책  《언어의 천재들》

 

'초다언어구사자'는 최소한 여섯 개 언어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전설과도 같은 추기경 메조판티의 일화는 다언어구사자들 사이에서 유명한데 오래전의 사람이라 단지 입소문인 것인지 진정한 초다언어구사자였는지 실질적인 증거를 찾기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메조판티는 원어민과 같은 수준의 언어가 서른 가지나 되고 무려 72가지 언어를 구사했다고 알려졌는데 그의 유품으로 확인한 결과 다양한 방식으로 수많은 언어를 배우고 이용했다는 것은 자명한 부분이었다고 한다. 언어를 신속하게 분석하는 능력, 비범한 기억력, 언어의 말소리를 흉내 내는 능력, 언어와 언어의 전환 능력만큼은 독특한 실력이었다.

 

이어 현대의 다언어구사자를 찾는 과정을 함께 따라가 보면 여러 다언어구사자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놀라웠던 점은 다언어구사자들이라고 해서 모든 언어를 동일한 수준으로 알지는 못하고 매일 사용하는 언어 몇 가지 외에 나머지는 냉동 보관하듯 잠재워 두고 있다는 것이다.

 

다언어구사자 '켄 헤일'"물론 제가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사람들이 착각하게 할 정도로 여러 가지를 저 혼자서 일방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누군가가 제게 질문할 경우, 저는 거기서 어떻게 해야만 적절한 대답을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겁니다. 뭔가를 말한다는 것은 대화를 나눈다는 것과는 전혀 달라요. 한 가지 언어를 말한다는 것은, 그 언어에 관해 뭔가를 아는 것과 정말로 다르다는 겁니다." 라고 말했다.

'롬브 카터'는 "사람은 언어에서 문법을 배우는 것이지, 문법에서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과 함께 언어적 요령이 전혀 부족하지 않았던 그녀조차도 스스로 친숙하다고 여기는 언어는 겨우 다섯 가지에 불과하다고 시인했다. 

'아르겔레스'는 전 세계의 문학작품을 고전이든 현대물이든 원어로 읽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원어만의 살아있는 영혼, 그 언어의 공명에 동조 되는 것을 원해서다. 그 자신도 밝히듯 공부한 많은 언어를 읽을 수는 있되 대화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원어민 억양을 구사하기 위해 굳이 노력하지도 않는다.

'헬렌'은 열아홉 가지 언어를 최소한 중급수준까지 구사할 수 있는데 디지털 장치를 이용한 최소 15회 이상 반복 청취와 정기적인 복습으로 제한된 양의 정보를 일시적으로 머릿속에 간직할 수 있는 능력인 작업 기억을 추진시키는 접근법으로 공부하고 있었다. 그녀 역시 자기가 아는 언어는 모두 똑같은 수준까지는 아니며 비교적 나중에 배운 언어는 한 번에 하나씩 사용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그 언어들이 서로 간섭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에밀 크랩스'는 언어를 배우는데 놀라운 속도를 갖고 있었는데 예순 개의 언어를 알고 있고 서른 두 가지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상태지만 그 역시 자기가 터득한 언어를 요일별로 복습해야만 한다.

현존 최고의 어학 능력자로 인정받고 있는 '그레그 콕스' 역시 왔다갔다 자유롭게 구사 가능한 언어는 일곱 가지가 최대라고 한다.

유럽의 다언어구사자 경연 1, 2회 우승자들 역시 수많은 언어를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해 두지는 않고 나머지 언어를 사용하려면 벼락치기 공부라도 해야 한다고 한다.

 

즉, 이들은 활성화하는 언어는 평균 3~4가지 정도며 자신들의 언어를 대부분 예비 상태로 간직하고 있다. 결국 활성화할 수 있는 언어 개수의 한도 문제가 아니라 '비활성화' 시킬 수 있는 언어 개수의 한도로 초점이동이 된다.

 

언어 학습에 관한 기술은 이미 우리도 익히 들어 알고 있긴 하다.

언어적 잠재력 vs 실제의 성취

집중, 반복, 연습 세 가지 활동의 습관화가 중요하다는 견해와 인지능력 자체가 높은 신경학적 발달과 관련된 것이라는 견해로 크게 나뉘는데 예외적인 성공적 외국어 학습자는 이례적인 기억력 보유자들임에는 확실하다는 거다. 하지만 그런 다언어구사자들도 언어를 배우고 말하는 능력의 최대 한계는 존재한다는 것을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기억에 들어있는 항목은 서로 경쟁하기 시작하여 결국 각각의 항목 모두를 명료하게 유지하는 정신적 능력을 위협하는데 무엇 때문에 애초에 이런 한계가 있는지는 과학자들도 아직 명료하게 알지는 못한다.  

 

정작 다언어구사자들의 고된 노력을 발견하고 나서는, 또는 정작 실제 활용 가능한 언어 가짓수의 한계를 보며 실망 아닌 실망이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사례를 통해 살펴본 다언어 구사 능력은 언어와 언어학습에 관한 본질과 가치에 대해 많은 생각 거리를 안겨준다.

사람들이 흔히 의미하는 '언어를 안다'라는 의미는 '전부 아니면 전무' 방식에 따라왔었고 원어민 수준, 통달 수준 등의 사실상 모호한 기준에 맞춘 의미일 뿐이다. 공용화 국제사회의 자연스러운 산물로서의 다언어사회에서는 '조금 그리고 조금' 접근법이 유용하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유전적이건 후천적이건 간에 다언어구사자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언어를 학습할 때 즐거움을 느끼며 습득했다는 것. 나름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외국어 공부의 동기가 있었다는 것. 그 누구도 스펙을 위한 수단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시샘 어린 눈빛으로 다언어구사자들을 바라봤는데 (아무리 그래도 타고난 재능이 있으니 그렇겠지..하는 생각이 더 컸던 건 사실이다) 고수도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무한한 노력을 더하듯이 그들의 평소 언어 학습 노력에 감탄하게 되었다. 전설로 일컬어졌던 메조판티의 비밀이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전율이 찌릿~! 할 정도였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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