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 - 한글 580년, 팍스 코리아나로 가는 길
이현준 지음 / 해향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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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세종이 만든 훈민정음은 28자였는데 왜 우리가 배우는 한글은 24자일까요? 아래아(ㆍ), 반치음(ㅿ), 여린히읗(ㆆ), 옛이응(ㆁ)은 사라졌습니다. 한글날이 되면 훈민정음해례본 사진은 자주 보지만, 이 글자들을 일상에서 만날 기회는 없습니다. 이 사라진 글자들은 과연 세월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쓸모를 다해 사라진 옛 유물에 불과할까요?


25년간 외국어 교육 현장을 지켜온 이카이스 대표 이현준 저자는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에서 한글의 숨겨진 가치를 재조명합니다. 한글이 가진 본래의 소리 기록 능력에 주목했습니다.


"여기서 세종이 붙인 이름을 다시 보자. 훈민정자(訓民正字)가 아닌 훈민정음(訓民正音)이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다. 즉 ‘글자’가 아닌 ‘소리’라고 분명하게 이름 지었다."라며 세종이 창제한 것은 단지 국어를 적기 위한 문자(字)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 내는 온갖 음성을 정교하게 담아내는 범용 발음기호(音)였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훈민정음으로 우리말뿐만 아니라 중국 한자음과 외국어 소리까지 기록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우리말 발음에 쓰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네 글자와 각종 병서 표기법을 폐기하면서, 우리는 훈민정음이 가졌던 세계 모든 소리를 적는 위대한 발음기호로서의 기능 중 절반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현대 한국어 표기법에서 F와 P는 모두 'ㅍ'으로, V와 B는 모두 'ㅂ'으로, Z와 S는 모두 'ㅅ'으로 적힙니다. 이로 인해 'Fashion'과 'Passion', 'Victory'와 'Big' 같은 단어들이 한글 표기만으로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한계가 발생합니다.


저자는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였던 순경음(입술가벼운소리)과 사라진 글자 반치음(ㅿ) 등의 체계를 현대 외국어 표기에 다시 활용해 보자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ㅇ을 아래에 붙이면 입술을 완전히 닫지 않고 가벼운 스치는 소리가 됩니다. Fashion -> ᅗᅢ션 / Passion -> 패션으로 말입니다.


한국어 사용을 위한 24자의 문맥은 유지하되, 글로벌 외국어 교육과 한국어의 외국어 표기 영역에서 훈민정음 본래의 28자 체계 및 소리 조합 원리를 적극 부활시키자는 겁니다.


846년 아랍 문헌에 기록된 신라의 풍요로움과 매력처럼 오늘날 K-팝과 K-드라마를 통해 전 세계인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세종학당 수강생이 수십만 명으로 급증하고 한국어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이 배우는 언어로 올라선 지금, 세계인은 스스로 한국어와 한글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그려내는 팍스 코리아나(Pax Koreana)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으로 타국을 압도하는 패권주의가 아닙니다. 세계인들이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사랑하여 스스로 한글을 익히고, 나아가 문자가 없는 소수 민족이 한글로 자신의 언어와 이름을 기록하는 문화적 공존의 시대입니다. 580년 전 세종대왕이 설계한 스물여덟 자의 소리 체계는 바로 이 소통과 포용의 팍스 코리아나를 가능하게 할 핵심 자산입니다.


알파벳은 일렬로 늘어놓는 나열식 문자이고, 한자는 글자마다 뜻과 모양을 따로 외워야 하는 수천 개의 무거운 체계입니다. 반면 훈민정음은 최소한의 기본 자모를 조합하여 11,172개 이상의 완벽한 소리 음절을 만들어내는 디지털적인 모듈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무한한 음성을 표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라니, 놀랍지 않은가요?


무작정 외우던 한글 표기의 원리와 사라진 옛 글자의 비밀을 알게 되니 우리 문자에 대한 자부심이 타오릅니다. 외국어 발음에 훈민정음의 순경음과 병서 원리를 적용한 직관적 발음 솔루션은 정말 명쾌했습니다.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는 사라진 네 글자를 되찾을 때, 한글은 세계인의 언어를 적는 가장 위대한 발음기호가 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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