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속으로 걷다
브라이언 토머스 스윔 외 지음, 조상호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하얀 보석이 빼곡히 박힌 채 간간히 빛줄기를 떨구며 사라지는 별빛의 밤하늘을 제대로 본 것은 대학생일때 지리산 산장 툇마루에 누워 바라보던 그 때 뿐이었다. 하지만 그 기억은 세상살이에 찌들린 기억 너머에 남아있는걸 보면 별, 우주라는 것은 신비로운 환상의 한편의 꿈 같은 느낌을 주나보다. 인간은 우주의 한 부분인 것을 우리 몸은 기억하고 있는것일까.

 

인류의 역사속에서 우주의 진화 과정을 이야기하는 우주 이야기는 16~17세기 무렵 처음 나타났다고 한다. 19세기에는 생명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스스로 중요한 변신을 겪어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고, 20세기에는 별 또한 변화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신 또는 인간 중심의 이야기에서 우주의 무한한 여정을 인지하게 된 이후 우리 인간의 존재는 변화하는 우주에서 창조의 본질에 대한 고뇌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고뇌는 우리가 우주의 근본적인 모습을 어떻게 이해하는가가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었고 곧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왜 이곳에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하는가? 등의 방향으로 연결된다.

 

우주의 탄생은 거대한 팽창과 끌어당기는 수축이라는 상반된 두개의 역학이 작용된 힘의 결과이다. 팽창과 수축은 생물의 호흡과 혈액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 우주의 거대한 호흡 덕분에 생명과 인류가 출현했고 지금도 그 속에서 호흡하고 있다.

불과 일세기전만해도 우리 은하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지만 천억개 이상의 은하가 발견되었다. 우리가 이러한 광대함 속에 위치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인간의 근원, 중심에 대한 생각이 크게 지배하던 세상에서 우주의 중심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자신의 삶의 의미가 매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뇌가 이 책의 바탕이다.

 

수많은 은하는 소멸될 운명인 타원은하와 새로운 별을 창조하는 창조성을 가진 나선은하가 있는데 우리는 나선은하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하고 무한히 창조적인 세계에 진입해 있다는 것. 우주 이야기의 본질은 별이 우리의 조상이라는 것이다. 별의 중력의 힘과 핵융합의 힘이 조화가 유지될 때 별은 존재 가능하다. 이런 상호작용이 우주의 다른 영역에도 반영되는지를 알아보며 지구, 우리 인간의 조화에 대해 풀어나간다.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반복해서 일어나는 별의 폭발에 의해 우리의 행성과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원소를 태어나게 하는 창조의 의미는, 파멸과 창조라는 극렬한 변환 과정이 결합이 유지될 수도 붕괴가 될 수도 있기에 위험과 유혹의 상반된 가능성에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함께 느끼게 된다.

 

 

p 50

 

우주의 이러한 파멸과 창조의 변화 속에 태양계가 탄생하고 화성은 응고되어 버렸지만 완전히 응고되지 않은 지구가 형성된다.

이런 지구에 생명의 출현과 지속적인 활동은 바다와 대기의 화학적 구성 성분을 바뀌게 했다. 태양의 온도가 40억년동안 약25% 높아졌건만 지구는 생명의 가장 본질적인 능력인 적응력때문에 스스로 적응해 왔던 것이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적응 방식은 지구에 대한 관념을 변화시켰다. 생명체의 적응 능력은 DNA분자가 임의적으로 변화하는 사건에 의존한다. 세포가 모인 작은 덩어리가 최초의 동물로 변환되었고 그 순간에는 자기가 나중에 코끼리나 독수리를 출현시키는 과정의 핵심이 될 거라는 의식은 없었을 것이므로 생명의 창조는 우리의 권함 밖이며 어렴풋한 흔적만 알 뿐이다.

 

별은 원소를 창조한다. 바다에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대기를 산소로 채워 주어 동물 호흡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우주에서 우리가 마땅히 존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글은 작가가 우주속의 인간의 존재 근원을 찾는 고뇌를 잘 알려준다.

우리는 여전히 고민한다. 우리 삶의 에너지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지질학적으로 또 우주론적으로 심오한 시간이 여기에 통찰력을 제공해 주는가? 만일 우리가 이 무한한 여정으로부터 탄생했다면 우리의 죽음이 회귀로 귀결되는 것은 불가능한가? 우리의 작은 몸이 죽어 거대한 우주 자체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열정과 꿈 뿐만 아니라 우리의 괴로움과 상실도 우주의 뼈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p101

 

우리과학은 인간의 기원에 대해 어떠한 유전적 변화로 발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주요 요인은 규명해내었다.

초기 지구에서 분자들간의 새로운 조합에 의해 생명이 탄생되었고 단세포 생물 사이에서 동물의 의식이 탄생되었으며 직립보행, 뇌용량 증대, 행동의 유연성은 인류의 기본 토대로 작용되었다고 한다. 거기에 문화를 발명하면서 오직 유전자의 변형에만 의존하는 경우에 비해 새로운 환경에 더욱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지구는 이제 본래의 지구가 아닌 인간의 의식에서 만들어진 지구인 것이다.

오늘날의 현대 인류는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지상에서 천국을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인간의 출현은 우주와 생명의 거대한 진화경과에 비하면 무시될 정도였으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인간의 결정에 의해 대기권과 생물권이 만들어지는 지구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자연선택의 우위에서 문화적 선택의 우위로 넘어선 것이다. 즉, 생물의 종과 생태계의 생존은 이제 인간의 활동에 의존하게 된다. 6천5백만년전에 시작된 신생대 시대가 끝을 맞이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앞으로의 삶에서 파멸적인 결과를 피하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의식은 무엇일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오로지 조건이 맞아떨어진 그 해당 시기에 은하가 생겼고, 별과 행성이 생성되었고, 창조의 순간이자 광역적 파괴의 한 중간에 인간이 서 있다. 한 나라의 국민이 아닌 우주의 인간으로 지구 공동체를 번영되게 하는 의식적인 자기인식으로의 도전이 필요하다. 지구의 패턴에 적합한 방법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질서를 향해 우주의 에너지가 발현되도록 말이다.

 

우주의 탄생, 은하의 생성, 태양계의 탄생, 지구 형성, 생명의 출현, 인간의 기원의 주 흐름 속에 나의 의미를 우주 속에서 찾는 스토리텔링 방식의 과학교양서 <우주 속으로 걷다>. 이 책은 우주의 직접적인 과학설명에 인문학적인 사유를 더해 풀어나간다. 지식정보를 알려주는 책의 서술과는 다른 스토리텔링 방식이 초반에는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이 들었지만 곧 적응이 되어 저자의 이야기에 매료된다. 순수한 과학적 의문을 넘어선 보다 근원적인 의문에 대해서는 철학적 사고만으로도 정답은 없다. 하지만 사유를 하는 과정 자체에서 벅차오르는 뭔가가 있다. 내 아이가 청소년기에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 리스트로 남을만큼 신선하면서 충격적으로 와닿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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