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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함 - 1% 리더들만의 사람을 이끄는 기술
탁민 오 지음 / 탁희재 / 2026년 2월
평점 :

*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고객을 생각하자",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자" 같은 문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이런 거창한 슬로건을 볼 때, 가슴이 뛰기보다는 은연중에 피로감을 느끼곤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좋은 말이 넘쳐나는 조직일수록 무질서와 혼란의 엔트로피는 최고조에 달하곤 합니다.
회의 시간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마지막에 "그럼 그렇게 가시죠"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자리로 돌아와 보니 '그렇게'가 정확히 어떻게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왜일까요? 리더가 정의한 그 좋은 말이 정작 구성원 각자의 실제 행동으로 연결되는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조직 구성원이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진짜 이유는 리더의 지시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그 한 방향이 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아무도 명확히 모르기 때문입니다.
투자자이자 스타트업 CEO들의 상담가, 그리고 쿠팡의 폭발적 성장기 속에서 성장 제품팀과 추천엔진 제품팀을 이끈 프로덕트 오너(PO) 출신의 오탁민 저자는 조직 내 모든 혼란과 비효율의 근원을 명료함의 결여에서 찾습니다.
『명료함』에서 엔지니어링 및 프로덕트 관점의 프레임워크를 조직 관리에 접목하여, 리더의 내면적 결단이 어떻게 팀원들의 구체적 일상 행동으로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직관적인 도식과 함께 쉽게 풀어냅니다.

물리학의 엔트로피 법칙처럼 개입이 없는 조직은 자연스럽게 무질서와 혼란의 방향으로 흐릅니다. 저자는 리더십의 핵심을 조직적 엔트로피를 줄이는 것이라 말합니다.
리더가 방향을 흐릿하게 말하면, 그 흐릿함을 해석하는 일이 구성원에게 넘어갑니다. 리더의 눈빛과 말투와 지난 회의 분위기를 조합해 '아마 이런 뜻이겠지' 하고 추측해야 합니다. 이른바 눈치입니다.
높은 조직적 엔트로피 상태를 보면, 구성원들이 저마다 올바름에 대해 각기 다른 기준을 갖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일합니다. 반면 낮은 조직적 엔트로피 상태는 구성원이 동일한 기준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조직입니다.
『명료함』은 조직 안에서 일을 탁월하게 잘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두 그룹을 구분하는 선을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 리더의 첫 번째 책무라고 합니다.
선이 모호하면 정치가 판을 치고, 잘 보이는 사람에게 보상이 돌아갑니다. 선이 선명해질 때 비로소 탁월함이 조직 전체로 전염됩니다. 여러분의 조직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정의되나요? "그냥 보면 안다"라는 답이 돌아올 테지요. 여기서 저자는 기준이 리더의 머릿속에만 있으면, 평가는 곧 취향이 된다는 걸 경고합니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것을 추구하라. 사람들이 감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라. 그래야 사람들이 행동할 것이다." (p.147)
많은 회사 벽에 '도전', '신뢰', '혁신' 같은 단어가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단어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뜻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리고 동일한 가치일지라도 직급과 역할에 따라 실천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주방장에게 고객 지향이란 하루 한 번 이상 홀에 나가서 고객을 만난다일 테고, 서빙 매니저에게 고객 지향이란 음식을 많이 남긴 고객에게 이유를 물어본다일 테고, CEO에게 고객 지향이란 직원들이 고객을 하루 한 번 이상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입니다.
이처럼 『명료함』은 가치 구체화의 프레임워크를 상세하게 보여줍니다. 가치가 홈페이지 선언문이나 벽에 걸린 좋은 말에 그치지 않고, 각 직무의 데일리 루틴으로 환원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게 됩니다.

피터 드러커는 무엇이 바른가보다 누가 바른가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일종의 타락이라고 말했습니다. 특정 인물에게 의존하거나 누가 말했는가에 따라 의사결정이 뒤흔들리는 조직은 잘못된 성과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역방향 플라이휠을 돌리게 됩니다. 질투, 쥐어짜기, 자의적 해석, 규율 부재라는 질병이 엔트로피를 가속화하는 겁니다.
이를 막기 위해 리더는 조직 안에서 올바른 가치를 구현하는 사람을 인간 등대로 설정하고, 성과라는 이름의 모호함 대신 분명한 행동 기준에 보상해야 한다고 합니다. 구성원들은 "저 사람처럼 일하면 인정받는구나"를 보면서 기준을 익힙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리더십의 시선을 조직 외부에서 리더 자신의 내면으로 돌립니다. 한 개인 안에는 수많은 자아들(내면의 소음들)이 존재합니다. 도망치고 싶은 자아, 타인을 협박해서 얻어내려는 자아, 지나가는 사람에게 웃어주고 싶은 자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리더가 스스로 어떤 목소리를 따를지 결정하지 못하면, 그의 지시와 행동 역시 흔들리고 모호해집니다.
기교나 테크닉 이전에, 리더 스스로 내면의 소음과 진정한 리더상을 구분하는 성찰을 거칠 때 비로소 단단한 명료함이 뿜어져 나오게 됩니다.
『명료함』은 동기부여를 하라는 당위에 머물지 않고, 핵심 가치를 직급별·직무별 행동 수칙으로 변환하는 명료함 캔버스 등 당장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툴킷을 손에 쥐여줍니다.
열심히 하자는 구호 대신 무엇을 어떻게 열심히 할지부터 말해 주는 책입니다. 조직의 비효율을 줄이고 구성원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게 만드는 시스템 구축의 결정적 깨달음을 얻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