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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의 눈으로 보면 과학 고전이 더 재밌어진다 - 어려운 과학 개념부터 뜻밖의 뒷이야기까지, 술술 읽히는 과학 고전 가이드 ㅣ 지식의 눈 4
박균호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6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수식과 거리를 둔 문과적 시선으로 다시 읽는 과학 고전 가이드북 『문과의 눈으로 보면 과학 고전이 더 재밌어진다』. 과학 고전이라는 장벽 앞에서 주춤하는 이들에게 인문학적 사유라는 새로운 사다리를 놓아주는 해설서입니다.
박균호 저자는 30년간 청소년들을 가르쳐 온 교사이자, 어려운 인문 교양서를 쉽고 깊이 있게 소개해 온 북 칼럼니스트입니다. 『문과의 눈으로 보면 과학 고전이 더 재밌어진다』에서는 난해한 수식이나 공식을 이해시키려 들지 않습니다. "왜 그런 질문을 던졌는가?"라는 질문을 동력 삼아 과학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다채로운 인간적 서사로 재구성합니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부터 2003년 도나 해러웨이의 『해러웨이 선언문』에 이르기까지 460년에 걸친 27권의 과학 명저를 다루면서, 과학이란 본래 사람의 고민과 시대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음을 보여줍니다.

과학 고전을 읽는 새로운 틀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첫째, 과학사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인간과 맥락의 재발견입니다. 과학사의 위대한 장면들 뒤편에 존재했던 미완의 과정, 실패 그리고 수많은 협력자들의 존재를 조명합니다. 둘째, 비유와 상상력을 통한 선명한 장면 연출이 매력적입니다. 일상적인 직관과 비유로 개념의 본질을 설명하고 있어 과학적 현상을 비로소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문·이과의 경계를 넘어서는 하이브리드적 융합이 돋보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책임과 윤리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통찰을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는 이 책의 위대함이 감정적인 환경 운동에 그친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균형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과도한 화학 물질 사용이 가져올 무서운 미래를 근거로 증명해 낸 점에 있음을 짚어줍니다. 한 장의 편지에서 시작된 작은 의문이 인류 전체의 경각심을 깨우는 고전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화학 제품 논쟁과 맞물려 지금도 유효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방정식을 하나 넣을 때마다 판매가 절반으로 줄 거라는 말을 들었다"라며, 그래서 수식을 거의 걸러냈다고 밝힌 호킹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스티븐 호킹의 대중화 노력은 박균호 저자의 집필 의도와도 일치합니다. 수식을 과감히 배제하고 우주와 시간의 근원을 설명하려 했던 호킹의 태도는 과학이 전문 분야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저도 감명 깊게 읽었던 책입니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 바로 이 책에서 등장했거든요. 일상에서 남발되는 개념인 패러다임의 원류를 추적하며, 과학적 발전이 차곡차곡 벽돌을 쌓듯 선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극적인 인식의 틀 변화(혁명)를 거친다는 통찰을 짚어줍니다. 과학 고전 한 권이 어떻게 학문의 울타리를 넘어 일상의 언어 구조까지 바꾸어 놓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어서 이 주제에 딱 어울립니다.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도 흥미로웠습니다. 분자생물학의 성과를 다룬 서적이 결국 철학적 자아의 근원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은 이 책이 추구하는 문과적 독법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우주가 인류의 목적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할 때, 과학이 건네는 뜻밖의 인문학적 실존 의식과 마주하게 됩니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처럼 SF 소설도 등장합니다. 상상력에서 시작된 SF 문학의 고전이 유전자 변형 식품이나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 비판의 핵심 비유로 기능합니다. 더불어 과학 기술의 편의성과 생명공학적 통제가 결합하여 인간의 자유의지와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메커니즘을 파헤침으로써, 과학 발전의 목적지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역설합니다.

무엇보다 꼭지마다 붙은 질문과 추천 도서 세 권은 한 권의 권위에 기대지 않고 견주어 읽게 합니다. 한 권의 책을 설명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책에서 파생된 질문을 던지고, 다시 다른 책으로 연결합니다. 책 마지막에 정리된 시대순 목록은 1543년부터 2020년대 교양서까지 이어지는 지적 흐름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인류가 던져온 질문의 스펙트럼이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비문학 과학 지문과 논술, 면접을 준비하며 개념의 장면이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는 청소년에게 좋은 입문서가 되어줄 『문과의 눈으로 보면 과학 고전이 더 재밌어진다』. 수식 뒤에 숨겨진 과학자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시대적 맥락을 알면 훨씬 더 술술 잘 읽힙니다. 문과의 눈이란 과학을 얕게 보는 눈이 아니라, 과학이 닿는 곳을 넓게 보는 눈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