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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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기에 숲이 울창하고 습지가 많은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한다. 

글을 쓴 작가의 유작으로 1955년에 초판이 나온 <비밀의 강>은 흑인 아이가 주인공이라는 동화책에 반감을 가지던 시기여서 일부러 커피색 종이를 사용해 검은 얼굴색을 감추는 방법을 쓰며 출간되었고 다음해 뉴베리상을 수상하게 된 책이라고 한다.

 

▲ 초판본

반세기가 지난 2011년 주로 토속적인 옛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작업하던 레오 딜런과 다이앤 딜런 부부의 (대표작으로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가 있다) 그림으로 재탄생되어 2012년 볼로냐 라가치상 명예상을 수상하게 된, 글과 그림에서 명실공히 고전 반열에 오를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한국어판 진행중 레오 딜런이 세상을 떠나 앞으로 부부의 합작은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시 짓기를 좋아하는 꼬마 숙녀 칼포니아는 어느 날, 생선가게를 하는 아빠의 고민을 듣게 된다. 물고기가 더이상 잡히지 않아서 장사도 안 되고 마을 전체가 불경기라는 걱정어린 한숨에 아빠를 돕기 위해 이웃 알버타 아주머니가 일러준 말에 따라 순수한 열망으로 직접 <비밀의 강>을 찾아 나선다.

 

이 그림에 압도당했다.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데 물고기 미끼로 뭘 써야 할지 고민하는 장면.

판타지적 요소와 순수함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그림이다.

이런 요소들은 그림 곳곳에 숨어있다. 한번 보고.. 두번 보고.. 그림만 쭉 다시 보고..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 그림속에 숨어있는 묘사들

  

알버타 아주머니의 조언대로 코끝이 가리키는대로... 따라가다보니 <비밀의 강>이 나온다.

찾는 과정이 비현실적이라는 삐딱선을 버리고 순수하게 함께 따라가보자.

대자연은 칼포니아에게 나눔을 선사한다. 조건 없이 물고기를 베푼 대자연의 마음을 칼포니아가 배신할 리는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곳곳에서 만나는 무섭고 두려운 동물에게 가장 튼실해보이는 물고기를 아낌없이 내준다.

 

 ▲ 무섭고 두려운 동물의 이미지는 대공황의 위기를 이겨내는 과정이 투영된 것이 아닐까..

 

이 조건없는 나눔은 칼포니아 뿐만 아니라 칼포니아의 아빠에게로 이어진다. 불경기로 당장 돈이 없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외상으로 물고기를 내주고 그 물고기를 먹고 힘을 내서 일을 한 품삯을 천천히 받는다. 인간에 의한 파괴, 절망은 인간의 마음먹기에 따라 나락으로 더 깊숙히 빠지거나 또는 이겨내거나이다.

<비밀의 강>을 다시 찾고 싶지만 찾을 수 없는 칼포니아. 마을이 제법 살 만한 상황이니 더이상 <비밀의 강>은 찾지 못할 것이라는 알버타 아주머니의 말씀에 대자연이 주는 허락의 의미를 다시한번 새겨본다. 인간이 불러 온 대공황으로 삶도 정신도 팍팍하던 시기에 대자연과 인간의 순수함과 조건 없는 나눔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이 책은 어느 연령대가 봐도 입맛 맞는 내용이라 생각된다.

배경시대를 모르면 모르는대로 글과 그림만으로 충분한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배경시대를 알면 아는대로 좀더 깊은 사유를 하게 만든다.

엄마는 판타지적인 그림 요소에 필이 꽂혔었지만 9살 아이는 물고기, 낚시라는 코드에 일단 필이 꽂혀서 집중해서 봤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가 절로 생각나는 사건진행은 아이의 호기심을 계속 붙잡아둔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빵! 제대로 감동을 먹는다. 바로 아래 그림이다.

한참을 말없이 보더니 "아.................. 마음이 좋다......." 라고 한다. 눈물 나도록 감동적이야라는 의미를 가진 녀석만의 표현이다. 녀석의 입담에서는 그 이상의 최고의 찬사 문구는 아직 없다.

『비밀의 강은 네 마음속에 있단다. 네가 원할 때면 언제든 그곳에 갈 수 있지.

자, 눈을 감아보렴. 그럼 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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