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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캣 뭉치의 일상 - 따끈따끈 폭신폭신, 뭉치랑 놀 준비 됐어?
수지니 지음 / 북스고 / 2026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찰나의 귀여움 뒤에는 언제나 다정한 삶의 무게가 있습니다. 인스타툰 작가 수지니의 첫 그림에세이 『말랑캣 뭉치의 일상』은 고양이 뭉치와 함께하며 경험한 묵직하고 따뜻한 일상의 순간들을 담아낸 책입니다.
작가 수지니는 수만 팔로워의 사랑을 받는 ‘말랑캣 뭉치’의 일상툰과 이모티콘으로 널리 알려진 저자입니다. 책에서는 모바일 화면의 짧은 컷컷 속에 다 담아내지 못했던 깊은 속내, 첫 고양이 메시를 떠나보낸 뒤 겪었던 펫로스의 아픔과 새로운 존재를 맞이하며 느낀 미안함, 그리고 마침내 성숙한 집사로 거듭나는 고백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건넵니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집 안의 모든 사물이 새로이 재해석되는 놀라운 경험입니다. 뭉치가 가족들의 삶에 스며들며 일상의 풍경을 어떻게 바꿨는지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가득합니다.

무심코 던져둔 복주머니 형태의 가방, 굴러다니는 병뚜껑, 식빵 봉지를 묶던 비닐 끈… 방치되던 일상의 소소한 물건들이 고양이로 인해 추억을 품은 오브제로 탈바꿈합니다. 고양이라는 존재는 지루했던 인간의 공간에 새로운 의미의 결을 입힙니다.
고양이는 서먹했던 가족 간의 대화를 이어주는 무형의 다리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저자의 아버지가 건넨 "동물을 키우면 좋은 점은 웃을 일이 더 생긴다는 것"이라는 대답처럼, 반려동물은 집안의 정서적 기류를 바꾸고 웃음의 물꼬를 터주는 생명체입니다.
저자는 뭉치를 만나기 전, 첫 고양이 메시와의 이별을 겪었습니다. 그 이별이 남긴 슬픔과 죄책감은 새로운 생명인 뭉치가 다가왔을 때 온전히 기뻐할 수 없게 만드는 그늘이 되었습니다.
펫로스를 겪은 뒤 또 다른 반려동물을 맞이할 때 극심한 부채감에 시달립니다. 내가 이전 아이를 잊고 새 아이에게 마음을 주는 것은 배신이 아닐까?, 내가 다시 한 생명을 책임질 자격이 있을까? 하는 끊임없는 자책입니다.
저자는 뭉치와 함께 노는 순간에도, 밥을 먹이고 잠을 자는 순간에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메시의 그림자 앞에 멈춰 섰습니다. 하지만 이 죄책감을 억지로 털어내거나 감추려 하지 않습니다. 그 슬픔조차도 자신이 짊어져야 할 사랑의 한 형태임을 인정합니다.
현재 펫로스의 터널을 지나고 있거나, 또 다른 만남 앞에서 망설이는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선사합니다. 떠나보낸 존재에 대한 미안함을 새로 찾아온 존재에 대한 더 깊은 책임감과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사랑은 단순히 상대를 귀여워하는 마음을 넘어, 나 자신의 한계와 두려움을 깨부수는 용기로 발현되기도 합니다. 평소 벌레라면 질색을 하며 멀찌감치 도망치던 사람이, 혹여나 호기심 많은 고양이가 벌레를 덮칠까 봐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직접 벌레를 잡게 되는 변화. "벌레를 잡을 용기는 생겼지만, 무서워하지 않게 된 건 아니었다. 용감한 집사가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라는 유머러스한 혼잣말이 어찌나 공감되던지요.
책 곳곳에 수록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데 필요한 정보를 다루는 집사 노트는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나의 안락함과 취향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배우며 맞추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담아냈습니다. 반려동물 양육이 서로를 알아가는 평생의 대화임을 일깨워 줍니다.
첫 고양이를 맞은 사람은 웃음을 말하고, 이별을 겪은 사람은 웃음의 값을 압니다. 『말랑캣 뭉치의 일상』은 귀여움을 소비하는 책이 아니라, 귀여움의 값을 치러 본 사람이 쓴 책입니다.
짧은 영상 콘텐츠는 대부분 가장 귀여운 몇 초를 담았습니다. 하지만 함께 사는 일은 그 몇 초 바깥의 시간이 훨씬 깁니다. 밥과 화장실, 아플 때의 걱정 그리고 언젠가 오는 이별까지. 위로를 앞세우는 대신 즐거움만은 아니다라고 먼저 말해 주는 책이 오히려 더 믿음직한 위로가 되어줍니다. 웃을 일이 늘어나는 만큼, 마음 쓸 일도 늘어나는 것, 그게 사랑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