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너의 웃는 얼굴 - 나태주 한서형 향기시집
나태주.한서형 지음 / 존경과행복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향기로 읽고 손으로 쓰는 새로운 시집 『행복 너의 웃는 얼굴』. 풀꽃과 일상의 언어로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온 나태주 시인과 국내에서 향기시집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꾸준히 개척해 온 향기작가 한서형이 함께 완성한 마음 향기시집 시리즈의 마지막 권입니다.


시는 가장 적은 문장으로 가장 많은 감정을 건넵니다. 그런데 향기시집은 눈으로만 읽는 시집이 아닙니다. 시를 읽고, 향기를 맡고, 손으로 문장을 따라 쓰는 과정까지 이어집니다.


사랑과 소망, 감사라는 감정을 차곡차곡 지나 마지막에 행복이라는 감정으로 귀착되는 흐름이 참 좋습니다. 각 권마다 귀여운 향갈피까지 있습니다.


책을 마주하는 순간 먼저 향기가 피어오릅니다. 행복을 모티프로 한서형 작가가 조향한 향은 감귤류의 생기와 은은한 꽃향기 그리고 안정감을 더하는 우디 계열입니다. 감귤류 특유의 산뜻함과 온기를 동시에 품고 있어 마음에 쏙 듭니다.




향이 시를 위한 배경이 된다는 게 매력적입니다. 좋은 영화에서 음악이 장면을 돋보이게 하듯 향 역시 시를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디지털 화면을 통해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일수록 종이책만이 줄 수 있는 물성과 감각이 더욱 소중해진다는 사실도 함께 떠올리게 합니다.


작가가 정의하는 행복은 잔잔하고 고요한 마음, 기쁜 일에 크게 들뜨거나 슬픈 일에 한없이 침잠하지 않는 내면의 중용 상태입니다. 무언가로 가득 차 있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만한 텅 빈 마음, 담담한 안온함에 가깝습니다.


시 「아침 인사」가 그렇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 몸이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숨을 쉬는 데 통증은 없는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증오가 섞여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 시인은 "그럼 됐어"라는 말을 통해 행복의 문턱을 최저선으로 낮추어 버립니다. 매일 아침 주어지는 삶의 무사함을 능동적으로 수용하게 만듭니다.





시 「그냥 좋아」는 최근 유행한 <니가 좋아> 노래가 생각났어요. 그 노래를 들을 때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는데, 가사에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세상은 늘 은연중에 조건부 긍정을 요구하잖아요.


쓸모가 있어야 가치 있다는 무언의 압박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아무런 대가 없이 내 존재 자체를 날것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을 만나기가 참 어렵습니다. 저 역시 그런 말을 누군가에게 해주지 못했었고요. 그래서 이 시를 만났을 때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행복을 멀리서 찾기보다 오늘 하루의 평안 속에서 발견하는 시선을 배울 수 있습니다. 행복이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나직하게 주고받는 다정한 연결감 속에서 시작된다는 걸 시로 일깨워줍니다.


『행복 너의 웃는 얼굴』에는 한서형 작가의 손글씨로 구성된 필사 페이지가 있습니다. 좋은 문장을 따라 쓰는 일은 생각보다 느린 작업입니다. 읽을 때는 스쳐 지나가던 문장이 손끝을 거쳐 종이에 남는 순간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시를 어렵게 느꼈던 이들에게도 나태주 시인의 짧고 따뜻한 문장 덕분에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선물하기 좋은 시집을 찾는 사람, 마음 돌봄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만족도가 높은 향기시집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