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러시아 ㅣ 머니 뭐니 세계사 3
강일우 저자 / 펜타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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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펜타클의 청소년 교양 시리즈 〈머니 뭐니 세계사〉의 세 번째 책 『주식회사 러시아』. 국가를 회사에 빗대고 역사를 장부로 읽습니다. 이 은유는 쉽고 재미있습니다. 러시아를 돈과 생존, 그리고 통제를 중심으로 움직여 온 하나의 거대한 기업, 즉 주식회사 러시아로 파악하는 시각입니다.


창비에서 30년 동안 일했고,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를 기획했으며 창비교육을 세운 강일우 저자의 책입니다. 오랫동안 청소년이 읽을 이야기를 만들어 온 저자인만큼 어려운 이야기를 어떤 장면과 어떤 말투에 실어야 끝까지 읽히는지를 잘 압니다.


『주식회사 러시아』는 시베리아 가스통제소라는 배경 속에서 주식회사 러시아의 CEO와 이를 검증하는 마스터 T, 그리고 우리 시선을 대변하는 한국이라는 캐릭터 간의 생생한 대담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국가를 하나의 기업 구조로 비유할 때, 러시아가 보여준 영토 확장과 내부 통제의 잔혹함은 단순한 광기가 아니라 국가라는 생존체의 철저하게 계산된 비용 처리였음이 드러납니다.


키예프 루스에서 모스크바 공국, 차르 시대, 러시아혁명과 소련, 푸틴 시대와 우크라이나전쟁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역사의 결정적 장면들을 기업 경영의 관점으로 다시 펼쳐 보여줍니다.


"성벽 없는 영토를 지키는 건 지옥이야. 내 서쪽을 봐. 알프스나 피레네 같은 산맥 하나 없이 끝없이 평평한 땅이 이어져 있지. 지도에는 국경선이 그어져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바람도 군대도 밀고 들어올 수 있는 땅이야. 문이 너무 많다고."라며 열린 지형이 주는 거대한 공포는 러시아로 하여금 끊임없이 국경 밖 완충지대를 찾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생존법의 뿌리는 역설적이게도 몽골의 지배 시절 모스크바 공국이 살아남은 방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모스크바가 강해진 건 처음부터 잘나서가 아니야. 적에게 납작 엎드리면서 내부 실력을 기른 덕분이지. 요즘 말로 하면 을의 처세술로 갑이 된 거야. 그 과정에서 러시아식 중앙집권의 뿌리가 자라났어. 흩어지면 죽는다. 권력은 한곳에 모아야 한다. 복종하지 않으면 제거해야 한다. 모스크바 공국 때 몸에 밴 이 방식은 훗날 차르의 제국으로 이어졌고, 오늘날 푸틴의 통치 방식 속에서도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라고 말입니다.





하청업체로서 몽골을 대신해 징세권을 행사하던 모스크바의 통치 기술은 이후 강력한 중앙집권 권력으로 재편됩니다. 이 방식은 서구화를 부르짖던 표트르 대제 시대에도 동일하게 반복됩니다. 국가의 목적을 위해 민중의 고통을 손실 비용으로 처리하는 구조는 1861년 농노해방령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제국이 무너지고 붉은 간판(소련)으로 교체되었을 때도 독재적 통치는 형태만 바꾼 채 계속되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이 거대한 기업은 자원을 무기화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이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등장합니다. 가스관 하나가 국제정치의 지형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공급망과 에너지 의존은 평소에는 경제적 편의를 제공하지만, 국제관계가 악화되면 전략적 취약점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부품, 반도체 공급망, 배터리 원료, 식량, 에너지 역시 국제정치와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경제와 안보가 서로 다른 과목처럼 보이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같은 장부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타국의 침략 역사 뒤에 숨은 생존의 공포를 이해하는 것과, 타인의 주권을 침해한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기준을 짚어줍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질문하는 순서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습니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 누가 비용을 치르는가, 그 장부에 안 적힌 항목은 무엇인가. 이 세 질문만 챙겨도 뉴스를 읽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각 장마다 삽입된 와글와글 일러스트와 숨은 역사 찾기 요소는 딱딱한 주제를 직관적이고 흥미롭게 다가서게 만들어 줍니다.


〈머니 뭐니 세계사〉 시리즈는 『주식회사 아메리카』, 『주식회사 차이나』에 이어 『주식회사 러시아』로 이어졌고, 다음에는 잉글랜드 편이 준비 중입니다. 각 나라의 역사를 이해관계의 장부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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