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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염증
김슬기 지음 / 서사원 / 2026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건강식을 먹는다고 하는데도 왜 몸은 아플까요? 원인 모를 피로감과 식후 식곤증, 피부 트러블 등 우리가 겪는 수많은 대사 이상은 건강에 좋다고 믿으며 먹어온 식재료가 사실은 내 몸속에서 불꽃을 피워 올리는 염증의 원인일 수 있다고 합니다. 『식탁 위의 염증』은 내가 건강하다고 믿는 음식이 정말 내 몸에 맞는가를 살펴보게 합니다.
저자 김슬기(우주맘)는 미국 Functional Nutrition Alliance(FxNA) 기능영양 코칭 과정을 이수하고 10년 넘게 식재료와 대사의 관계를 연구한 기능영양 카운슬러입니다. 20대부터 중증 알코올 중독과 섭식 문제를 비롯한 여러 어려움을 겪었고, 기존의 의학과 영양학적 권고를 충실히 따르고도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던 경험이 식단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몸이 보내는 신호에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침부터 피곤하고, 식사를 하고 나면 졸리고, 커피를 마셔야 정신이 들고, 속이 자주 불편하지만 원래 소화가 약해서라고 넘깁니다. 피부가 뒤집히면 화장품을 바꾸고, 체중이 늘면 운동량을 늘립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현상을 각각 따로 떼어 보기보다 식사와 대사라는 큰 그림에서 바라보자고 합니다.

『식탁 위의 염증』은 기존 영양 통념 뒤에 숨겨진 구조적 문제점을 파헤치고, 만성 염증을 줄이는 실천적 식단 원칙을 소개합니다. 건강식이라는 이름표만 보고 음식을 판단하지 말고, 원재료와 가공 과정, 섭취량, 그리고 내 몸의 반응까지 함께 보자는 것입니다.
포화지방과 육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우리의 통념은 포화지방을 먹으면 혈관이 기름 덩어리로 막힌다입니다. 앤설 키스(Ancel Keys)의 연구에서 시작된 포화지방 악마화는 지방을 피하는 대신 탄수화물과 식물성 기름 소비를 급격히 늘리는 건강 패러다임을 형성했습니다. 하지만 지방은 세포막을 구성하고 필수 호르몬을 합성하는 생명 유지의 핵심 영양소입니다. 심혈관 질환의 진짜 원인은 포화지방 자체가 아니라, 고탄수화물 식단과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혈당 스파이크 및 산화 지방인 겁니다.
통곡물과 제로 슈거처럼 당 섭취에 대한 선입견도 짚어줍니다. 통곡물은 정제 곡물보다 흡수는 느릴 수 있으나 총 당류 함량은 동일하여 혈당을 자극한다고 합니다. 제로 슈거는 당알코올 및 감미료가 장내 미생물 환경을 교란하고 단맛 중독을 유지시킨다고 합니다.
통곡물이라는 안도감이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로 이어질 때 인슐린 저항성은 계속 악화되는 겁니다. 건강한 식단을 원한다면 정제 여부를 넘어 체내 당 총량을 줄여야 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채식에 대한 이야기도 놀랍습니다. 건강 상식에서 채소는 거의 면죄부를 받은 음식입니다. 많이 먹을수록 좋고, 다양하게 먹을수록 좋고, 샐러드는 건강의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그런데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식단이 적용될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식물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독소를 생성합니다. 장벽이 약해진 상태에서 렉틴이나 글리코알칼로이드가 풍부한 채소를 다량 섭취하면 장 누수 증후군과 면역 교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무조건적인 채식 위주의 식단이 누군가에게는 장내 염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저자는 2016년에 키토제닉을 시작했습니다. 키토제닉 식단은 흔히 체중 감량 식단으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탄수화물 섭취를 크게 제한해 몸이 지방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키토시스 상태에 주목합니다.
시리얼, 그래놀라, 메밀면, 통곡물빵처럼 주식이었던 탄수화물 식품들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했습니다.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키토시스 상태에 들어가면 인슐린 분비가 안정을 찾고 대사 유연성이 회복됩니다. 카놀라유나 콩기름 같은 가공 식용유를 버리고 버터, 라드, 아보카도 오일 등 안정적인 지방을 채워 넣는 전환이 대사 질환 치료의 시발점입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진정한 영양 균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음식을 접하는 전통적 의미의 '골고루'는 신체 대사에 적합한 고영양 밀도 식재료를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기존엔 채소, 곡물, 과일, 고기를 비율 맞춰 다채롭게 먹는 식사를 골고루라고 생각했다면, 기능 영양학적 접근에서는 소화에 부담 없는 동물성 단백질과 내장육 중심의 밀도 높은 영양 공급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동물성 식품과 내장육은 비타민 A, B군, 철분, 필수 아미노산의 최적 공급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먹어야 할까요? 고기를 조리할 때 설탕과 양념을 곁들여 고온에 가열하면 최종당화산물(AGEs)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건강한 육식을 즐기려면 과도한 단맛 양념을 지양하고 수분을 이용해 삶거나 찌는 방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제육볶음이나 소불고기를 먹으면서 자신이 고기를 먹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자고 조언합니다.
『식탁 위의 염증』은 5가지 핵심 식사 원칙과 함께 자신에게 맞는 저탄고지 실천 가이드도 상세하게 소개합니다. 숫자 놀음인 칼로리를 계산하지 말고, 몸속 염증을 꺼뜨리는 진짜 음식을 채울 수 있게 도와줍니다. 건강은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장보기의 기준을 바꾸는 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