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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뇌과학 - 도파민에서 불안, 관계까지 뇌과학 명저 33 ㅣ 필독서 시리즈 32
여르미 지음 / 센시오 / 2026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될 텐데. 의지가 약해서 또 실패했네. 왜 나는 남들처럼 꾸준히 하지 못할까. 살아가면서 이런 말을 너무 쉽게 자신에게 던집니다. 피곤한데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다가 자책하며,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도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정말 문제는 의지가 부족해서일까요, 아니면 아직 내 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치과의사이자 수년간 수백 권의 책을 읽고 소개해 온 북크리에이터 여르미 작가의 신작 『나를 지키는 뇌과학』은 세계적인 뇌과학자들의 대표 저작을 통해 우리가 매일 겪는 고민을 뇌의 언어로 번역해줍니다.
세상에는 더 열심히 살라는 책이 많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아침 일찍 일어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조언을 실천하지 못하는 순간 사람은 또다시 자신을 탓하게 됩니다. 여르미 작가는 방향을 바꿉니다. 변화는 의지의 강도가 아니라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나를 지키는 뇌과학』은 안데르스 한센, 로버트 새폴스키, 리사 펠드먼 배럿, 김주환, 정재승 등 세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뇌과학 거장의 명저를 33가지 핵심 주제로 압축해 낸 뇌 사용 설명서입니다. 완독 부담없이 읽고 싶은 파트부터 읽으면 됩니다.
도파민 과잉과 중독이 만연한 현대 사회 문제부터 감정과 불안의 생물학적 구조, 뇌가 만드는 착각과 무의식의 영역, 공감과 관계의 메커니즘, 수면·운동·명상을 통한 몸과 마음의 회복, 자아와 의식의 기원, 그리고 AI 시대에 인간다운 삶을 지켜내기 위한 지혜까지. 왜 나는 이렇게 행동하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각 장마다 배치된 난이도 및 유용성 별점 표기, 뇌의 상태를 짚어주는 ‘당신의 뇌는’, 책을 읽은 뒤 변화를 예고하는 ‘읽고 나면’, 그리고 실생활에 곧바로 적용할 핵심을 요약한 ‘딱 하나만 기억하세요’ 코너가 방향을 잃지 않게 도와줍니다.
도파민과 불안의 시대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구원하고 전략적으로 삶을 재설계할 수 있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안데르스 한센의 《인스타 브레인》과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디지털 시대가 우리의 인지 구조를 어떻게 허물고 있는지 짚어줍니다. 우리는 하루 중 수십 번씩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켜고 알고리즘이 던져주는 파편적 자극을 소비합니다.
10분에 한 번씩 핸드폰을 확인하는 행동은 자제력의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자극에 즉각 반응하도록 진화한 수만 년 전의 사바나형 뇌가 초고도화된 테크 기업의 UI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결과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책을 멈추고 물리적 환경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뇌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순간,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행위는 고통스러운 금문이 아니라 잃어버린 사색의 근육을 되찾는 첫 번째 전략이 됩니다.
인간의 뇌는 완벽하게 설계된 첨단 슈퍼컴퓨터가 아닙니다. 진화의 역사 속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임시방편으로 이어 붙인 오류투성이의 덤딜품, 즉 클루지(Kluge) 상태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의지력만으로 유혹을 뿌리치려 드는 것은 결함이 있는 시스템을 무리하게 돌리다 과부하를 일으키는 꼴입니다.
저자는 뇌를 바꾸려 애쓰기보다 선택의 환경을 먼저 바꾸라고 조언합니다. 눈앞에서 유해한 유혹의 요소를 치우고, 기준점을 재설계하는 맥락을 조성할 때, 우리의 덤딜품 같은 뇌도 훨씬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아 숨이 막히고 불안이 엄습할 때, 이성으로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씁니다. 하지만 그럴 땐 머리를 설득하지 말고 몸부터 움직여 보라고 조언합니다. 뇌는 책상 앞에서가 아니라 운동장 위에서 훨씬 빠르게 회복된다고 말이죠.
충동에 휘둘릴 때 마음을 돌보는 방법에 대해 명상의 신경학적 효과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산만하거나 마음을 돌보지 않을 때 우리는 쾌락적 선택에 더 쉽게 휩쓸립니다. 이때 명상은 내면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길러줍니다.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충동을 진짜 나와 분리하여 관조하는 것, 이것이 바로 뇌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방법입니다.
뇌과학 도서는 읽기도 전에 기죽게 만드는 벽돌책이 많습니다. 로버트 새폴스키의 명저 《행동》은 무려 1,040페이지에 무게가 1.5킬로그램에 달하는 아령 같은 책입니다. 저자는 이 거대한 진입장벽을 지닌 책을 어떻게 일상의 언어로 맛깔나게 요리해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코너는 저자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하이라이트 부록입니다. 가와시마 류타의 《독서의 뇌과학》, 마리언 울프의 《책 읽는 뇌》 같은 뇌과학 서적뿐만 아니라,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 한병철의 《서사의 위기》,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 세대》 같은 인문사회학적 명저들까지 엮어두었습니다.
뇌과학이라는 하나의 렌즈에만 머무르지 않고 철학, 심리학, 인문학의 스펙트럼을 넘나들며 확장된 독서의 지도를 그려주는 세심한 큐레이션이 돋보입니다.
61권의 고전과 최신 뇌과학 성과를 일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하고 실용적인 생존 매뉴얼 『나를 지키는 뇌과학』. 의지력 타령을 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던 자책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시작점이 됩니다. 뇌를 아는 만큼 삶이 가벼워지고, 나를 온전히 이해할 때 비로소 이 흔들리는 시대 속에서 진짜 나를 지켜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