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나의 유령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선화.이선영 옮김 / 파람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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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삼총사』와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19세기 프랑스 대중문학의 정점에 섰던 알렉상드르 뒤마 Alexandre Dumas, 1802~1870. 대중에게는 역동적인 모험담과 역사 소설로 유명하지만, 사실 뒤마는 당대 유럽을 뒤흔들기 시작한 괴기와 환상이라는 장르에 애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1849년에 발표된 『천하나의 유령(Les Mille et un Fantômes)』은 1848년 혁명의 여파로 극장이 파산하고 정치적 도전에 실패하여 인생의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던 뒤마가 내놓은 환상문학 소품집이자 오컬트 프론티어 작품입니다.


『천하나의 유령』은 1831년 퐁트네오로즈의 한 저택에 모인 사람들의 고백을 액자식 구성으로 펼쳐냅니다. 당대 사회를 관통하던 과학적, 정치적 화두를 서사의 핵심 소재로 삼았습니다.





프랑스 대혁명기, 인도주의적이고 효율적인 처형 도구로 도입된 단두대는 파리 시민들에게 기묘한 공포를 안겨주었습니다. 분리된 머리가 여전히 고통을 느끼고 사유할 수 있는가라는 과학적 논쟁입니다.


"그 뺨이 붉어지는 것을 보았다고. 그것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머리 전체가, 아시겠습니까? 맞은 뺨만이 아니라 두 뺨이 모두, 같은 정도의 붉은빛이었습니다. 감각이 그 머릿속에 살아 있었고, 판결에도 없는 치욕을 당했다는 것에 분노했기 때문입니다."라며 오싹한 고증이 등장합니다. 이성의 시대라 불리던 19세기가 외면하려 했던 무의식의 공포와 사형제도의 본질을 파고듭니다.


무엇보다 흥미진진한 점은 『천하나의 유령』이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보다 반세기나 앞서 동유럽의 흡혈귀 전설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는 데 있습니다. 요즘 대중문화에 뿌리내린 언데드, 구울 같은 개념이 정립된 겁니다.


뒤마는 실존 인물들과 픽션을 오가는 특유의 현장감 넘치는 문장으로 우리를 홀립니다. 당대 유명 신비주의자 알리에트에 대한 묘사는 이성에 대한 맹신이 팽배하던 시기, 오컬트라는 미지의 영역이 어떻게 대중의 사유 속으로 스며들었는지 잘 보여줍니다. 과학적 상식과 초자연적 현상, 이성과 광기가 공존하는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기막하게 잘 건드리고 있는 소설입니다.





게다가 혁명의 피비린내 나는 현장에 실존했던 인물들을 이야기꾼으로 불러내어 고딕 호러의 분위기를 완성한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대혁명기 왕실 무덤 발굴에 참여했던 고고학자 르누아르, 단두대 머리를 연구하는 학자 르드뤼 등 실존 인물의 증언 형태를 빌려와 괴기스러움에 사실적인 고증을 더합니다.


퐁트네오로즈의 밤을 수놓는 괴담들은 『천일야화』를 연상시키는 액자식 구조를 사용합니다. 제목 '천하나 mille et un'는 단지 숫자 1001을 넘어 헤아릴 수 없이 무수히 많다는 뜻입니다. 한 사람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 안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그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기괴한 사건이 등장합니다.


고전 문학이라고 하면 지루할 줄 알았지만, 뒤마의 문장은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듭니다. 오컬트와 고딕 호러의 원류를 확인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다니요. 고딕 호러와 오컬트 장르 마니아라면 이 소설 놓치면 안 됩니다. 흡혈귀, 언데드 클리셰의 시초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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