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아는 자살하지 않았다
킴벌리 맥크레이트 지음, 황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니콜 키드먼 주연과 제작으로 영화화 결정된 소설, <아멜리아는 자살하지 않았다>

비밀스러운 눈빛을 가졌으면서도 모성 연기도 일품인, 차가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지닌듯한 니콜 키드먼과 이 소설 속 아멜리아의 엄마 케이트의 이미지가 참 잘 어울리겠다 싶다.

 

미드 가십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구성이다.

시시껄렁한 학교 소식이 가십 블로그에 적나라하게 올려지고 페이스북, 휴대폰 등을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들은 SNS 시대에 사는 어른들조차 차마 짐작하지 못할 장면이 많다. 

 

뉴욕 브루클린 사립학교에 다니는 다섯 살 아멜리아는 안정감 있는 직장을 가진 서른여덟 살 싱글맘과 함께 사는 모범생 엄친아다. 부쩍 근래 변덕 부리고 작은 말썽을 부리긴 했지만, 엄마의 시선에서는 크게 어긋남이 없었던 아이.

하지만 숙제 표절로 정학을 받게 되었다는 학장의 연락을 받은 엄마 케이트가 학교로 딸을 데리러 가던 도중에 아멜리아가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은 상황을 접하게 된다.

 

『 아멜리아가 자살한 것은 전적으로 그녀의 탓이었다. 엄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자신으로부터라도,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케이트는 완전히, 결정적으로, 그리고 참담하게 실패했다. 』 - p59

 

어느 날, "아멜리아는 뛰어내리지 않았어" 라는 익명의 문자를 받게 되면서 엄마 케이트와 딸 아멜리아 각각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왜 아멜리아가 옥상에서 뛰어내리게 되었는지, 정말 자살인 것은 맞는지, 학교생활, 엄마의 과거 등 비밀스러운 사건들이 샅샅이 파헤쳐지는 가운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케이트의 시선에서는 직장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싱글맘으로서의 모성이 집중적으로 조명된다.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아멜리아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이라면? 자신이 생각보다 아멜리아를 잘 모르고 있었다면? 하는 생각에 죄책감과 슬픔, 충격에 빠져든다.

아멜리아의 시선에서는 늘 집에 없는 엄마여서 외로울 때도 있지만 엄마를 자랑스러워 하고 엄마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믿을 수 있는 존재로 다가선다. 하지만 스스로 준비가 덜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결국 비밀이 비밀을 낳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다.

 

『 이렇게 모든 것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데 어떻게 눈치를 못 챌 수가 있단 말인가.

평생동안, 나는 엄마가 늘 집에 없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정말로 엄마가 필요할 때 엄마는 항상 눈치를 챘으니까.

그리고 내 곁에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정말 필요한 지금, 엄마는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 - p363

 

『 여태껏 엄마가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있었는데,

막상 물어보니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 - p365

 

맥파이스 비밀 클럽에 가입하게 되면서 아멜리아의 삶이 꼬이게 됨과 동시에 비밀이 하나둘 늘어나는 아이의 생활이 엄마 입장에서 남 같지가 않다. 아마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짚이는 데가 분명 있을 테지만 서로 간에 믿음이라는 장벽 아닌 장벽을 두고 결국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장면들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쓰라리다.

더는 나빠질 수 없겠다 싶을 때마다,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하는 늪과도 같은 상황.

아이들의 은밀한 사생활과 학교 문제, 부모와 아이 관계, 직장생활... 이 모든 관계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뻔한 정석 같은 답을 스스로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에 빠지는,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율 있게 진행되고 있어 두툼한 분량이지만 궁금해지는 결말에 손을 놓지 못하고 하룻밤 새 다 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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