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과학 - 집파리에서 인공지능까지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쓰레기의 모든 것
곽재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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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쓰레기는 하루가 끝나면 사라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종량제 봉투에 담아 집 밖에 내놓고, 분리수거함에 넣고, 음식물 통에 버리면 내 삶에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2024년 통계치에 따르면 한국인 1인이 하루에 배출하는 생활 폐기물은 약 1.2kg, 전국적으로 매일 6만 톤에 육박하는 엄청난 양의 부산물이 쏟아져 나온다고 합니다. 1분당 무려 41.7톤에 달하는 비유용한 부산물들은 우리의 눈앞에서 빠르게 사라지기 때문에,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시스템을 잊고 살아갑니다. 쓰레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는 것이며, 우리가 외면한 순간부터 오히려 훨씬 복잡한 과학과 산업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SF 소설가이자 공학자인 독보적인 이야기꾼, 곽재식 교수의 신작 『쓰레기 과학』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이 더럽고 하찮은 대상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버려지는 미시적인 물성에서부터 최첨단 인공지능과 우주산업에 이르기까지, 현대 인류 문명이 어떻게 자원의 순환과 과학기술의 협력을 통해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일깨워 줍니다. 쓰레기를 들여다보는 일은 인간이 만든 풍요의 뒷면을 책임지는 성숙한 시민으로 거듭나는 통로입니다.


먼저 600년 전 조선시대로 안내합니다. 세종대왕 시절, 청계천을 둘러싼 신하들의 논쟁은 오늘날 매립지 갈등이나 환경 정책 수립 과정과 닮았습니다. 도시라는 공간이 형성된 이래 오물과 폐기물의 처리가 늘 정치적, 사회적 메커니즘의 중심에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쓰레기는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이 모여 도시를 이루고 살아온 순간부터 발생했습니다. 사람이 많아지면 먹고 남은 것, 만들고 남은 것, 부서진 것들이 쌓입니다. 결국 쓰레기는 문명이 생겼다는 증거이면서 문명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기도 합니다.


현대에 이르러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벌어진 정치적 파행과 매립지 부재가 불러온 쓰레기 대란은 치워지지 않은 폐기물이 어떻게 한 현대 도시의 일상을 마비시키고 사회적 폭동으로 분출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1부 ‘땅에 묻기’에서는 버려진 것들이 모이는 장소들의 거대함과 그 속에 숨은 기술적 도전을 파헤칩니다. 남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니모 지점(Point Nemo)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합니다.


인적이 드물어 사람이나 시설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적고, 수심이 깊어 그 잔해가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작은 곳에서 안전하게 처리해야 하는 특별한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라고 합니다. 이 문장을 읽으면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는 개념 자체가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지상으로 눈을 돌리면 위생매립 방식을 만나게 됩니다. 쓰레기를 흙으로 덮는 행위는 직관적이고 쉬워 보이지만, 집파리의 번식을 막고 침출수를 차단하며 매립 가스를 수집해 에너지를 재생산하는 고도의 생물학적·지질학적 공학 기술이 숨어 있습니다. 매립지를 파내려 가는 중장비의 유압 기계학부터 오염물질을 분석하기 위해 빛과 원자를 다루는 양자 이론까지, 땅 아래에는 현대 기초과학의 정수가 숨 쉬고 있습니다.


2부 ‘재활용하기’에 들어서면 매립지에서 자원으로 시선이 이동합니다. 알루미늄, 철, 희귀 금속, 배터리, 종이, 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 건설 폐기물, 소각까지 이어집니다.


여기서 재활용 =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공식은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재활용하려면 수거해야 하고, 선별해야 하고, 운송해야 하고, 가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와 비용이 들어갑니다. 재활용한 소재의 품질이 충분히 좋아야 시장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자원순환은 폐기물 문제만 해결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에너지 생산 방식, 산업구조, 국가별 자원 조건까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책 곳곳에서 곽재식 특유의 스토리텔링 솜씨가 드러납니다. 종이 재활용 과정에서 먹이나 잉크를 제거하는 탈묵 공정을 설명하며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라는 옛 가요를 들어 유쾌하게 해설하는 부분이나, 소각장의 열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펭귄 발의 이류열교환 원리를 응용하는 공학적 지혜가 재미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소각장의 불길과 연기 성분을 센서로 파악해 최적의 연소 상태를 유지하고 오염물질을 자동 제어하는 알고리즘은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아닌 기술과 환경이 공존하는 길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환경문제가 물리학, 화학, 재료공학, 경제학, 행정학이 하나의 용광로처럼 융합될 때 진정한 자원순환 사회가 구축될 수 있음을 짚어줍니다. 『쓰레기 과학』을 읽어 내려가며 깨달은 건 '비움'과 '버림' 역시 철저히 계산된 과학적 메커니즘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역사와 문학, 영화, 최첨단 기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곽재식 저자의 유쾌한 입담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하찮은 폐기물 속에 숨겨진 위대한 과학의 세계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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