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카드를 긁는 곳 - 230만 영수증 데이터로 보는 오프라인 소비 트렌드
이재흔.한국신용데이터(KCD)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유행은 왜 그렇게 빨리 바뀔까요? 새로운 디저트가 등장하면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전에 매장부터 찾습니다. 쉽게 결제하고 당일배송되는 고효율 온라인 시스템 속에서도 굳이 오프라인으로 나섭니다.
이런 변화를 두고 유행은 원래 빠르게 바뀌는 것이라고 말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설명만으로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왜 특정한 공간과 상품에 시간과 돈을 쓰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12년 동안 트렌드를 연구해 온 이재흔 저자와 전국 230만 사업장의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출간한 『우리가 카드를 긁는 곳』에서 그 이유를 알려줍니다.

막연한 직감이나 소문이 아니라, 한국신용데이터의 230만 가맹점 결제 데이터와 수십억 건의 매출 정보라는 거대한 데이터 축 위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말로 설명할 때보다 실제로 돈을 쓸 때 더 구체적인 선택을 합니다. 건강한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주말마다 술자리를 찾을 수 있고, 새로운 경험을 원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익숙한 장소를 반복해서 방문할 수 있습니다.
말로 표현한 가치와 실제 행동 사이에는 간극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소비 데이터는 이 간극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그 숫자의 족적 위에 2030 세대의 깊은 마음과 욕망을 덧입혀 오프라인 트렌드의 본질을 밝혀냅니다.
『우리가 카드를 긁는 곳』은 오프라인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을 희소성, 감각, 연결, 경험이라는 4가지 핵심 코드를 통해 디저트와 취미, 핫플레이스와 로컬 상권, 웰니스와 외식, 관광까지 서로 달라 보이는 현상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합니다.
과거에는 자본력을 갖춘 대형 브랜드가 유행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얼마나 차별화된 새로움을 전달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작은 브랜드와 소상공인들이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유연하고 빠르게 메뉴를 바꾸고 변주를 줄 수 있을 때 희소한 가치를 창출해 냅니다.
두쫀쿠, 상하이 버터떡, 우베 음료로 이어지는 디저트 시장의 흐름은 유행의 마이크로화와 생주기의 단축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KCD 매출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등장한 두바이 초콜릿(11개월), 두쫀쿠(5개월), 버터떡(4개월) 등은 매출 정점을 찍고 반감기에 도달하는 주기가 눈에 띄게 짧아졌습니다.

온라인이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독보적인 무기는 바로 감각입니다. 슬라임이나 키캡 키링을 만지고, 말랑이와 디저트의 쫀득·바삭한 식감에 집착하는 현상은 직관적인 촉각, 청각적 만족을 갈구하는 소비 심리를 보여줍니다.
길빵(길거리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이나 야장(밖에서 술과 음식을 먹는 문화)에 열광하고 하천변 산책로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짧아진 봄·가을을 온몸으로 누리려는 제철 코어 욕구가 오프라인 공간 소비로 표출된 것이라고 합니다.
과거의 모임이나 회식이 혈연·학연·직장 중심의 끈끈한 결속을 강요했다면, 오늘날 2030의 모임은 완전히 양상이 다릅니다. 목적 없는 인맥 형성은 배제됩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을 함께 누리거나,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감시 장치가 되어 밀린 일을 처리하는 식의 실용적이고 느슨한 소셜링이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소속감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의 취향을 확장하기 위한 입구로서 오프라인 모임과 트라이브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공간 소비의 기준이 완벽히 경험으로 바뀌었습니다. 백화점은 상품 판매대 대신 대형 팝업스토어와 미디어 아트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특정 팝업스토어 하나만을 위해 이동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해당 지역이나 상권 전체의 경험을 설계하며, 팝업스토어를 방문의 목적지가 아닌 전체 동선 중 하나인 경유지로 소비합니다.
핫플과 일상의 지형도 변화에 대한 파트도 흥미롭습니다. 성수·도산공원이 2030 전유물이었다면, 신당과 서순라길은 중장년층과 2030이 고르게 섞이는 지역색 발굴 상권으로 성장했습니다. 달리기에 재미를 더한 만두런·설레임런 등 펀러닝 문화도 확산되었습니다.
과거 통큰치킨 류의 양적 가성비에서 벗어나, 동일 예산 내에서 얼마나 다양한 맛과 경험을 고를 수 있는가로 가성비 기준이 새롭게 생기기도 했습니다. 소용량 파인 다이닝 디저트나 여러 메뉴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콤보 상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작정 양을 늘려 단가를 낮추는 고전적 가성비 공식은 완전히 파기되었습니다.

희소한 경험을 먼저 얻으려는 마음, 감각을 직접 느끼려는 욕구,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느슨한 연결, 공간에서 얻는 특별한 경험이 서로 연결되면서 오늘날의 소비를 설명하는 『우리가 카드를 긁는 곳』. 결국 우리가 카드를 긁는 곳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어떤 삶을 원하는지 드러내는 단서입니다.
내가 무엇을 구매하는지뿐 아니라 왜 그것을 선택했는지 이해하면, 취향이라고 여겼던 행동 속에서 시대의 영향과 개인의 욕구를 함께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사업자에게는 고객 경험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는 데 도움됩니다. 소비 행동을 이해하는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다음 변화를 관찰하는 시야도 넓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