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찌의 육아일기 - 대한민국에서 할아버지로 사는 즐거움
이창식 지음 / 터치아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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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외손자 육아기라 해서 대단하신 분임이 짐작된다. 역시 황금나침반 번역 20여년간 번역가로 활동하며 100여권의 역서를 남기신 분. 맞벌이 부부인 딸을 대신해 아내와 함께 외손자를 돌보며 육아문제로 고민하는 많은 이들과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쓴 책이라고 한다.

 

아침마다 예쁜 천사를 영접한다는 하찌의 외손자를 보며 뽐내는 글은 직접 살을 맞대며 부대끼는 부모입장과는 또다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내 인생만 소중하다가 아닌, 아내 인생도 곧 내 인생이고 내 딸의 인생도 내 인생, 사위와 외손자의 인생도 내 인생이니 그것을 모두 합친 것이 비로소 '나'라며 정신없는 육아를 하며 하루하루 진일보하는 하찌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내 아이 어렸을때의 추억에 폭 빠져보기도 한다.

 

차라리 일을 하러 나가고 말지, 애는 안 본다는 말이 있는데 이 세상의 어느 할아버지, 할머니도 결국엔 사랑으로 감싸게 되는 육아 뒷바라지가 아닐까싶다. 그 마음이 이분들이라고 해서 다른 분들보다 더 유별나지도 덜하지도 않을테지만 하루하루 육아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니 박수를 치고 싶다. 역시 아무리 마음의 추억으로 남는다해도 기억의 한계는 있기 마련. 시간이 지나고 남는 것은 사진과 글이로구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있는 것이 익숙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모양이라며 세세하게 아이의 마음을 보듬아주는 모습, 이쁘다 이쁘다 하면서도 외손자때문에 리얼한 부부싸움 이야기도 나오고, 비 오면 놀이터에 못나가서 꼼짝없이 집에서 갇혀 있을 걸 걱정하는 모습은 내 모습과도 같아 웃음이 깔깔난다.

 

이 책을 받아든 딸내외의 마음은 얼마나 좋을까. 또 하나의 행복이 책을 통해 이 가정에 들어온 셈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프터서비스는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것 같다는 하찌의 말에 우리네 부모님이 절로 떠올라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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