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라거스 - 제16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81
김양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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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말투가 이상하다, 눈치가 없다, 분위기를 못 읽는다, 너무 예민하다, 답답하다….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쟤는 좀 이상해’라는 결론을 내리는 데는 몇 초만에 끝납니다. 살면서 타인을 참 쉽게 규정하고 편의대로 분류해버립니다.


제16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김양미 작가의 소설 『아스파라거스』는 도대체 그 이상함의 기준은 누구의 관점인가 하고 묻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요한과 그의 친구가 되어 가는 현빈, 그리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빈의 아버지 병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칩니다. 서로 다른 궤도를 도는 인물들이 어떻게 서로의 울림통이 되어주는지 그려냅니다. 한쪽만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방법을 찾아가는 겁니다.


중학교 2학년 현빈의 반에는 요한이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목소리가 크고 눈치도 없고, 다른 친구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행동합니다. 아이들은 그 차이를 곧바로 밉상이라는 평가로 바꿉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요한이의 행동 자체보다 그 행동을 해석하는 교실의 방식입니다. 요한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보다 쟤는 원래 저런 아이라는 평가가 먼저 생겨납니다. 한 번 붙은 평가는 다음 행동을 해석하는 기준이 됩니다. 역시 이상해, 또 저러네, 눈치가 없네 식으로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행동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이미 붙어 있는 이미지로 평가받기 시작합니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회의에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나서는 사람이 되고, 말을 적게 하는 사람은 소극적인 사람이 됩니다. 메시지에 답장이 늦으면 무관심한 사람이 되고, 지나치게 꼼꼼하면 피곤한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아스파라거스』는 바로 그 생략된 과정을 다시 보여줍니다. 요한이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현빈은 자신이 처음에 가지고 있던 판단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이해’했다고 해서 곧바로 “괜찮아, 너는 특별해”라고 말하는 감상적인 장면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상대를 다시 알아가려는 과정으로 그려집니다.


공감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아도 현실의 관계에서는 그렇게 깔끔하게 흘러가지 않지요.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짜증이 날 수도 있고, 서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 것. 『아스파라거스』가 보여주는 ‘이해’는 그 현실적인 지점에 서 있습니다.


현빈에게는 또 다른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 병진입니다. 병진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직장에서도 자주 실패합니다. 집에서도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소파에 누워 지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현빈에게 아버지는 친하지만 편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현빈은 요한이를 알아가면서 아버지를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 역시 요한이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합니다. 한 사람을 이해하기 시작했더니 전혀 다른 한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가족에게는 기대가 더 크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집니다. 상대가 나를 알아서 이해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아스파라거스』는 가족 역시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이해는 내 속도를 조절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아스파라거스』가 말하는 각자의 속도는 무책임한 위로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분명한 책임이 있습니다. 자신의 방향을 찾고, 포기하지 않고, 필요하면 방법을 바꾸며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요한은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다르고, 병진은 사회생활의 방식이 다릅니다. 현빈 역시 처음부터 타인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이상한 사람으로 규정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을 정상적인 사람의 자리에 세우게 됩니다. 그런데 그 정상이라는 자리가 생각보다 허술합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 역시 이해받고 싶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살아가며 필요한 것은 모든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 아니라, 이해하기 전에 함부로 결론 내리지 않는 습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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