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5
로버트 프로스트 글, 수잔 제퍼스 그림, 이상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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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위한 그림책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전 연령을 아우르는 그림책이다.
20세기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란 시로 유명한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 와 칼데콧아너 수상작가 수잔 제퍼스의 그림 조화가 환상적이다.

그림의 왼쪽은 원서, 오른쪽은 한글판이다. 표지의 색감에서 차이가 심하게 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원서는 트레이싱 페이퍼 스타일의 겉표지로 되어있어서 오묘한 느낌을 증폭시키지만, 한글번역본은 아쉽게도 그 신비로운 느낌을 없애고 트레이싱 페이퍼 띠지만 간출하게 둘러놨다. 그림의 느낌이 중요한 그림책인데 이 부분이 정말 아쉬웠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욕심을 내려놓은 삶을 담담하고 잔잔하게 풀어나가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은 구성이다.
평화롭다, 고즈넉하다, 아름답다, 감동적이다, 멋지다..라는 어휘가 2%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가슴속에 뭔가가 북받쳐 오른다.

눈밭에 누워 천사모양을 만들어내는 천진난만한 장면에서는 에즈라 잭 키츠의 <눈 오는 날>의 한 장면이 절로 떠오른다.
하얀 수염이 난 할아버지의 그런 모습에서 자연이 주는 것을 오롯이 느낄줄 아는 감정을 아직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 마음이 순간 부러워졌다. 겨우내 부족한 먹이를 숲 속 동물들을 위해 놔두는 장면, 그 먹이를 먹으러 나온 동물들의 색감 변화에도 이 그림책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하게 된다.

눈 쌓이는 소리 뿐...
눈이 쌓이는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우리 아이는 나즈막하게 휘파람을 불면서 표현한다. 바람의 느낌이 더 강하긴했지만.
눈꽃송이가 사르륵 내려앉는 소리를 상상해보면서 숨막히게 돌아가는 삶에서 한걸음 멈춰보자.
그리고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있기에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서는거다.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눈발 속으로 묵묵히 다시 길을 나서는 마지막 장면을 아이는 이 책에서 가장 멋진 장면으로 꼽았다.
어떻게 그렇게 그림을 표현해냈는지 종이가 뚫어져라 가까이 눈을 대 본다.


Stopping by the Woods on a Snowy Evening
Robert Frost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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