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싸웠어요
다그마 가이슬러 지음, 양혜영 옮김 / 윌마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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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저녁 식탁의 무음 모드. 부부 싸움은 소리가 클 때만 무서운 게 아닙니다. 오히려 더 오래 남는 건 그다음입니다. 수저 소리만 달그락거리는 식탁, 평소보다 세게 닫히는 서랍, 전혀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 얼굴이 만들어내는 공기 말이죠.


그 한복판에서 가장 바쁘게 머리를 굴리는 사람은 부모 당사자가 아니라 아이입니다. 아이는 상황을 해석하느라 바쁩니다. 문제는 아이에게 해석할 재료가 하나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엄마 아빠가 싸웠어요』는 부모 입장에서도 큰 울림을 안겨주는 그림책입니다. 싸움 이후의 설명 책임을 어른에게 묻는 책이거든요. 다툼은 이미 일어났고, 앞으로도 일어날 겁니다. 그러니 그다음에 어른이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그림책은 부부 갈등과 그 안에서 아이가 느끼는 불안을 다룹니다. 다툼에 대해 아이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부모가 다투면 아이는 "내 탓인가?", "헤어지면 어쩌지?"를 걱정한다고 합니다. 이 걱정은 설명이 없어서 생깁니다. 이 책을 읽으며 한 줄이라도 설명해 줘야겠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 한마디가 아이의 상상 속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부분 지워줍니다.


생각해 보면 어긋난 약속은 아이에게 이중 상처가 됩니다. 안 싸운다고 했는데 또 싸우면, 아이는 싸움 자체보다 어른의 말이 믿을 수 없다는 사실에 더 크게 흔들립니다. 하지만 "싸울 수는 있어, 대신 이렇게 풀 거야"라는 말은 지킬 수 있는 약속입니다. 신뢰는 완벽함이 아니라 지킬 수 있는 약속에서 쌓입니다.





무엇보다 화해를 마음이 풀리면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배워서 하는 일로 다룹니다. 싸운 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는가에 대해 사실 아이에게 알려준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조차도 화해의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고요.


부부 갈등이라는 현실적이고도 민감한 주제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완벽하게 재해석한 『엄마 아빠가 싸웠어요』. 오해는 대화로, 차이는 양보로.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침묵의 평화가 아니라, 관계가 다시 회복된다는 믿음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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