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바닐라, 라떼
욱시무스 지음 / 하늘세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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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부모도 자란다고 하죠. 웃음과 인생의 쓴맛까지 담아낸 육아툰 『달콤 쌉싸름한 바닐라, 라떼』.


아이를 낳기 전에는 부모가 되는 일이 하나의 역할 변화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결혼을 하면 배우자가 되고,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가 됩니다. 주민등록상의 가족관계가 달라지고, 하루의 일정이 달라지고, 소비의 우선순위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부모가 되어보면 알게 됩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역할 하나를 추가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사건이라는 것을요.


욱시무스 작가는 그 변화의 과정을 인스타툰으로 기록했습니다. 방송국에서 광고마케팅을 해온 평범한 월급쟁이이면서, 선물 받은 아이패드로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한 N잡러 만화가입니다.


『달콤 쌉싸름한 바닐라, 라떼』는 쌍둥이 육아가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는 게 다가 아닙니다. 아이의 성장만 기록한 책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면서 함께 변화한 한 어른의 내면 일지입니다.


육아라는 경험이 한 사람의 나이 듦, 부부관계, 부모와 자식의 관계,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삶의 의미까지 건드리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부모님을 떠올리고, 배우자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고, 나는 지금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예상 밖의 여운을 남깁니다.


만화의 찰진 컷 전환이 웃음벨을 빵빵 터뜨리면, 뒤따라오는 에세이가 묵직한 돌직구를 날리며 감성을 파고드는 완벽한 콤비네이션입니다.


부모가 되는 순간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직업을 동시에 갖게 됩니다. 요리사, 운전기사, 간호사, 선생님, 상담가, 심판, 배우, 코미디언, 사진작가까지. 그런데 급여는 없습니다. 대신 아이의 웃음이 보상입니다. 작가는 바로 그 이상한 직업의 희로애락을 기록합니다.





아이에게 성장통이 찾아오는 동안 부모에게도 성장통이 찾아옵니다. 아이가 처음 걷는 순간 부모는 기뻐하지만 동시에 손을 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아이가 말을 배우면 대화가 늘어나는 만큼 부모가 책임져야 할 말도 많아집니다. 이 만화는 그 과정을 생활 속 장면과 유머로 보여줍니다.


몸도 정신도 예전처럼 빠릇빠릇하지 않고 실수나 민폐를 끼칠까 저어되는 나이, 저자는 자신의 기능적 가치가 하락하는 공포 속에서 아이들이라는 존재를 마주합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성공했는지, 가성비가 뛰어난 인재인지를 묻지 않습니다. 그저 나를 완전한 우주이자 보호자로 바라보며 의지해 올 뿐입니다. 내가 이 아이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이 삶을 다시 움직이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자랍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기쁘면서도 서운합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장면이 몇 년 뒤에는 가장 귀한 기억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웃었던 순간, 별것 아닌 말에 가족이 한바탕 웃었던 저녁, 부부가 힘들어서 투덜거리다가 결국 서로를 도왔던 순간들.


웃기는 장면 뒤에 피곤함이 있고, 아이의 귀여움 뒤에 부모의 걱정이 있고, 가족의 행복 뒤에는 수많은 수고가 있습니다. 삶은 그렇게 흘러갑니다. 달콤한 순간만 골라 담을 수도 없고, 쓴맛이 나는 순간만 피해갈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두 가지 맛이 함께 있는 지금의 삶을 제대로 음미하는 게 중요한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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